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book] 의자놀이 / 77일

토닥s 2012. 12. 12. 01:16


공지영(2012). 〈의자놀이〉. 휴머니스트.


소설가 공지영이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 다루었다길래 읽어봐야지 했다.  이름있고 책 잘팔리는 소설가가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근데 나는 소설인줄 알았다.  받아보니 '르포타주'라고.  그건 뭔가?  그거 볼때도 그래도 여전히 소설인줄 알았다.  '르포 같은 소설인가'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니네'라고 알게 됐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걸 왜 책으로 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많이 팔렸다고는 하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기 전에 모르는 사람이 찍어 먹어본 경험담 같다고나 할까.


물론 많은 자료들에서 추려서 쌍용자동차 파업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나는 소설가가 쓴 글이기에 그런 수치보다, 사실보다 다른 걸 기대했다.  그런데 책은 추려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쌍용자동차 파업을 보여주는 게 전부다.  사실 그런 건 대학생 학기 과제로 내줘도 잘하지 않을까.  복사와 붙여두기로.  내용을 추려오는 과정에서 한 르포작가와 그리고 하종강과 표절에 관한 설전도 있었나보더라만.


책 판매 수익금의 일부가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인한 해고자들의 활동에 기금으로 가기도 한다니 그에 위안을 삼자.  나랑 비슷한 불만은 가진 사람이라면 미디어충정에서 낸 사진기록〈77일〉을 권한다.  사진이라서 더 생생하고 더 아프다.


미디어충청(2009). 〈77일〉. 메이데이.


이 사진집의 사진은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공장의 안과 밖에서 두루 찍혔다.  이 77일의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채 파업 참자가는 물론 사측의 입장에서 동료들에게 너트를 던졌던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그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막막한 건이다.


와락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박사의 말을 들으니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아무도 그들을 믿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고립감과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 상실한 상태라고 한다.  더 이상 그들을 외롭게 만들지 말자.  우리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만이라도 힘이 될꺼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