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210609] 밥상일기 - 생존밥상

토닥s 2021. 6. 10. 07:09

아무도 시키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한 달에 한 번은 이 밥상일기를 남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열흘 전에 올려둔 이미지를 꺼내서 후다닥 남겨두기로.

 

김밥

사실 오늘저녁 메뉴도 김밥이라고 정해두었는데 한 달 전 이맘때쯤 김밥을 먹었네.🤔  한국에서는 흔한 김밥이지만, 여기서는 생각은 나지만 선뜻만들기 어려운 메뉴다.  이제는 채소 볶고 그런 과정은 다 생략하고 달걀, 오이, 맛살, 소시지 정도만 간단하게 만들어도 그렇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겨우 먹어지는 것 같다.

 

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따로, 콘 따로, 초코볼 따로 사서 집에서 먹는 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스쿱도 샀다.  만들어 판매되고 있는 콘 아이스크림보다 덜 달고, 취향따라 아이스크림을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먹는 콘 아이스크림 가격 두 배쯤한다.😨  재료 사다나르고, 만드는 노력은 어떠하고.  건강하다고 믿고 먹어야지.😢🍧  

 

버블티

한국마트 갈 때마다 사와서 집에서 만들어먹는 버블티.  역시 사마시는 것보다 덜 달고, 적은 량을, 원하는 때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귀찮다'.  그래도 한국하면 버블티만 노래하는 아이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는다.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버블티용 재사용 빨대를 살까말까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버블티는 타피오카펄을 빨대로 쏙쏙 먹는 게 또 하나의 재미라서.  그런데 빨대가 너무 비싸서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고 있다.  스텐인리스로 된 빨대는 느낌이 이상할듯도.  이가 달그락달그락 부딛힐 것 같다.

 

 

중국 밀전병+스페인 살라미+이탈리아 페퍼로니

지인이 오리고기를 싸먹는 중국식 밀전병을 소개해주셨다.  우리는 보통 토틸라에 닭이나 채소를 싸먹곤하는데, 토틸라는 두께가 있어 싸기도 어렵고 배가 불러서 많이 먹기 어렵다(?).  꼭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두께가 얇은 중국식 밀전병으로 랩wrap을 싸보았다.  얇으니 세 개까지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은데, 밀가루 맛이 너무 많이 나고, 아이가 별로라 하니 나도 별로인 것으로.  

이렇게 먹고 사는, 주로 사서 잘라서 먹기만 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는 '편하게 산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먹는 건 좋지만 끼니를 떼우는 건 늘 어렵다.

 

 

떡볶이

아이와 함께 먹으니 주로 심심하게 먹는다.  그러다 뭔가 불량하게(?) 먹고 싶을 때 떠오르는 게 떡볶이 또는 라면.  어제는 너무 매워 먹지 못할 정도의 풀무원 굴짬뽕을 먹었으니 오늘 점심은 떡볶이를 먹어볼까.  떡볶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게 되는 메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국 마트에 가니.

 

 

 

일본빵집 - Happy Sky

남들처럼 큰 집도 없고, 가든도 없지만, 이 동네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 먹고 마실 곳이 많다는 점이다.  사실 먹고 마실 곳이야 어디든 있지만, 커피가 괜찮은 독립까페(independent cafe)도 제법 있고 상점들도 많다.  그 중에 한 곳인 일본빵집.  정말 작은 가게인데 한국 옛날 동네빵집에서 먹을 수 있는 빵들을 사먹을 수 있다.  팥빵, 슈크림빵, 소보루빵, 카레빵, 고로케, 식빵.  여기도 일본식 녹차가 대세니 말차를 활용한 빵들도 많다.   단점은 방부제와 연화제를 넣지 않는다고 하니 빵이 잘 마르고 약간 거칠다.  하지만 건강하겠지?  그리고 좀 가격이 쎄다.  그래도 걸어서 구글기준 8분이면 고향의 맛(?)을 맛본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다.
빵을 사러 간날 카드 결제를 하려고 하니 단말기가 안되서 재부팅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정말 딱 1분 정도 빵구경하면서 기다렸는데, 미안하다며 빵집에서 판매하는 빵가방을 무료로 주셨다.  이런 것도 (야박한)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본식 친절이다.

