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다시 런던

토닥s 2020. 8. 24. 18:33

지난 금요일 꽉찬 7주 간의 한국여행/휴가/가족방문을 마무리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2020년 여름 사진을 보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색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있는 동안은 Covid-19이 비교적 잘 관리/통제되고 있는 시점이라, 특히 부산/경남은, 마스크를 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다니고, 바닷가에도 갔다.  우리가 떠나올 즈음 상황이 악화되어 걱정이다.  물론 가족들은 우리가 더 걱정이겠지만.  그런 믿음 또는 희망이 있다.  어렵지만 한국은 또 다시 잘 이겨내리라는.  이 같은 복병이 계속 생겨나겠지만, 그때마다 경험을 더하며 더 잘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할머니도 있고, 이모들도 있고, 이모부도 있어 순위가 한참 밀려났던 지비.  부산을 떠남과 동시에 다시 급-친해졌다.  아이의 적응력이란.

 

 

인천공항이 이렇게 한산한 것은 처음 본다.  고르고 골라 들어간 밥집 - 아워홈.  먹고 싶었던 베트남 음식점은 문을 닫고 한식당만 운영 중이었다.  아랫층 입구에 써놓기라도 하지.  그럼 김밥을 먹었을텐데.

 

 

배가 고파 밥을 먹고 인천-런던 비행기에 올랐는데 다시 기내식을 준다.  다음엔 간단하게 요기하고 타야겠다.  하긴 기내식이 맛이 없긴하다.  런던-인천 비행기에서 간식이 없었던 누리.  그래서 기내용 가방에 간식을 챙겨갔는데, 이번엔 끼니마다 간식을 한 박스씩 준다.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누리는 첫 기내식(새우볶음밥과 치킨 너겟)에서 밥만 조금 파먹고 내 기내식(쌈밥)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나는 누리와 나눠 먹은 기내식에 부족함이 있어 간식으로 주는 피자를 허겁지겁먹고 속이 불편해서 고생했다.  따듯한 차를 마시면 도움 될 것 같았지만, 이런저런 기내식 정보에 기내에서 주는 음식은 포장된 음식과 완제품이 아니면 먹지 말라는 글을 읽은 이후 잘 마시지 않게 됐다.  이 팔랑귀..(ㅠㅠ )

 

런던에 들어올 때 자가격리 동의서 같은 걸 온라인 폼으로 써야했다.  원래 그런 걸 찾아보는 건 지비의 역할인데 나도 지비도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서 그냥 들어오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가격리를 하지 않더라도 써야하는 온라인 폼이 있어서 입국장이 붐볐다.  같은 시간 독일에서도 비행기가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당당하게 이민국 입국장으로 들어가길래 다들 작성한 줄 알았다.  나중에 그 중 절반 정도도 대기열에서 빠져나와 열심히 온라인 폼을 작성해야 했다.  이 온라인 폼은 입국 48시간 전부터 작성할 수 있다고하니 런던에 들어오는 사람은 미리 작성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지비와 누리가 함께 그리고 내가 따로 작성했는데, 뒤에 가서보니 가족인 경우 1명이 함께 작성할 수 있었다.  이름을 추가할 수 있는 란이 나온다.

 

참고 https://www.gov.uk/uk-border-control

 

평소보다 긴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고, 다행히도 아시아나가 45분 정도 빨리 도착한 덕분에 집 도착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집에 돌아와서 짜파게티로 요기하고 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차 적응이 어려운데 배가 고파서 깨는 일이 없어야겠기에 무조건 먹어야했다.  

이번 한국행은 길기도 길고, 지비도 함께 해서 떠나기 전 냉장고를 비웠다.  쌈장, 된장, 고추장, 잼, 두부 한 모, 떡국 한 봉지 남겨두었다.  물론 우리가 떠날 당시엔 한국에서 오면 자가격리를 해야 해서 장기간 보관 가능한 우유와 두유 그리고 씨리얼 같은 것들을 사두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 오트밀을 먹고 과일 통조림 하나 열어서 먹고 장을 보러 다녀왔다.  장보러 가기 전 가족들에게 도착을 알리는 연락도 했다.

누리는 한국에 있을 땐 말 안들어 이모에게 혼나기도 했는데, 그래도 가장 보고 싶은 건 이모들.  누리는 부산을 떠나올 때도, 비행기가 이륙할 때도, 지금도 문득 이모들 생각에 울곤 한다.  그러다 TV보며 깔깔깔 그런다.  아이들이란-.

 

지난 3월 휴교 이후 누리를 마트에 데려가지 않았다.  나 혼자서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곤 했다.  가족들이 보내 준 소형 마스크가 있기는 했지만, 마트에 오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라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마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고, 기분전환도 할 겸 누리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  어른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한 아이는 누리뿐이었다.  그 중에 어른들 중에서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몇 있어 화들짝 놀랐는데, 나중에 지비가 찾아보니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면제된다고 한다.  어쨌든 달라진 풍경 중 하나 - 모든 물건이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마스크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격과 품질이 궁금해 구경했더니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천 마스크가 1.99파운드.  어른들이 쓸 수 있는 천 마스크 3개가 9.99파운드.  일명 덴탈 마스크 10개가 7파운드 정도였다.  그런데 비말차단(방수)이 되는 건 어른용 천 마스크 뿐이었다.  어떤 마스크라도 쓰는 게 좋긴 하겠지만 기능이 아쉽긴 하다.  가격도 그렇고.

  

 

누리는 6개월 만에 와본 마트를 너무 좋아했다.  단순한 일상이 이렇게 큰 즐거움이 될 줄이야.  우리는 한국에서 맘껏 먹지 못한 과일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한국 과일이 맛 좋은 것은 지비도 인정하는 바지만 가격은 정말 비싸다.  

 

 

한국에서 선물받은 컵.  그렇지 않아도 별다방을 좋아하는 누리는 더 별다방 팬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만에 동네 공원에 나가 연을 날렸다.  쌀쌀한 기운마저 드는 영국 날씨가 좋다는 지비와 바닷가에 갈 수 있는 한국 여름날씨가 더 좋다는 누리는 티격태격&옥신각신.

 

누리는 한국에 가기 이전보다 많이 자랐다.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  이 한국어를 이제 까먹으며 다시 일년을 보내면 또 한국에 갈 때가 오겠지.  벌써 기다려진다.

 

+

 

못다쓴 한국(부산)여행기는 천천히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