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558days] 문화차이

토닥s 2022. 6. 16. 20:35

아이가 1학년 때쯤 아이의 같은 반 친구가 "OO"하면서 내 이름을 부르며 말을 시작했다.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응.. 응.."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뒤이어 오는 생각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였다.  아이가 예의가 없는 것인가, 여기서는(영국)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인가 헛갈렸다.

 

지나서 다른 친구의 엄마(프랑스인)와 호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의 '어의 없음'을 동의해줄 꺼라 생각했는데, 그 집 애들은 엄마도 가끔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주로 '엄마'라고 부르지만.  "역시 프랑스 애들 같구만(?)"하고 푸하하 웃었다.  

 

지난 주말 아이 주말학교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  차로 한 시간 걸리는 학교의 수영장을 빌린 생일 파티였다.  아이의 부모가 그 학교에서 일해 수영장을 빌렸다고.  도착해서 만난 엄마가 (악수를 위해) 손을 척 내밀며 "나는 스텝맘(양모) T야"라고 인사를 건냈다.  활달한 미국영어와 미국인이었다.   "어.. 안녕.. 나는 OO맘 OO야"라고 인사했다.  속으로 '그냥 엄마라고 하지 않고 가계를 다 밝히네?'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생일 파티에 가기 전 아이는 생일 맞은 엄마가 '스텝맘'이라고 했고, 지비는 그냥 '맘'이지 않나 (확신 없이) 옥신각신한터였다.  워낙 다양한 결혼 형태로 이루어진 확대가족이 많은 시절이라 당연한데, 그걸 또 밝히는 게 어색한 것은 내가 옛날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결국은 문화와 세대 차이겠지만서도.

 

'런던 외곽의 학교'라 생각하고 갔던 학교는 규모가 큰 국제학교였고, 거기 수영장을 교직원 할인으로 빌린 것이었다.  초대된 아이들은 최소 부모 한쪽이 폴란드인인 7명의 여자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진행자의 지도 아래 수영장에서 노는 동안 학교 체육시설만 둘러본 지비와 나는 문화'충격'을 받았다.  '여기는 다른 나라/다른 세상인가'하면서.  우리들이 얼얼한 순간에도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달달구리를 먹고 나와, 학교 운동장 한 켠의 놀이터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콧물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려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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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잠시 들었다.  "왜 엄마가 아니고 스텝맘이냐", "그럼 엄마는 어디에 있냐" 그런 질문이었다.  아이들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질문을 받은 아이에게 상처가 되기보다 그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스스로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개입하지 않고 모른척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여운이 긴 짧은 순간, 토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