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life] 긴 욕조의 장점

토닥s 2013. 2. 18. 20:59

지난 주에 바르셀로나의 상인이가 욕조에 물받는 중이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응 욕조 목욕?'하다가 좋다길래 '나도 해볼까'하고 날을 잡았다.  잡은 날은 요가가 있는 날인 일요일, 요가 후.



아주 오래 전에 B언니가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사다준 입욕제.  한국에 갔을 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길래 '혹시'하면서 챙겨왔다.  나 역시도 욕조가 있는 집에 계속 살아왔지만, 여기서도 한국서도, 한 번도 욕조 목욕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왠지 물이 낭비되는 것 같았고, 욕조 청소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목욕은 목욕탕에서 해야지!' 하면서.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도 "목욕탕 목욕탕" 노래만 부르고 목욕탕 갈 겨를이 없어, 3주를 있어도, 그냥 왔다.  몇 년 묵은 때를 불려 씻어 줘야 할 것 같아 상인이의 격려의 힘 잆어 바로 날 잡은거다.  또 요 며칠 뒷목과 어깨가 뻐근해서 누리 들어올릴 때마다 "윽.."하곤 해서.  지비가 맛사지 해준다지만, 하도 세게 잡아대서 싫다고 도망다녔다.


요가 다녀오자말자 욕조 씻고, 그러면서 정말 욕조 목욕이 이로운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물 받고 입욕제 몇 알 던져 넣었다.  조금의 시간이 아까워 물이 차오르 시작하자 바로 욕조에 들어가 앉았다.


나는 집의 욕조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기에 물 담아 목욕해보는 건 꿈도 못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야 깨달았다.  긴 욕조가 목욕물을 아끼기에 되려 좋다는.  물을 1/3쯤만 채워도 들어가 누우면, 긴 욕조니까 가능하다, 물에 몸이 잠긴다.  어정쩡하게 욕조가 짧으면 앉아야하고, 최소한 가슴팍까지 물을 채우려고 해도 꽤 많은 양의 물이 필요 할 것 같다.

물론 이쯤에서 내 부피가 커서 1/3만 채워진 물이 확 수위를 높이는거라 생각할 사람도 있겠다.(- - );;  부정하기 어렵다.


샤워로 흘러보내는 물이나 1/3쯤 담아 욕조목욕을 하는거나 비슷할꺼라는 지비의 말에 힘입어 요가를 한 뒤엔 그 상으로 내게 욕조목욕을 하사하기로 했다.  욕조를 씻는 번거로음쯤 감수하고도 할만하다.  아, 일요일!  담엔 더 뜨거운 물을 받아야지.


그래도 지구야 미안해.  평소에 물 많이 아끼려고 노력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