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아도 영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극(도로) 피하는 일 중 하나다. 일단 잘 모르고, 아는 사람이 보면 웃을 일이고, 논쟁에 휩싸일 수도 있는 일이니. 그런데 알면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 하나. 사실 나를 위해서다. 대충은 알지만, 나도 가끔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손으로 써보면, 아니 입력해보면 더 정확하게 남을 것 같아서. 바로 음성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알겠는데, 음성 알파벳이라니. 여기선 포네틱 알파벳 phonetic alphabet이라고들 말하는데, 한국말로 바꿔보니 음성 알파벳. 여전히 뭐하자는 것인지, 직관적인 느낌이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알파벳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대체/대표 음성 단어다. a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apple. 그래서 a라는 알파벳을 전달해야 할 때 apple이라고 하면 정확하게 a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a를 말할 때 apple이라고 하지 않는다. 알아는 듣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들이 있다. "A for alpha(알파)"다.
주로 음성으로 어떤 정보를 전달할 때 이용된다. 여기서는 이름, 생년월일과 우편번호로 개인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은 물론 우편번호에 알파벳이 포함되니 자주 쓴다. 전화로 뭔가를 예약할 때, 확인할 때 자주 쓰인다.
A for alpha
B for bravo
C for charlie
D for delta
E for echo
F for foxtrot
G for golf
H for hotel
I for india
J for julliet
K for kilo
L for lima
M for mike
N for november
O for oscar
P for papa
Q for quebec
R for romio
S for sierra
T for tango
U for uniform
V for victor
W for whiskey
X for xray
Y for yankee
Z for zulu
라고 인터넷에 나와있는데, 일상적으로 F는 fox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영국인지라 Q는 queen이라고 한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진정으로 퀘백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네. 그리고 S는 sugar라고 하는데 sierra라고 하는 걸 들은 것도 같다. Z는 zebra로 많이 쓰는데 zulu도 들어본 것 같다.
이 글을 쓰다만채로 일주일이 훌쩍 흘러버렸다. 중간에 간간이 찾아보니 미국에서 주로 쓰는 것들, 영국에서 주로 쓰는 것들에 차이가 있었다. 미국 안에서도 alfa와 alpha를 섞어 쓰고.
주로 예약할 때 "이름이 수니예요, S U N I" 또박또박 말하는 것보다 "sugar uniform november india"하면 알아듣는다. 재미있는 건 한국항공사에 전화해 이렇게 불러주니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 "s u n i"하니 귀신같이 알아들어서 내가 더 놀랐다. 여기선 n이니, m이니 몇 번은 말해야 겨우 알아들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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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개인적인 일화. 대학선배 한 명이 영국에 어학연수를 와서 인터넷을 넣으려고 업체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집 주소/우편번호를 불러보라는데 거기 Z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몇 번을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더란다. 상대방이 G란 말이냐 J란 말이냐 물었다고 한다. 선배는 Z를 여러번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해 고생했다고. 이야기를 듣던 우리가 "XYZ 하지 그랬어" 그랬더니 그 선배가 "맞네" 했던 일화.
그런데 훗날 이곳에 살게 될며서 만난 대학생 중에 하나가 이 포네틱 알파벳을 다 알고 있어 깜짝 놀랬다. 그 남학생의 영어실력이라는 게 미천한 내가 들어도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군대에서 쓰기 때문에 다 안다고. 아니 그럼 우리 선배는 군대 다녀오고서 어학연수 갔었는데, 어떻게 된건가 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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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잡고 씨름하다보니 떠올라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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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관련 포스팅을 가끔 해볼까..하고 생각했다가 '마(그냥) 됐다'하고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