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taste] Pancake Day

토닥s 2013. 2. 13. 21:23
마트에 가보면 일년내내 기념할 날이 있다.  마트로선 기념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상품판매기간인데, 이런 것만 부지런히 따라 가도 일년이 가득찬다.  그런 걸 상술이라고 하는데, 한 여름을 제외하고 날씨가 평평하다 못해 심심한 이곳에서는 그 상술에 휘둘려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아주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하여간 어젠 팬케이크데이 Pancake Day.  



팬케이크데이의 유래는 부활절 전 금식기간에 앞서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서 왔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영국에선 팬케이크가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난주 마트에 가보니 냉장고 하나에 팬케이크만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거 보면서 '집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팬케이크 가루가 내게도 있었지' 하면서, 드디어 그 녀석을 먹어치우자고 마음먹었다.  한국슈퍼에서 주문한 오뚜기 핫케이크 가루. 


어릴 때 그걸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핫케이크가 아니라 크레페 혹은 부침개 수준으로 힘이 없었다.  그 이유가 거품기를 사용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핫케이크 가루를 사면서 거품기도 저렴한 걸로 하나 샀다.  그리고 반년도 더 지났네.
거품기 말고도 저울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오뚜기 핫케이크 가루가 시키는대로 500g 한 봉지를 다 만들기엔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그래서 겸사겸사 저울도 샀다.  누리의 이유식을 준비하면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팬케이크데이를 빙자하여 조금 일찍 샀다.  사서 저울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보자면서.( ' ')a


정확하게 반인 250g과 우유 135ml, 달걀 하나 준비하고 시작.  마침 알렉산드라가 차 마시러 온대서 시간에 맞춰 5분만에 준비 끝.


어린 날의 크레페 같은 팬케이크의 원인은 거품이 일지 않은 달걀+우유에 있었던 것이라며 열심히 거품기로 저어주고, 핫케이크 가루 투입.  집에 있는 100% 카카오 가루 한 스픈도 투입.






정확한 계량 때문인지 무척 질척질척했다.  어릴 때 기억은 액체에 가까운 것 같았는데.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






어린 날의 실수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 며칠 전부터 검색을 한 결과, 구울 때 제때에 뒤집어 주는 것도 중요하단다.  구멍이 숭숭 생길 때 딱 한 번 뒤집어 주는 센쓰.  

아, 또 한 가지는 달걀 후라이하듯 기름을 붓지 않는 것.  블로거 가라사되, 기름을 팬에 부어 닦아주어야 한단다.






카카오 때문이지 절대로 탄 건 아니라면서.
참고로 프라이팬이 작은 거라 팬케이크도 누리얼굴보다 작다는.









오후에 알렉산드라에게 구워만 주고, 맛만보고 먹지는 않았다.  저녁 먹고 디저트 삼아 지비 하나 구워주고 나도 구워 먹어보니. 컥컥.. 너무 드라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먹던 지비가 "이건 팬케이크가 아니라 빵같다"며 "크레페 같이 얇아야 한다"기에 "그냥 먹어!"라고 했는데 내가 먹어보니 진짜 드라이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냉장고에 있던 그릭 요거트를 올려 먹었다.  지비 미안해.









완전 밀가루에서 시작하지 않고 핫케이크 가루를 사용했으니 완전한 홈메이드라 할 수 없다는 지비의 말은 뒤로 하고 뿌듯해하면서 먹었다.  우유 한 컵과 함께.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럽 같은 건 사지도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핫케이크 가루에 약간의 단맛이 있는 모양인지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참고로 내가 넣은 카카오 가루는 쓰기만 쓰고 단맛은 없다.  그릭 요거트도 달지 않은 맛.  그래도 요거트의 시원새콤한 맛과 쌉싸름한 카카오, 그리고 약간 달콤한 핫케이크가 어우려졌다.


문득 카카오 가루 넣지 않고 그대로 팬케이크를 구워 그 안에 팥을 넣으면 도라야키가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  팥캔도 있는데 한 번 해볼까?(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