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3weeks] 가슴과 가슴팍 수난기

토닥s 2012. 5. 30. 00:31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면 임신 5~6주는 큰 신체의 변화를 느낄 시기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 외에도 '그냥 신상이 불편했다'.  당시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그 즈음 임신을 확인하고 그 '신상의 불편함'이 임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되짚어본 경우다.

평소에도 한 몸매(덩치)하는지라 몸에 꼭 맞는 옷은 입지 않는데, 그나마도 임신 8주경이던 2월 중순엔 입고다니던 청바지를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긴 니트형 원피스를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타이즈와 함께 입고 다녔다.  불편한 것보다 차라리 추운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신상이 불편했다.  임신 4~5개월까지 기존의 옷을 입는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보면 심리적인 이유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아니면 단순히 살이 많이 찐건가.(o o );;


얼마전까지는 겉옷만큼, 겉옷보다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든 것 속옷이었다.  특히 브라.  그렇지 않아도 글래머(?)인데 임신후 불어나는 가슴 때문에 일찍이, 임신 7~8주경이던 2월에 벌써 임신부용 브라를 구입했다.


산전 브라 Maternity Bra


임신을 확인한 후 '신상의 불편함'이 나날이 커지면서 임신부용 브라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는 그다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한국에서 구매하려고 검색해보니 한국에는 종류는 다양하지만 너무 비싼거다.  임신부들에게 알려진 브랜드의 임신부용 브라의 가격은 한 개에 13~14만원쯤 했다.  임신 초기에 구입해서 출산 직전까지 입을 수 있도록 특수소재를 이용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소 2~3개 정도는 필요할텐데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선물해주면 입을까 내 돈으로 사입기엔 부담이 됐다.  더군다나 나는 한국에서 여기로 보내는 비용도 있으니까 말이다.  근데 한국의 임신부들은 그런 걸 잘도 사입는다는 사실에 약간 놀람.(. . );;

'돈 없으면 마음을 접어야지'하면서 이곳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백화점·잡화점 격인 Debenham에서 마터니티 브라를 찾기는 했는데, 이곳의 사이즈 규격을 가늠할 수 없어 집에서 가까운 Westfield에 있는 매장으로 직접 갔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사이즈를 확인하고 입어봤다.  이곳에서는 속옷도 피팅룸에서 입어볼 수는 있지만, 한국처럼 친절하게 사이즈를 재주거나 상담해주진 않는다.  오히려 직원은 임신 8주 경에 마터니티 속옷을 사겠다는 나에게 "지금은 필요없고, 5개월쯤에 사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신상의 불편함'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24를 주고 하나를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온 브라를 손빨래를 해서 말려 다음날 입어보고 '아 좋아..'하면서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i i)  그리고 며칠 뒤 같은 걸로 2개를 더 샀다.

내가 사온 브라는 사이즈C-F로 역시 한국의 임신부용 브라처럼 임신기간 전체를 입을 수 있는 브라였다.  사이즈(가슴둘레)는 임신전과 똑같은 사이즈를 택했는데, 블로거 가라사되 그러는 거라길래, 그게 실수였다. 


산전산후 브라 Maternity & Nursing Bra


처음 산 마터니티 브라에는 고리가 4개 있어 가슴둘레가 늘어날 때마다 하나씩 뒷칸으로 옮겨가며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처음엔 가장 안쪽에서 두번째 칸에 고리를 걸어 사용했고, 점점 한 칸씩 물러남에 따라 얼마전엔 마지막 칸에 고리를 걸어 사용해야했다.

Debenham에서 구입한 마터니티 브라는 몰드형으로 컵에 봉제선이 없다.  그건 좋은데 몰드형이다보니 두께가 좀 되서 날씨가 따듯해지는 5월이 되면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가슴둘레도 딱 맞고.


몰드형이라서, 가슴둘레가 딱 맞아서 오는 불편함 말고도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함이 생겨났다.  임신을 하면 가슴이 커지는데, 그 방향이 앞으로 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약간 밖으로 향해 커진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Debenham에서 산 브라는 가슴을 너무 앞으로만 '심하게' 모아 가슴팍과 가슴이 벌겋게 됐다.  외국여자들이 가슴이 풍만에서 가슴팍과 가슴골이 아름답게 보이는게 아니라 외국엔 속옷이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래서 Debenham과 같은 곳 말고 임신부를 위한 전용브랜드에서 사면 다를까 싶어서 마더캐어Mothercare를 기웃기웃.  마더캐어는 임신부를 위한 물품은 물론 출산, 육아용품을 파는 브랜드다.  £13로 가격까지 저렴해서 나를 흐뭇하게 했지만, 단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Firm support bra라고는 하지만 몰드형이 아니라 면으로만 되어 있어서 x표시를 숨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  걱정만 됐지, 편하고 보자는 생각에 30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했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산전산후 브라라서 출산후에도 쓸 수 있는 브라다.  작은 고리가 달려 있어 모유수유 때 커버를 편하게 벗길 수 있다.  한국의 웹사이트에서는 가슴 모양의 유지를 위해 산전산후 겸용 브라보다는 산전 브라 따로, 산후 브라 따로 사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고리가 윗부분에 달려 있고, 컵의 모양은 똑같으니 특별한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산전산후 브라를 구입했다.  가슴이 약간 밖으로 향하도록 되어 있어 훨씬 편하다.  가슴둘레 사이즈를 이전에 Debenham에서 구입한 것보다 한 단계 큰 것으로 구입했다.

조금 저렴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혹시 출산전에 이것마저 작아져 다시 구입을 해야할지 모르니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2개를 바로 구입해 역시 손빨래 해서 다음날 입어보니 '아 더 좋아..'다.( i i)


임신부용 수면 브라 Maternity Sleep Bra


좀 얇은 옷을 입을 땐 크기가 꼭 맞기는 하지만 처음산 몰드형 마터니티 브라를, 평소엔 뒤에 산 산전산후 브라를 입는다.  지난 주부터

갑자기 더워진 탓이기도 하지만 잠을 잘 때 가슴이 답답해서 이곳저곳 기웃하던 중 발견한 마터니티 수면 브라.  2개 £24면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변명하면서 덥석 구입.( ' ');;

랩형이라 가슴팍을 답답하게 조이지도 않는다.  너무 받쳐주고 조여주는 기능이 없지만, 잘 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구입했는데 참 잘한 선택이라고 흐뭇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벗고 자기엔 좀 이상하잖아.  어깨부분도 얇은 끈이 아니라 넓은 밴드, 셔츠 같아서 편하다.


더워진 날씨에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고, 아침저녁으로 속옷(특히 브라)을 편하게 바꾸어 입으면서 가슴과 가슴팍에 생겼던 좁살같은 땀띠들은 많이 가라앉았다.  어떻게보면 꼭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지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 일신에 편안함을 가져다 준 것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지출이었다.  그 비용지출로 내 가슴과 가슴팍의 수난은 잠시나마 소강 상태라 행복.



※ 이번에도 늦어져 이번 주는 사실 24주.  시간이 빨리 흘러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