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421days] 뽀뽀금지(feat.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어요)

토닥s 2022. 1. 31. 06:38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난 일주일 간 우리에게 있었던 일울 기록삼아 후딱 올려본다. 큰 마음을 먹었는데, 더할 말도 없다.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다. 지난 일요일 저녁 (한국에서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라고 불리는) 자가진단 키트로 집에서 검사해 볼 결과, 양성. 어이가 없어서 한 번 더 해보았다. 역시 양성이었다.


아이가 양성이 되기 한 열흘 전 아이가 같은 테이블(분단 같은?)에 앉는 아이가 코비드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그때 학교에서 이메일을 받고 자가진단 키트고 검사해본 결과 아이는 음성이었다. 먼저 확진 된 아이가 특수돌봄이 필요한 아이기도 하고, 남자아이기도 해서 아이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 뒤로 주말이 지나고 아이와 같은 학년 다른 반 담임 교사가 확진되어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학교는 임시 방편으로 아이의 반과 그 교사의 반을 합반 운영하였다. 영국의 학급은 30명 정원인데, 현재 아이의 반은 15명, 옆반은 17명이고 각 반에 한 두명이 자가격리 중이라 그런 결정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의 담임교사가 확진되고 함께 보조교사 2명도 확진되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합반으로 밀집도를 높이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같은 학년 교사 4명이 확진되었는데도(아이 학교는 한 학년에 두 학급이 있다) 학교는 그대로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그렇게 한주를 보내고 일요일 저녁이 되었다. 교사들의 부재로 숙제도 나오지 않아 아이는 이북을 읽고 있었고, 나는 타블렛으로 오랜만에 한국 뉴스를 보고있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훌쩍'하는 아이가 신경이 쓰여서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었다.

누가 뭐래도 아이는 학교에서 옮은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아이는 증상이 전혀 없었다. '훌쩍'했다고 썼지만 콧물을 흘린 것도 아니었다. 매일 시시때때로 체온을 쟀지만 열도 없었고, 기침도 없었다. 재미삼아(?) 식재료들의 뚜껑을 열어보고 냄세를 맡아보게도 했다. 후각도 이상이 없어서 입맛을 잃는다던가 하는 것도 없었다. 심심해하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도 않고 영화 엘칸토를 보기 위해 가입한 디즈니 플러스와 지비가 본인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아마존 TV 스틱 덕분에 좋아하는 방송들을 무한반복으로 챙겨보며 잘 쉬었다.

지금 영국은 코비드 양성 확진 된 다음날로부터 5일째 되는 날 검사해서 음성, 24시간 뒤 6일째 되는 날 검사해서 음성이 나오면 즉시 자가격리 해지다. 밀접촉자인 우리는 백신 접종 완료자일 경우(2차 접종까지만해도 완료)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할 의무도 없다. 다만, 7일 동안 매일 자가진단을 '권유'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아이가 자가검진 양성인 날을 포함해서 8일 동안 음성. 11월 말에 맞은 부스터샷(코비드 백신 3차 접종)의 효과를 본셈이다. 자가진단 결과 양성으로 나온 뒤 우리는 집에서 마스크를 쓴다거나 거리두기를 특별히 하지 않았다. 뽀뽀만 금지.

사실, 아이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는 아이다. 그런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다는게 믿어지지도 않았고(영국 같은 곳에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는 교실에서만 마스크를 쓰고, 식사시간 체육시간 교실 밖 놀이시간에는 쓰지 않는 것으로 함께 정했다. 아무리 마스크가 익숙하다해도 하루 종일 아무도 환기시켜주지 않으니 놀이시간 뒤 다시 쓰지 않는 때도 있었을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고 아이와 이야기했다. 그런데 코비드에 걸렸다니-.

처음 억울한 마음, (마스크를 쓰게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은 곧 없어졌다. 아이 친구들 중에서는 코비드에 걸린 아이들이 제법있다. 2020년 초반에 걸린 아이들은 몇 안되지만 심하게 앓았고, 지난 가을에 걸린 아이들은 그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고열과 기침으로 한 3-4일은 고생했다. 다행히 롱코비드 같은 걸 겪고 있거나 증상이 심각해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은 없다. 아이는 다소 증상이 약하다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시점에 코비드에 걸렸기 때문에 무증상이었다. 마스크 쓰기로 시간을 번 셈이다.
운이 좋게도 그 사이 우리들은 백신을 맞았고 마침 두 달전에 부스터샷까지 맞았으니 그 동안의 노력, 마스크 쓰기가 헛되지 않은셈이다. 물론 우리는 백신도 맞지 않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쓰기를 권했지만 아이의 노력 때문에 우리 모두 이 순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

자칫 백신 부스터를 맞았으니 코비드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게 또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정말 때가 맞아 운이 좋았을뿐이다(이 부분은 이어서 다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그러니 아무리 오미크론이 증상이 약하다고 해도 마스크 잘 쓰고, 개인 위생 관리에 신경쓰며, 모임 같은 것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코비드는 정말 사람마다 다르게 겪는다. 백신이 그랬던 것처럼. 의료와 전혀 관계없는 일반인의 생각일 뿐이지만, 인구대비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 영국에서 2년을 보낸 사람의 작은 결론이다.

아이는 양성 결과를 얻은 다음날로부터 5일째 되는 날 아침 음성, 다음날도 음성이라 자가격리를 해지했다. 그리고 우리는 런던 외곽에 있는 한국마트에 가서 각자가 먹고 싶은 것들을 샀다. 자가격리 중 우리는 여기서나, 한국에서나 자가격리가 끝나면 먹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마침 날씨까지 포근해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김밥 세줄을 사서 큐가든에서 먹었다. 일주일만의 나들이라 더 없이 좋았다.
한 동안, 가능하다면 아이가 자가격리 기간 동안 하고 싶다고 했던 것들을 할 생각이다. 특별한 것들도 아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볼링을 치러 가는 정도. 아이는 그런 것들을 할, 즐거워야 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