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영국 코비드 확진자 20만(feat. 길 위의 마스크들)

토닥s 2022. 1. 11. 09:06

해가 바뀌고 아이의 등교를 준비하는 마음이 무척 심란했다. 영국 1일 코비드 확진자가 20만을 찍던 시점이었다. 봉쇄만은 않는다고 했던 영국 정부와 정치인들이라 봉쇄는 아니지만 휴교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빗나갔다. 그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중등학교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시 학교에 간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여전히 마스크도 쓰지 않고 학교에 간다.

등교를 앞두고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등교 전 아이들의 자가진단을 '권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학교의 교장은 인근 다른 학교의 교장을 겸하고 있는데, 그 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아들은 크리스마스 전 학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다른 학년보다 이틀 앞서 크리스마스 방학을 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확진자가 발생해도 18세 6개월 미만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밀접촉자에게 자가격리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구에서는 학교 학급에서 확진자가 전체 인원 10%이상이 발생할 경우 또는 5~6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학년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 경험을 한 교장이라 아이들 등교전에 자가진단을 '권장'한 것이다. 우리는 그 메일을 읽고 자가진단을 할 학부모는 5%도 안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리도 그 안에 들기로 했다. 다만, 아이가 아니라 아이와 붙어서 열흘 간 생활한 우리 둘 중에 한 명이 자가진단을 하기로. 주사위를 던저 홀수를 선택한 지비가 당첨.


이제 이런 것들이 일상이 되는가 싶어 씁쓸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이 자가진단 키트를 유료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나마 영국이 확진자(도 많지만) 진단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가진단 키트 접근이 쉽고(무료로 도처에서 배포하고 있고, 우편으로 무료배송 할 수도 있다), PCR 검사도 무료여서 가능했는데 자가진단 키트가 유료화되면 이마저도 어려워지지 않겠나 싶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확산의 정점을 찍은 확진자가 이번주 들어 줄어드는 추세기는 하지만, 작년처럼 확실한 내림세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엔 백신이 그 내림세에 큰 역할을 했지만, 무절제한 사람들의 행동과 뚜렷하게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때문이다.

새해를 전후로 유럽에서도 만 5세 이상 접종이 시작됐다. 어른 주사량의 1/3을 접종한다고 한다. 영국은 기저질환이 있는 만 5세 이상 12세 미만 어린이들의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면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학교에 가고 있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사실 작년 이맘 때 나는 9월쯤이면 12세 이상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겨울에 들어설 때쯤 5세 이상에게 독감백신+코비드백신이 함께 접종될꺼라고 생각했다. 9월 12세 이상 백신접종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1회만했고, 5세 이상 코비드 백신접종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비록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2세 이상도 2차 접종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남는 백신이 있다면 5세 이상 접종보다는 성인층 3 & 4 접종을 할 것 같다. 이를 두고, 아이의 주말학교 친구 엄마가 한 말이 "이 나라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노인인구와 어른들을 위해서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갈아넣고 있는 나라.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사람들과 "도대체 이 나라가 아이들에게(그리고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이야기 나눴다. "정치인들이 자가진단 키드 회사에만 투자했을 것"이라는데 다른 의견이 없었다. 어디나 정치는 이 모양인가보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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