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8weeks] 임신부의 또 다른 고통, 피부 가려움

토닥s 2012. 6. 30. 05:54

E45 크림


친구 엄양이 임신했을 때 7개월 무렵 무척이나 가렵다고 했었다.  그 기억이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최근 들어 내가 가려운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그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5월, 런던의 기온이 갑자기 올라갔을 무렵 목 근처의 가려움은 머릿카락이 닿은 것이 원인이었던지, 머릿카락을 한 묶음으로 묶어줌으로써 간단히 해결 됐다.  그런데 한 2~3주 전부터 배가 무척 가려웠다.  나도 모르게 긁은 탓인지 가려운 부분은 색이 다른 부분과 달리 붉으스름했다.  내 경우는 특히 외출에서 돌아온 후가 심했다.


책에서 읽은 바로는 이 시기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렵기도 하고, 살이 트기도 하니 충분히 수분크림이나 오일을 발라주라는 정도의 조언만 있었다.  그런데 내 배가 가려운 것은 건조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혼자서는 이게 '살이 틀 징조인가'하면서 열심히 오일을 발라주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민감해진 피부와 옷의 마찰이 이유라고 혼자서 결론 내렸다.  


별다른 방법이 있나, 배를 덮도록 되어 있는 바지 허리의 밴드 부분을 접어서 입고 다녔다.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나름 어렵게 구한 마터니티용 레깅스, 배를 덮도록 되어 있는 레깅스는 입지 못하게 됐다.  왜 이곳의 마터니티 바지들이 모두 배 아래까지만 있는 모양인지 알게 됐다.  나는 사실 그게 싫어서 굳이 배를 덮도록 되어 있는 레깅스를 구한 것인데, 그것이 소용이 없게 되었다.  배를 덮지 않는 모양으로 된 레깅스와 바지를 구입해야 하나 어째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주 초 병원에 28주차 진료를 갔다.


혈압, 아기 심장소리 체크, 소변 검사 등 일반적인 검사를 하고 이전에 받았던 갑상선 혈액 검사와 임신성 당뇨 검사 결과를 들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소리를 듣고, 예약해야 할 다음 방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미드와이프가 다른 불편함은 없냐기에 배 피부가 가렵다고 했다.  미드와이프가 다른 곳이 가렵거나 반점 같은 것이 손이나 발바닥에 생기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지금은 배 피부만 가렵다고 했더니 한 번 확인하고서는 아무 약국에나 가서 E45라는 크림을 사서 바르라고 했다.  "E45?"라고 내가 다시 물었고, 미드와이프는 "E! 45!"라고 또박 또박 다시 말했다.  배에 바로 발라도 괜찮냐고 다시 물었고, 미드와이프가 괜찮다고 확인해주었다.  약간 복잡한 다음 방문을 예약하고 집으로 오면서 곧바로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 Boots으로 갔다.  Boots는 약+화장품을 파는 슈퍼마켓 정도.  물론 약국이기도 하다.


E45라는 제품을 찾아들고 보니 Boots에서 본적이 있는 상품이었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된 셈.  E45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크림도 있고, 로션도 있고, 오일도 있고, 바디샴푸도 있고.

일단 내가 사려고 했던 것은 크림.  크림도 두 가지가 있었다.  그냥 크림과 itch relief 크림.  가격으로 itch relief가 더 비싼 것으로 보아 신제품이거나 효과가 빠른 크림이라 그것을 덥석 집었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부터 이 itch relief를 쓰면 나중에 가려움 심해지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일반 크림을 샀다.  집에 도착하자 말자 가려운 곳에 발라봤다.  시원한 느낌에 '아 좋아..'가 절로 나왔다.

다음날 예전처럼 바지를 입어도 가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구입한 마터니티 레깅스들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마저 좋아졌다. 

E45, favorite item에 올려주겠어.(^ ^ )


E45포장지에 있는 의학용어들은 낯설어 건조한 피부, 가려움에 쓰이는 크림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 크림을 사용한지 하루 이틀 지나서 (돈 안되는)일로 얽혀있는 킹스톤 그린 라디오에서 뜻밖의 추가 정보를 얻게 됐다.


Eczema


킹스톤 그린 라디오에 한 달에 한 번 하는 'Natural Health Show'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내가 갔던 수요일에 첫 방송이 있었다.  첫 방송의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Sam이 "#$@#$"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다시 물으니 아스마asthma, 천식,라고 들리는 듯해서 아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Sam이 asthma가 아니라 eczema란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wiki를 찾아보여주었는데, 우리가 아토피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eczema라는 단어는 E45의 포장에서도 얼핏봤던 단어였다.

한국에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었는데, 여기선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는 것 같아서 여기서도 아토피, 또는 여기식으로 eczema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다.  꽤 많단다.


http://en.wikipedia.org/wiki/Eczema


영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홉 중에 한 명이 이 eczema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다고해서, 진행자 Anna가 와서 준비하는 동안 한국 뉴스를 검색해봤다.  한국에선 셋 중에 한 명.  꽤 높은 편이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둘다 화들짝 놀란다.  


그날 마침 초대 손님이 이 eczema 환자 모임을 영국에서 최초로 만든 Lulu라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는데 태어나고나서 얼마 뒤부터 이 eczema로 평생을 고생했다고 한다.

두 시간 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eczema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병이고 자기 스스로 면역력과 치유력을 높이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Lulu의 경우는 E45가 맞지 않았고, 코코넛 오일이 좋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 반대란다.  

Lulu는 환자면서 엄마이기도 해서 아이의 eczema를 예방하기 위한 이런 저런 정보를 주었는데 그 중에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물티슈를 쓰지 말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유명한 데톨 같은 상품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권할 것은 못된다고 이야기했다.


아기가 생기면 요즘 엄마들이 가장 많이 쓰는게 물티슈고, 나도 아기가 생기면 데톨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엥?'하고 귀를 쫑긋세웠다.  그런데 이 대목은 진행자인 Anna도 동의했다.  Anna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육아하는 엄마들의 모임 같은 걸하고 있어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었다.  번거롭지만 따듯한 물로 씻어주는고 말려주는 게 좋다는 말.  그 말 우리도 다 알지만, 그리 안되는 게 현실이건만.  나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번거로움과 편리함.


아, 알아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이 많구나.( ' ');;

그래도 가려움을 해결 할 수 있었다는데 일단 행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