 

폴리오 패스트리 - 버섯치즈컵

폴리오 패스트리folio pastry라는 게 있다.  종잇장 같은데, 주로 여러 겹 포개어 쓴다.  한국 프렌치파이나 엄마손 쿠키를 떠올리면 될듯하다.  W마트에서 보여준 요리 영상을 보고 만들어본 버섯치즈컵.  예전에도 다른 재료를 넣고 만들어본적 있는데, 그때 몰랐던 팁을 이번에 알게 됐다.  폴리오 패스트리 낱장 낱장에 버터를 듬뿍 발라줘야 바삭한 컵을 만들 수 있다.  전에는 그 과정을 하지 않았더니 눅눅하고 힘이 없는 컵이 만들어졌다.  지비는 맛있다고 했는데, 아이는 별로란다.  밀가루 맛이 좀 강하게 나기는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참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내가 맛있게 먹었으니 분기별로 하는 걸로. 

 

폴리오 패스트리 - 사과파이

버섯치즈바이트를 위해 산 폴리오 패스트리가 너무 많이 남아서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았다.  폴리오 패스트리에 버터+꿀을 발르고 조린 사과를 넣어 달달 바삭하게 만드는 사과파이.  우리는 너무 맛있게 먹었고, 아이는 크림만 챱챱.😣

 

고르곤졸라 아니 까망베르 치즈 피자 - 알고보면 영국 치즈

한국가면 꼭 한 번 먹게되는 게 꿀 찍어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다.  여기에 없는 음식이다, 물론 여기는 이탈리아 아니고 영국이지만.  고르곤졸라 피자는 있지만 짭짤한 피자를 달달한 꿀에 찍어먹는 게 없다.  집에 있는 거라곤 밀가루와 치즈 밖에 없어서 만들어본 피자.  물론 고르곤졸라 치즈도 없어서 집에 있는 모짜렐라와 체다를 주로 넣고 먹다 남은 자투리 까망베르 치즈를 넣었다.  여기 마트에 Camembert 치즈를 판다.  커멈베르트.. 뭐 그렇게 부르던가.  이름을 보니 우리가 알던 까망베르다.😂  차이라면 영국에서 만들었다는 것.  그럼 까망베르 아니고 커멈베르트.. 뭐 그렇게 불러야 하는 것인가.  어쨌단 달달한 꿀과 먹으니 아이가 좋아한다.

 

아보카도+연어+간장 비빔밥

드문드문 생각나면, 간단하게 먹는 밥이다.  아이도 좋아한다.  우리는 1일 1/4아보카도를 하다 작년부터 아보카도를 끈었다, 플렌테이션 농업(단일작물 재배)으로 농촌을 황폐하게 만들다길래.  가끔 사먹으면 '이 좋은 걸.. 왜..'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즈음해서 친구와 지비의 (지붕을 뚫을 기세로 높은) 콜레스테롤 이야기를 하다, 코코넛 금지 & 아보카도 자제라는 조언을 듣고 다시 아보카도와 '안녕'하기로 했다.  사서 나만 먹을까?🤔

 

아레파스

일주일에 한 번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레파스 연습.  지난 주는 아이 방학이라 시간이 없어서 건너뛰었네.  내일 다시 연습해봐야지.

 

 

돈까스 - 포크 컷틀렛 또는 슈니츨

이틀 전에 돈까스를 만들어 먹었으니, 이것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먹어지는 것 같다.  사실은 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아이는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하고, 지비는 이것도 먹으면 안된다 저것도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이틀 전에 '폭발'.  그랬더니 아이가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해서, 지비는 주는대로 적당히 먹겠다고 대신 식이섬유를 사달라고(?) 해서 먹은지 한 달이 안됐는데 돈까스를 만들었다.  남들은 "딸 하나라 편하시겠어요?"하지만 "금새한 밥만 먹는 아이 한 번 키워보시겠어요?"라고 답해주고 싶다.  아침부터 나가 하루 종일 놀아도 밤에 잠이 안온다는 아이.😵

 

알몬드 크로와상

날씨가 더워져 간단하고 달달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끼니로 준비한 알몬드 크로와상.  알몬드 반죽을 자기가 바르겠다느니, 크랜베리 건포도를 안팎으로 넣어달라느니 요구만 많던 아이는 한 개만 겨우 먹는다.  8개나 만들었는데.  물론 만들어진 크로와상을 사서 알몬드 반죽을 바르고 입혀 한 번 더 구웠다.   평소 같으면 아이가 안먹으면 애가 닳을텐데, "그래?"하고 우리가 두 끼니로 다 먹었다.  또 해먹어야지.  아이는 그냥 크로와상이면 족하다.

