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형 한국마트인 오세요가 생기고, 그 옆에 한국치킨점인 페리카나가 생기고서 우리의 희망은 빠리빵집이 생기는 것이였다. 동네에 일본빵집이 완전 흥업중이라 빠리빵집이 생기면 잘될텐데 그런 생각이었다.
이미 몇해 전부터 파리와 런던에 생긴다는 말이 있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영국 내 사업자 등록도 된듯한. 아마도 코비드로 연기된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런던모임 페이스북 그룹에 빠리빵집이 오픈한다고 누군가 소식을 올렸다. 친구들과 “가자!” 그렇게 말이 오고가던 와중에 한국에서 SPC의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매년 한국에 갈 때면 매일 같이 드나들던 빠리빵집을 올해는 딱 한 번 정도 케이크를 사러 갔다. 아이에게 왜 즐겨 가던 빠리빵집에 갈 수 없는지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임금을 주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지나서보니 빠리빵집은 안가는 대신 배스킨라빈스를 자주 갔네. 그것도 SPC.
하여간 그래서 아이도 이제 빠리빵집에 내가 가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그런 아이에게도 지난 10월의 사고는 차마 말해주지 못했다. 지비에게는 그 사고를 이야기해주긴 했다. 그러면서 가려거든 너나 가던가.. 말리지는 않을께.. 가서 빵 좀 사와..
가을 중간방학 때 지비의 회사에서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마술쇼하고, 게임하고 뭐 그런. 코비드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된 직원들을 회사로 불러들이기 위한 이벤트였다. 그날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갔다, 시내에 생긴 한국 핫도그집에 가서 핫도그를 먹고 귀가하겠다더니 급 방향을 바꾸어 우버 보트를 타고 최근 새롭게 문을 연 배터시 발전소 상가로 갔다.
이유는 거기에 빠리빵집이 있으니까.
조각 케이크와 마카롱을 들고 귀가한 지비와 아이. 찜찜했으나 즐거웠으면 된 걸로. 그런데 돈을 왜 이렇게 많이 썼..그런데 지난 주, 아이 학년이 크리스마스 합창 프로젝트 공연에 참가해서 그걸 보러 하이스트릿 켄징턴에 갔다. 가기 전에 아이 친구, 그 엄마와 마치고 그 동네에서 차를 마시자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 공연 마치고 다른 친구, 그 엄마도 합류해 3가족(아이 셋 엄마 셋)이 차를 마시기 위해서 공연장을 나섰는데, 그 정도 인원이 들어갈 공간이 잘 없다 -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바로 앞에 빠리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배터씨 발전소에 이어 하이스트릿 캔징턴에 연다더니 ‘벌써?’. 그걸 본 아이가 “꺅 한국빵집이야”, 일행들도 “그럼 가보자”해서 얼떨결에 가게 됐다.
매장인 1층은 바 형식의 좌석이 몇 개 있고, 지하인 아랫층엔 더 많은 좌석들이 있었다. 주문을 잘못받고, 커피를 오래 기다리고 그런 자잘한 실수들이 있었지만, 일행 모두 케이크는 괜찮다고들. “다만 가격은 좀 쎈걸?”, “동네가 동네라서 그려러니” 그렇게들 넘어갔다.
케이크는 순식간에 먹었지만, 찜찜한 건 찜찜한 것이고, 한 번 가봤으니 다시 갈 것 같지는 않다.
꼭 SPC라서가 아니라 가격은 위치한 동네 분위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앉아서 먹고 마시는 공간은 스낵바/휴게소 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지하라서 더 그런 느낌. 케이크 두 조각과 음료 두 잔에 20파운드 이상을 지불했는데, 그 정도 가격이면 괜찮은 공간에서 먹고 마실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밤식빵과 찹쌀 도너츠가 없었던.
동네에 흥업중인 일본빵집은 정말 작다. 그런데 카레 고로케며, 치킨 카라아게 샌드위치며, 말차 슈크림빵이며 그런 것들을 판다. 빵은 식빵이 전부고, 디저트를 달달구리라고 생각 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곳이다. 피카딜리 서커스 한가운데 작지만 분점 형태의 카오스도 열었고, 시내 많은 일본식당에 납품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빠리빵집은 이곳의 디저트까페에서 볼법한 메뉴가 주력 품목인 것 같다. 케이크나 마카롱. 그런 걸 먹으러 내가 그곳까지 갈 이유는 없다, 동네에서 괜찮은 까페들이 많으니. 한류를 따라 열기는 했지만, 그닥 그 덕을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차라리 밤식빵이나 찹쌀 도너츠, 크림치즈빵이 나은데. 물론 이건 내 취향.
아무도 안궁금한 런던 빠리빵집 방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