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일요일

토닥s 2015. 12. 28. 08:56
영국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내일까지 계속되지만 오늘은 정말 일요일 다운 일요일을 보냈다. 10시 반까지 지비와 내가 돌아가면서 늦잠을 잤다. 내가 10시까지 자고 6시 반에 일어난 누리를 그 때까지 지비가 돌보다가 아침을 먹기 전 반 시간 눈을 붙였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안 청소를 열심히 했다. 지금와서 보니 표는 안나지만 평소에 미뤘던 자잘구레한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벌써 2시. 나와 지비가 청소를 하는 사이 돌아다니며 참견하느라 배고픔을 잊은 누리와 다 함께 일요일은 짜~짜~파게X를 먹었다.

그렇게 우동을 좋아하는 누리지만 예전엔 색깔이 이상하다며 입도 대지 않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몇 가닥 먹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빵 같은 기본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가 까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얼마 전 어느 까페에 들렀더니 아이 손님 - 누리에게 베이비치노라는 메뉴를 공짜로 주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잔에 거품을 낸 따듯한 우유를 초코 파우더와 함께 준다. 베이비치노를 먹는 누리가 너무 귀여워서 그 이후로 가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시켜준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2파운드 정도고 베이비치노는 보통 0.5~0.7파운드 정도한다. 한국돈 천원. 다른 달달구리 음료보다 우유가 낫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보통은 우유만 주문하는데, 오늘 간 까페는 묻지도 않고 초코 파우더를 척 뿌려주었다. 그 베이비치노를 마시며 누리가 한국말로 하는 말,
"마미 누리 행복해~"

그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내가 얼마든지 사줄께.( i i)

달달구리가 아이의 기분을 up 시키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지비와 이야기했다.


초코 파우더 수염 ('ㅅ' )

저녁으로 짬뽕을 만들었다. 예전에 한 번 만들어봤는데, 누리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것 같다, 고추기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재도전하지 않았다. 한참 전에 한국 마트에서 고추기름을 발견하고 사두었는데, 만들 일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겨둔 관자와 새우를 먹을 방법을 생각하다 짬뽕을 떠올리고 오징어를 사와서 만들었다.

만들고서 맛이 짬뽕과 비슷해서 내가 놀란 짬뽕. 밥과 함께 먹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순두부 맛과도 비슷하고 해물탕과도 맛이 비슷한 해물잡탕맛. 그게 짬뽕인가.

두반장이라는 소스가 없어서 생략하고 만들었는데, 다음에 이 두반장을 구입해서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이렇게 요리 못하는/안하는 사람들은 음식 한 가지 만들 때마다 재료를 새롭게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구입하고서 다시 그 재료를 쓰는 일이 잘 없다는. 하지만 이 짬뽕은 특기로 다듬어 볼 계획.

이렇게 일요일다운 일요일이 지나갔는데도 연휴가 하루 더 남았다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