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keyword] Christmas

토닥s 2012. 12. 22. 06:25

영국에도, 아니 서구문화권에도 '명절증후군'이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한국의 설과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은 미국문화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중에서 더 힘든 것을 고르라면 당연 크리스마스다. 

여럿이 모이는 식사를 준비해야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써야하고, 식구 수대로 크던 작던 선물도 준비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오는 광고들은 보는 재미와 더불어 감동을 주곤 하는데 올해 최고의 광고는 바로 이거다.  물론 내 기준에서.  며느리의 '명절증후군'이 떠오르는 광고고 누구나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광고다.  모리슨은 슈퍼마켓체인.



이곳에 외떨어져 사는 우리야 친구들과 밥 한 끼 또는 차 한 잔하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 게 전부인데 어째 올해는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친구들이 다 고향으로 간다.  지비는 벌써부터 긴 휴일+재택근무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나를 달달 볶는다. 

이곳의 공식적인 휴일은 크리스마스 25일, 박싱데이Boxing Day 26일 그리고 1월 1일 뿐이다.  하지만 22일 23일 주말에 24일 하루 휴가를 내면 25일 26일까지 연달아 쉰다.  많은 오피스들이 1월 1일까지 문을 닫는데 지비의 경우는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미리 매니저에게 이야기해 27일 28일을 재택근무하고 29일 30일 주말을 쉬고 31일 하루 휴가 내고 1월 1일까지 쭉 쉰다.  나는 그저 누리를 지비에게 안겨놓고 푹 쉬고 싶은데 지비는 나를 달달 볶는다.  어디에 갈껀지, 누구를 만날껀지.  정말 휴일에 대한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선 그저 집에 뒹구는 게 제일인데.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나를 달달 볶아도 답이 없다.  일단 우리에겐 누리가 있고, 우리에겐 차가 없다.  누리를 낳고 차를 팔았다.  그리고 25일엔 대중교통수단이 운행하지 않고, 26일엔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예고되었다.  집에 있자, 지비야.


2년 전 크리스마스에 한국에 가려다 몇 cm도 안되는 눈때문에 히드로 공항이 멈췄다.  덕분에 내 비행기도 취소됐다.  며칠만에 겨우 표를 구해, 돈으로, 크리스마스에 한국에 갔다.  그 이후론 크리스마스 언저리엔 여행 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올해는 물난리로 귀성객(?)들의 발이 묶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지난해, 비행기 말고 기차로 파리에 다녀왔다.  올해는 이러저러 사정으로 꼼짝마했는데 크리스마스마다 볶이느니 차라리 내년엔 폴란드 가자고 했다.  2년 전에 生고생하고 겨울엔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는 쉬는 동안 시내에 한 번 나가고 싶다.  지비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시내로 가자면 기겁을 하겠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창일때 시내 한 번 가고 싶다.  동네만 있으니 여기가 영국 런던인지 한국의 어느 한적한 동네인지 나조차도 감이 안온다. 


12월 초에 지비랑 나는 각각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랐고 지비는 이베이에서 나는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지비가 포장해주지는 않을테니 25일 아침에 뜯으려고 온 박스 그대로 선반에 올려뒀다.  히히.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그럴싸한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를 더 추가했다.  무엇보다 내게 가장 큰 선물이 되겠고, 한국의 가족들에게도 선물이 될지 모르는.  한국가는 표를 샀다.  흐흐.

5월에 만나요!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