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7weeks] 쭉쭉은 않지만 빵빵은 한

토닥s 2012. 6. 22. 21:47

임신성 당뇨 검사 Gestational diabetes

 

임신 중후반기 임신성 당뇨 검사 때문에 병원에 왔다.  10시가 예약한 시간이었는데, 오늘 버스조합 파업으로 약간 집을 일찍 나섰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10분이면 올 거리에 병원이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과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시간 모두 더해 30분이면 될 것을 오늘은 한 시간 정도 잡고 나섰다.  어제 마침 병원 의사들의 (유사)파업도 있었기 때문에 병원이 붐비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일찍 나선 길이었다. 


 

예약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대기자도 1~2명이라 예약한 시간에 채혈을 할 수 있었다.  1차로 갑상선 검사까지 더해 피 4개 뽑고, 주어진 음료수를 마시고 두 시간 뒤에 있을 2차 채혈을 기다리는 중이다.

임신 전과 초기 일반 혈액 검사를 통해 당뇨를 체크하기도 하지만 오늘과 같은 검사가 모두에게 진행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엄마쪽으로 가족력이 있고, 아시안이라 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검사 요청서에 되어 있다.  지금 그 검사 요청서를 보니, 이전 임신에서 임신성 당뇨가 있었던 경우,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 쌍둥이 이상을 임신했을 경우, 이전 임신에서 4Kg이상의 아기를 출산한 경우, 정기적인 약물치료 중에 있거나 이력이 있는 경우가 임신성 당뇨 검사가 필요 요건이 되는 모양이다.

 

어젯밤 먹은 저녁 이후 금식하고 오늘 오전 이 검사에 응하게 예약이 되어 있었다.  자정 이후로는 물 마시는 것만 허용된다.  그래서 어제 오후부터 어떤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오늘 오전 10시까지 덜 배가 고플까를 고민했다.  고민해도 별 답은 없어서 어묵을 듬뿍 넣은 떡볶이를 해서 밥과 함께 먹었다.  잠들기 전엔 든든해서 낮 12시까진 괜찮겠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약간 출출한 느낌.  지비가 아침밥, 아니 아침빵을 먹는 동안 찬물 두 컵 마셨다.  그리고 검사가 끝나자 마자 먹을 과일을 챙겨들고 병원에 온 길이다.

10시에 1차 채혈을 하고, 주어진 음료를 마시고 두 시간 뒤에 2차 채혈을 한대서 이상한 약을 음료로 주면 어떻게 하지 고민했는데, 예를 들면 위내시경할때 먹게 되는 이상한 약물 같은 것, 오렌지맛 에너지 드링크를 줬다.  두 시간 뒤에 검사를 해야하니까 시간 오래 들이지 말고 마시라고 간호사가 일러주었는데, 탄산이 들어있는 에너지 드링크를 원샷으로 마시는 것도 나는 힘들다.  차라리 우유나 아이스커피면 모를까.  어쨌든 지금은 그 에너지 드링크를 겨우 마시고 2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대기방의 의자는 편한데, 전기 플러그가 없어서 내가 얼마나 넷북으로 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충전을 가득 안해와서.(i i )

근데 임신부를 이렇게 배고프게 해도 되는거야?  배고프다, 잇힝.

 

쭉쭉은 않지만 빵빵은 한 몸매

 

임신부 요가 수업에 새로온 임신부가 날더러 몇 주냐고 물었다.  나의 주 수를 말해주니 배가 너무 작단다.  어제 만난 Y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지비도 그렇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건 보는 사람 입장이고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불어나는 게 놀랍다.

 

예로, 얼마 전 마터니티 옷을 사려고 열흘 정도 간격으로 갭에 들렀다.  처음 갭에 들렀을 때 옷을 골라 입어보기만 하고 한국에서 친구에게 받을 것이 있어 그 뒤에 사야겠다고 그냥 돌아나왔다.  그때 골라 입어본 사이즈들이 M사이즈였는데,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옷 몇 가지가 크기가 너무 큰 느낌이었다.  그때 친구에게서 받고 나면 다음에 와서 S사이즈를 입어보고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나왔다.  열흘 뒤쯤 옷을 받고, 어떤 옷을 추가해서 사야할지 선명해져 다시 갭에 들렀다.  전에 마음에 들었던, 하지만 사이즈가 컸던 옷들의 S사이즈를 입어봤다.  그런데 S사이즈가 나에게 작은 것이다.  전에 입어봤던 M사이즈를 다시 입어보니 그 옷이 사이즈가 맞는거다.  '이럴 수가' 하면서 M사이즈 옷 몇 개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어제는 오랜만에 이자가 내게 준 임신부용 바지를 입었다.  얼마 전까지 그 바지가 엉덩이와 허리가 헐렁하고, 배위로 덮이는 부분마져 헐렁해서 늘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는데 어제는 그 바지가 꼭 맞는 것이 아닌가. 

불어나는 내 몸에 또 놀람.(' ' );;

 

끝으로, 밤에 얇고 미끄러운 소재의 파자마를 입고 잔다.  아침에 깨어보면 바지는 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있고, 윗옷은 그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배를 내놓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이불을 덮고 있을 때도 있지만, 지비가 이불을 돌돌말아 자고 있을 때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게 문제다.  조만간에 이불을 하나 더 장만해서 따로 덮고 자던지 해야겠다.



혼자서도 최근들어 하루가 다르게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고 있다는 걸 느꼈는데, 근래 들어 일어난 몇 가지 증후들을 볼 때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며칠 전 지비도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네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야."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