 

오븐에 구운 닭튀김

닭은 주로 오븐에 굽는다.  프라이팬에 양념한 닭을 굽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먹어본 후라이드 치킨을 튀기지 않고 만들어볼 수 있을까 해서 찾아봤다, 오븐에 굽는 돈까스처럼.  망했다.  건강하게 닭을 튀기거나, 굽는 법은 없다.  불량해도 맛있게, 하지만 적게 먹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게 안된다.

 

치킨버거

닭을 요리한 다음날 마요네즈와 함께 치킨버거를 만들어 달라는 아이.  어쩌다 먹어본 브리오슈 버거빵이 맛있다.  그래서 요즘은 버거를 만들면 꼭 이 빵을 산다.  다른 빵과 비교해 가격이 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저렴하고 양 많은 빵을 사면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낭비하지 않는 이 정도가 딱 좋다.  취향이겠지만, 워버톤이라는 이 빵 브랜드가 가장 내 입맛에 맞다.  식빵도 촉촉. 

 

김치비빔국수
잠시 방치한 사이 시어버린 김치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김치비빔국수.  이걸 먹으니 여름이 온 것 같다.  그런데 왜 한국마트에 아직도 둥지냉면이 없는 것일까.  김치비빔국수 양념장은 고추장:설탕:식초:매실청:참기름 비율이 1:1:1:1:!.  김치는 취향대로.  김치의 익은 정도에 따라 식초량을 조금 줄이기도 한다.  매운 걸 잘 먹지 못해서 덜 매운 고추장으로 1인분에 티스푼을 기준으로 만든다.  그 정도가 내겐 딱 맞게 맵다.  고추장이 들어간 김치비빔국수나 떡볶이를 먹을 때 우유 반 잔은 필수.

 

시나몬롤
오랜만에 구워본 느낌의 시나몬롤.  이것도 피자반죽만큼이나 이제 익숙해진 디저트다.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컵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사촌언니가 준 컵.  한 동안 찬 음료를 마실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꺼내들고 즐거워 하는 아이.

 

 

피쉬 앤 칩스

갑자기 떠올라 만들어본 피쉬 앤 칩스.  물론 생선 튀김과 스컴피 튀김(가제류)을 샀다.  소스는 마요+피클+레몬쥬스로 만들고, 감자+고구마 튀김도 만들어보았다.  심심한 대구튀김이 건강한 맛이었다.  윗비Whitby라는 브랜드를 우리는 주로 먹는다.  요크셔에 이름있는 바닷가 도시다.  그곳에 여행을 가보기 전부터 먹었던 브랜드인데, 여행을 가고서 바닷가임을 알게 됐다.  언제 다시 가보나.  기회되면 요크와 윗비의 여행도 정리해보고 싶다.

 

 

굴림만두

지난 주 한국마트에 가서 비비고 만두를 사왔다.  그 직전에 만두는 먹고 싶은데, 사둔 만두가 없어서 손쉽다는 굴림만두를 만들어봤다.  만두피를 만들지 않으니 (누군가에게는)손쉽다는 말이지, 나 같은 보통 요리초보에겐 조금도 쉽지 않은 메뉴였다.  요즘 건강을 무척 걱정하는 지비님은 맛있어서 돼지고기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채로 기존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없으니/얇으니 건강한 맛이라고 극찬했던 굴림만두.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이는 무색할 정도로 후딱 먹어버렸다.  정말 맛있었지만, 정말 번거로워 다시는 하지 않을 메뉴.  그래도 누가 해주기만하면 많이 많이 먹고 싶은 만두다.  그전까지는 그냥 시판 냉동만두에 만족하며 사는 걸로-.  어쨌든 세상의 모든 만두는 사랑이예요.💗

 

지난 달 말부터 영국의 식당들이 실내에 영업을 하기 시작했고 박물관 같은 곳들이 문을 열었다.  덕분에 우리도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비록 아직 식당 같은 곳에서 밥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테이크어웨이를 해서 공원에 앉아 먹거나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먹기도 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이 찬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단점이었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내 입으로 먹을 게 들어온다는 건 내 정신 건강에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신체 건강에도 좋은지는 약간 의문이기는 하다.  집에서 먹는 밥은 피가 되고, 밖에서 먹는 밥은 살이 된다는데 말이다.  

 

밥상일기 서둘러 올리고 중간방학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