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이상한 생일

토닥s 2022. 4. 2. 05:03

지난 주 생일을 맞은 지비. 회사에서 생일날 주는 1일 휴가를 그 전날 당겨서 썼다. 나는 밖에서 일을 보던 날이라 점심시간에 만나, 내가 일을 보던 곳 근처 폴란드문화센터에 있는 까페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도 그런 비슷한 시스템 - 생일날 1일 휴가가 있었는데 그때 지비가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아이도 없이 내가 왜?'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로 하지 않고 생각만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어니스트 Honest라는 나름 맛집이 있어서 둘이 들어가 버거만 우걱우걱 먹고 나왔던 기억.

이번에는 내가 폴란드문화센터에 있는 까페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샌드위치로 먹는 점심이 지겨워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업무분담하는 게 주요 안건(?). 아이 여권 갱신해야하고, 항공권 알아봐야하고, 방학 때 갈 박물관 예약하고, 세금관련 알아보고, 은행대출 관련 알아보고, 기타 등등.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는 "아이도 이제는 좋아하겠다, 다음에 데려오자"하고 기-승-전-아이로 생일전야제는 마무리. 그리고 생일날에는 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한 달 전에 예약. 5시 땡!하고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고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고, 지비는 먼저나가 차를 가지고 오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로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차가 시동이 안걸려-"
"왜?"
"몰라-."
"그럼 차는 그냥 두고 오버그라운드(전철/지상철)타고 일단 가자!"

2020년 겨울에 크리스마스 앞두고 가려던 지인의 한국식당 petite coree. 코비드 봉쇄로 가지 못했다. 그뒤 용기를 내어(?) 가는 외식 같은 첫외식. 갈비 1인분에 오징어 4인분(?)을 열심히 먹었다. 지인찬스로 엄청난 할인을 받았다. 생일턱을 지인 부부가 낸셈.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전날 만들다만 생일 케이크를 마저 만들어 이상한 생일(?)을 마무리했다.

+

지금은 지나서 웃지만, 사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눈 앞이 하얗게-. '왜?' 차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이 나라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보통은 전조등을 켜둔채로 내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차는 전조등을 켜둔채로 차 열쇠를 빼면 삑삑거린다. 그러면 혹시 실내등을 켜둔채로 내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차는 실내등을 켜둔채로 내리면 차 문이 잠기지 않는다. 다음날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점프 리드라는 케이블을 빌리고, 그 엄마 차의 도움을 받아 시동을 걸고, 가까운 차량정비용품 등을 파는 할포드라는 상점에 갔더니 배터리 레벨이 0란다. 케이블을 빌린 엄마 말에 의하면 그렇게 켠 시동은 한 번 끄면 다시 점프를 받아야 한다는데 우리 차는 아무런 도움 없이 이후에도 계속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좀 이상함.🤨 운전하면서 시동 걸릴만큼만 재충전이 됐나 어쨌나 궁금해하면서 제조사 정비소에 배터리 교체를 예약했다. 주말에 지비가 가서 미리 차를 맡겨두고 우리는 차 없는 주말을 보냈다. 정비소가 업무를 시작한 월요일 아침,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다며 전화가 왔다.  '차-알-못'(차를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는 그러다 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더니, 그러면 차를 하루 더 정비소에 두고 내일 충전해둔 배터리가 얼마나 방전되는지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다음날 정비소에서 역시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39 배터리 진단비만 쓰고 마무리됐다.

이 헤프닝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되새겨보니 지비 생일엔 늘 기억될만한 사건 사고가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 지비 생일을 기념해 암스테르담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생일날 비행기를 놓쳤다.😭 다행히 영국항공+호텔을 함께 산 상품이라 다음 비행기로 암스테르담에 갔지만, 당시엔 눈 앞이 하얗게-.
2년전 아이가 친구들이 가본 난도스라는 식당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지비의 생일에 가보자하고 오래전부터 약속했다. 그런데 그날 영국에 코비드로 록다운-봉쇄로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결과적으로 테이크어웨이를 해와서 먹기는 했다.
그리고 작년엔 어디 갈 수 없으니 집에서 스시를 배달하려고 했는데, 주문하던 지비가 뭔가를 잘못했는지 결제가 되지 않았다. 안되네 하면서 다른 카드를 해봤더니 안되고, 내 카드를 해보니 안되고-. 결국 모든 카드가 정지되어버린 사건-. 생일날 밥도 못먹는건가 우울해하던 시점, 나는 안되면 한국 신용카드라도 쓰자고 생각했는데, 여행 때 쓰는 충전식 카드에 돈이 얼마 남아있던 게 생각나서 그 카드로 겨우 주문해서 생일밥을 먹었다.

이 헤프닝들을 이야기하며 내년엔 그냥 집에서 조용히 밥이나 먹자고 하하하.. 웃었지만 당시는 정말 눈 앞이 하하하..얗게-. 하하하..

+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