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집념의 검사

토닥s 2016. 1. 6. 08:01
지난 한국행 시기를 결정할 때 주요 고려사항은 2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였다, 믿거나 말거나.
언니님이 반나절 누리를 돌봐주신다 하여 그 시간에 맞춘 영화들 중 한 편을 골라 지비와 함께 봤다. 바로 "집념의 검사 프리츠 바우어"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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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십여 년이 흐른 뒤에도 나치 전범 중 유태인 학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쫓는 검사 프리츠 바우어의 이야기였다.

그는 스스로가 성소수자면서 유태인이었다. 그의 사무실로 늘 살기가 느껴지는 우편물이 배달되었으며, 직장 상사도 부하도(물론 다들 검사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전범들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쫓아가면 도망 간 뒤였다. 전후 독일 정부 내 전 나치 친위조직원들은 그들의 전범들을 보호하고 해외 이주/정착/도피를 지원했다.

계속된 허탕과 살해 위협을 속에서도 바우어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은 매국 혐의로 체포될 것을 알면서도 이스라엘의 정보국 모사드와 손을 잡고 전범 아이히만을 체포한다. 모사드의 손으로. 사전에 범인인도 요청을 약속 받았지만 이스라엘은 아이히만 체포 뒤 말을 바꾼다.

바우어는 나치 역사 청산을 위해 독일 법정에 아이히만을 세우고자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이스라엘은 독일과 독일법을 믿지 않았다고 본다.

다시 십여 년이 흐른 뒤 (바우어의 노력인지는 모르지만) 이스라엘은 아이히만을 독일에 인도했고 그는 독일법정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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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볼 때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를 떠올렸다. 우리에겐 독일 정부와 비슷한, 정부 곳곳에 친일 전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대로 일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프리츠 바우어와 같은 집념의 검사는 없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독일과 한국은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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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서울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강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열린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일부분이다. 이 문제라도 피해자의 입장에 입각하여 풀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