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침에 바쁘게 갈 길을 가다가 커다란 목련, 자목련을 발견했다. 늘 가던 길이었지만, 며칠 만에 활짝 핀 자목련이 나의 시선을 잡았다. 바쁘게 가던 길이라 사진에 담지 못하고 가던 발걸음 재촉했다.
저녁에 같은 길을 되돌아오며 사진에 담은 자목련. 낮시간 동안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자목련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많이 생각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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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한국 대통령 선거로 떠들썩한 날 아침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톡카톡 울려대는 휴대전화도 잠시 뒤로한채. 바쁜 시간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보니 오랜만에 친구가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을 때 우리는 괜찮았는지, 집에서 격리는 어떻게 했는지, 그런 안부인사였다. 아이가 셋이나 되는 친구네 아이 중 하나가 코비드에 걸렸나 걱정이 될 즈음 친구가 어렵게 내 이름을 부르며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왜!"
한 글자지만 재촉을 담아 문자를 보냈더니 그날 대학시절을 함께 한 다른 친구의 남편인 선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친구의 간단한 문자를 몇 번 읽어봐도 잘 이해도 가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았다. 사실 열흘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가서도 '방역 규칙' 때문에 카톡으로만 인사를 전하고 친구와 선배 가족을 만나지 못한 게 너무나 후회가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보는 거였는데-. 대학 친구도, 선배도 너무나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라 우리집 셋, 그 집 넷 그렇게 만날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다. 사실 어른 넷, 아이 셋이라 방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인지 따져볼만도 했다.
한국에서 시간이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대통령 선거 결과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울분이 넘쳐났다. 억울하다, 불공평하다-.
그런데 나는 그날 '그게 억울한 일인가-'그런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내일도 미워할 대통령도 있지만(정확하게는 당선자지만), 열심히 살아온 선배에겐 내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이야말로 억울했다. 열심히 사는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내일'이 언제 오지 않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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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요, 화살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