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weeks] 조산사의 가정방문

토닥s 2012. 10. 2. 18:15

생각한 바가 있어 임신과 출산 과정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데, 그 글을 접하는 한국 지인들의 반응은 내가 '약간' 측은해 보이나보다.  한국에서 임신·출산해 본 경험이 없어 비교할 능력은 못되지만 영국의 시스템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영국의 의료, 특히 출산과 관련된 시스템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덜 상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의료가 무료인 점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세금을 기본율 20%, 연간 소득 £34,000 이상은 40%를 내야하긴 하지만.  그런데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국보다 많아보이는 세금이 그 안에 소득세와 의료보험, 교육혜택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상 한국보다 많지않다는 걸 알게 됐다.


다시, 영국에서의 임신과 출산으로 돌아가서.  덜 상업화 되어 있다는 점 외에 지향점이 '능동적인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단어는 Birth Center tour때 조산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기들은 '능동적인 분만'을 권장한다고.  조산사는 진통이 오면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기보다 자궁이 열리기 쉬운 다양한 자세를 잡음으로써 분만을 촉진하는 능동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내게 기본적인 시설은 제공하되 분만을 앞당기는 건 산모의 몫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출산을 하면서 '능동적인 분만'과 같은 태도의 문제를 제외하고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산모에게 권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분만 방법이며, 주사며, 백신이며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무조건 부모가 선택하게 했다.  물론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는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예로 임신 과정에서 필수적인 초음파 촬영은 몇 번이 되었든 모두 무료다.  하지만 그 초음파 사진을 한국에선 다 한다는 3D로 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한다.  아기의 혈액응고에 관여한다는 비타민K도 주사가 되었든 경구투약이 되었든 꼭 필요한 것이니까 무료다. 


이른바 '권장사항'이라는 것이 없는 이곳의 시스템이 모든 선택의 책임을 부모에게 주어 이곳의 시스템은 물론 출산에 관한 지식이 없는 우리로써는 매번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하지만, 내겐 그 지점이 나쁜 점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단지 선택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 어려울 뿐.  


출산 전엔 분만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에 본인이 답해야 했다.  분만을 어디서 할 것인가가 가장 첫번째 질문이었다.  그리고 진통제는 어떤 것을 쓸 것인가에서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Skin to Skin, 엄마에게 바로 인계할 것인가, 할 것인가 아니면 닦고 난 뒤에 엄마에게 인계할 것인지, 아기의 심장박동 체크를 위해 분만 중 전자기기를 사용해도 되는지, 필요한 경우 유도분만 또는 제왕절개를 할 것인지, 필요한 경우 아기를 꺼내기위해 집계와 같은 보조 기구를 사용해도 되는지 같은 세세한 질문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기의 성별을 본인이 확인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도 있었다.  많은 질문들에 생각하고 답하는 건 부모의 선택이지 어느 것 하나 권장사항이 없었다. 


출산 후엔 각종 검사와 주사, 백신에 대해 선택해야 했다.  검사를 할껀지 말껀지 동의해야 하고, 주사와 백신을 할껀지 말껀지 선택해야 한다.  비타민K와 BCG백신이 첫번째 질문으로 주어졌다.

도대체 비타민K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찾아본 한국의 경우 경구투약이 황달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비용이면이나 병원의 관리차원에서 주사제 투약이 일반적으로 행하는 것 같았다.  비타민K는 혈액응고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주사제로 한꺼번에 주어질 경우 황달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황달이 아시아인에게 많다고 이야기되어지는 바 나는 경구투약을 선택했다.  경구투약의 경우 한 번만 필요한 주사제와 달리 3번에 나누어져 진행되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하지만, 때만 맞춰 챙기면 되므로 특별히 번거로운 점도 없다.

