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여행 3

[day6] 일타쌍피의 날

외숙모님이 비슷한 때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사촌동생네와 우리에게 밥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점심 초대를 하셨다. 사정상 사촌동생이 머물고 있는 이모네로 집결. 외국생활하고 있는 사촌과 나를 위해 닭볶음탕(닭도리탕), 아이들을 위해 햄버거 패티를 준비해주셨다. 고기를 먹지 않는 누리는 준비해간 토마토, 오이 그리고 김과 밥을 먹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사촌동생의 아이들은 나이가 많아 놀라웠지만 누리를 잘 데리고 놀았고, 영어 한 마디 하지 않는 누리는 언니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인을 만나 커피까지 마셨으니 일타쌍피.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리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해 코알라처럼 내게 매달려 왔지만 또 하나의 반가운 만남이었다. 누리에게도 나에게도. 사촌동생..

[day5] 고사리미더덕찜

10여 개월의 영국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후배가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김밥과 떡볶이라니 "소박한 양반"이라며 바로 학교 앞 분식집으로 호출해주었다. 멋진 사진들이 가득한 블로그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지만, 막상 먹고 싶은 건 평범한 것들이다. 매번 먹을 거리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떠나오는데 바빠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사실 누리가 생기고선 음식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배는 고파도 먹고 싶은 것들이 없는 생활들. 오랜만에 들깨 가득 들어간 고사리미더덕찜을 먹었다. 미더덕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 바다향 가득 참 맛있었다. 들깨, 고사리 이런 맛보단 미더덕이 더 비중있게 다가오는 걸 보면 나도 참 유치한 입맛. 밥 반공기에 찜만 두 공기를 먹었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day3] 디어 마이 프렌즈

한국에 도착하고서 벌써 시간이 휘릭. 고교 동창 둘과 친구들의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다. 장소을 정할 때부터 아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바닷가 까페에 자리잡고 친구들의 남편들이 아이들을 양떼처럼 몰아 바닷가에 가고 우리는 시원한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울면서 걸어들어올 누리를 예상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의 아이들을 번갈아봤는데, 웬걸.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바닷물에 흠뻑 젖어 즐겁게 놀았다. 거기까지 아이들의 몫이 끝나고 뒷일을 해결하는 건 고등학생에서 부모(아이구 어색해라)가 된 우리 몫. 바닷가 근처 낡은 민박집에서 아이당 2천원씩 주고 물로 씻겨 유명하다는 가자미미역국을 먹으러 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멀리서 온 친구 가족과 헤어지기 좋은 고속도로 입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