BCG백신의 경우 나도 맞았고, 한국의 아기들은 누구나 맞는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선택이다.  내가 모든 인공적인 처치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기를 놓은 다음날 이 질문이 던져졌다.  병원에서 지금 맞든지, 아니면 일년 안에 지역의 의료기관을 찾아가 맞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병원에서 맞는게 쉬웠지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하다면 추후에 맞기로 했다.  집에와서 틈날때마다 검색해보고, 집을 찾아온 조산사들에게 일일이 물어본 결과 맞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뒤늦게 내긴 했지만, 이 뒤늦은 결론을 후회하진 않는다.


일일이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이 전혀 다른 곳에서 자라난 지비와 나에겐 꼭 필요한 과정이고 공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요기까지 '아' 다르고 '어' 다를뿐 큰 차이는 없었지만, 초보 부모에겐 마치 커다란 절벽의 차이처럼 느껴졌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출산과정을 담은 포스팅을 보면서 친구들은 둘째때는 보다 나은 환경인 한국에서 낳아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비교체험을 위해서 좋긴하지만, 둘째를 낳을 생각은 없으므로 무효.  상업적이지만 무엇보다 산모를 위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좋아보이긴 한다.  여긴 무조건 아기 중심인 것 같다.  약간은 각박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이곳의 시스템에도 누구나 좋다고 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조산사의 가정방문이다.

영국은 첫번째 출산의 경우 분만 이후 24시간만 병원에 머물고 퇴원한다.  대신 조산사가 집으로 3번 정도 방문에 출산 후 산모와 아기를, 주로 아기를, 체크한다.

나는 화요일 아침에 누리를 분만하고, 수요일 저녁에 퇴원했다.  출산 과정에서 출혈이 많아 남들보다 약간 길게 머물렀다.  목요일 아침 첫번째 조산사의 방문이 있었다.


첫번째 조산사의 방문에서는 특별한 체크를 했다기보다 정보를 체크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있을 방문이나 검사들에 관해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지.  본격적인 산모와 아기의 체크는 두번째 조산사 방문에서 이루어졌다.

두번째 방문한 조산사는 출산 5일 후인 일요일에 왔다.  5일 동안 아기의 몸무게가 늘었는지를 체크하고, 황달과 같은 것도 있는지 체크했다.  우리는 비타민K의 경구투여를 선택한터라 병원에서 이어 두번째 비타민K를 조산사가 주었고, 혈액체크를 위해 샘플을 받아갔다.




몸무게 체크를 위해 기저귀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벗겨야 했는데, 이 때문에 누리가 울기 시작했다.  싫다고 우는지, 춥다고 우는지는 몰라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혈액 체취 후 일회용 밴드로 처치한 누리의 뒤꿈치.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한다.  문제가 없어도 좀 알려주면 좋을텐데.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여긴 자기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겐 참 이상하게 들리는 이야긴데 지비도 혈액형을 모른다.  폴란드에서 검사한 적이 있으니 찾아보면 어딘가 있을꺼라고만.  헐.

걱정마라 누리야.  나는 O형이니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Have yourself. ( ' ');;

 


두번째 비타민K를 경구투여하고 있는 중.  마지막 비타민K는 28일째 GP로 가서 하게 된다.  조금씩 비타민K를 취하게 된 이유인지, 그저 누리가 건강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누리는 아직 황달과 같은 증세는 없다.

그리고 태어난지 열흘이 되던 날 세번째 조산사의 가정방문이 있었다.  두번째 가정방문과 마찬가지로 아기의 몸무게를 체크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그리고 이후는 Health visitor가 관리할 것이라는 안내를 해주었고, 모유수유에 문제가 있어 모유수유를 지원해주는 조산사를 바로 연결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그래도 지비가 있을 땐 한국의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추석맞이 화상통화도 하고, 블로그 포스팅도 했는데 지비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끝내고 일터로 돌아간 월요일부터는 나는 누리 옆에서 '꼼짝마'다.

누리야, 꼼짝마 대기해도 좋으니 울지만 마라. ( i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