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1weeks] 임신부가 먹어야 할 영양보충제

토닥s 2012. 5. 15. 00:50

지비의 형 마렉은 화학인가 물리를 전공한 박사다, 화학과 물리는 참으로 다른 학문이건만.  강의도 하지만, 전임연구원 격으로 대학에서 일하는데 지비 말에 의하면 주로 운동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학인지 물리인지 헛갈리는 것이다.  하여간,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은 마렉은 무척 먹는 것, 그 질에 관한 관심이 무척 많다.

지난 2월에 폴란드에 갔을 때 아무리 맛있게 요리한 음식들을 먹어도 딱 입맛에 맞지를 않았다.  임신 10주차로 그때가 그럴 때였던 것 같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있어도 라면 국물이 그리웠다고 해야하나.  평소엔 라면만 건져먹으면서 왜 그때 짭쪼롬한 국물이 그리웠던 걸까.  그래서 슈퍼마켓에 장보러 갔을 때 그 대안으로 버섯 크림 스프를 사왔다.  내가 그 스프를 집어들 때 마렉이 "그건 인공가공품이야.  음식도 아닌 nothing이야."라고 말했다.  그래도 난 먹어야겠기에 사왔다.

폴란드에 다녀온 후에도 지비가 마렉에게 전화할 때마다 지금이 몇 주차면 어떤 영양제(성분)를 먹어야 한다고 마렉이 조언을 해주곤 했는데, 그 전화 뒤엔 지비가 나를 쪼으기 시작했다.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는데 알아보라는 둥, 병원 갈때 어떤 영양제가 더 필요한지 물어보라는 둥.  좀 피곤했다.


한국의 병원처럼 '권장사항'과 '선택사항'이 많지 않지만,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최소한의 필수사항'은 지킨다가 지금까지의 내 판단이고 나의 희망사항이다.  그래서 물어볼 수는 있지만, 의사나 미드와이프가 이야기하지 않는 걸 '개인적으로' 사서 먹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영양성분이라는 건 자연상태에서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낫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함량의 영양제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서.


엽산


'아이는 결혼식 후에'가 대략의 계획이었다.  지난해 봄 결혼 후 영국에 돌아오고서부터 '슬슬 준비모드'로 엽산을 구입해서 먹었다.  엽산은 별로 비싸지 않지만, 좋은 걸 먹자는 생각에 한 상품을 고르고나니 시중에서 파는 다른 것들과 가격 차이가 꽤 됐다.  보통 120알에 £3~4정도 밖에 안하는데 그 3~4배 가격은 됐으니까.  배송비 포함하면 얼추 £20.  그런데 찾아보니 그 사려고 하는 상품이 미국제품이었다.  혹시해서 미국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알아보니, 마침 1buy 1get free, 하나 사면 하나 무료가 있어 배송까지 포함해도 엽산제 두 개를 £16 근처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비와 함께 먹기 시작했는데, 나는 계획하면 금새 아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한 병을 둘이서 다 먹고, 두 번째 병을 먹기 시작할즈음 지비는 "내가 꼭 먹어야 할까?"하고 먹기를 중단 혼자서 먹었다.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두 병을 주문했다.  세 번째 병을 비우고, 네 번째 병을 먹기 시작할즈음 아기가 생겼다.


칼슘+비타민D3


처음 GP에 갔을 때 의사가 엽산과 칼슘을 처방해주려 하였다.  엽산은 먹고 있는 게 있다고 하니 칼슘만 처방했다.  그러면서 12주쯤 엽산을 엽산+철분으로 바꾸어야 하니 그때 되면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그 뒤부터 엽산과 칼슘을 먹었는데, 문제는 칼슘이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칼슘은 정확하게 칼슘+비타민D3다.  씹어먹는 형인데 하루에 두 번 챙겨 먹기도 쉽지 않은데 문제는 단맛.  아침엔 비교적 잘 챙겨 먹어지는데, 오만상과 함께, 저녁엔 꼭 자려고 이 닦고 누우면 생각이 나는 것이다.  '아 칼슘!'하고.  그래서 몇 번 빼먹기도 했다.

먹던 칼슘을 다 먹고 새롭게 처방받을 때 의사에게 이야기했다.  "다른 종류의 칼슘을 처방해줄 수 없겠냐:"고, "단맛 때문에 먹기가 힘들다"고.  다른 종류도 다 달다는 의사의 말씀.(-_- );; "먹기 힘들면 약으로 먹지 말고 하루에 우유 200ml를 마시라"고.  그래서 요즘은 아침엔 칼슘, 오후에 우유 한 컵을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것도 매일 마셔지지는 않는다.


엽산+철분


마렉이 임신 중에 철분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을 했고, 지비도 나를 독촉해와 병원에 갔을 때 미드와이프에게 묻기로 약속했다.  사실 3월 말 지인의 이사를 도우러 갔는데 지인의 방으로 향하는 층계를 두 세번 오르고 나니 숨이 차기보다 어지러워서 오르기가 힘들었다.  지인의 방이 영국식으로 3층, 한국식으로 4층이기는 하였다만.  그래서 정말 나에게 철분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4월에 병원에 갔을때 미드와이프에게 물었다.  "철분제를 먹어야 할까"하고.  마침 혈액 검사를 보던 미드와이프는 "너는 먹을 필요 없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래도 "권장할 보충제는 없냐"고 물으니 꼭 뭔가를 먹어야 한다면 비타민D3를 챙겨먹으라고 했다.

그랬다고 돌아와서 지비에게 이야기해도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엽산이 떨어졌을 때 GP에 가서 다시 묻기로 약속했다.  일전에 GP의 의사가 한 말도 있으니.  엽산이 다됐을 때 GP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엽산+철분제를 처방해주었다.


한국에선 보통 엽산을 임신 12주까지 먹고 중단한다고 하는데 이곳에선 계속해서 먹는다.  또 철분만큼 또는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칼슘과 비타민D3인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다.  사람이 다르고 식습관이 다르니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 철분 섭취가 모자라니 권하는 것이고, 이곳 사람들은 평소에 칼슘 섭취가 모자라는 게 아닐까 혼자서 추측만 해본다.  일조량이 부족하니 비타민D3는 모자랄만도 하다.  그럼 이곳 사람들과 인종적으로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른 나는 한국을 따라야 하는 걸까?  이곳의 권장사항을 따라야 하는 걸까? ( ' ')a


그 외


임신하고 나니 감기증상이 자주 온다.  전체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해서 면역력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닐가 싶다.  그 때마다 지비는 비타민을 먹으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각종 비타민에는 임신한 여성에게는 의사의 상담없이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래서 과일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 사랑스런(?) 난치병인 변비 때문에 다시마환을 가끔 먹었는데, 임신 후 변비가 심해져 매일 조금씩 먹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내 난치병은 호전되기는 커녕 과일과 채소를 평소보다 많이 먹는 요즘 더욱 심해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한국은 어떤가?'하고 검색을 해보니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닌가!  철분제를 먹으면 변비가 심해진다는.( ⊙⊙)

그래서 사람들은 철분제를 스스로 중단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건 칼슘과 철분제는 함께 먹으면 서로의 흡수를 방해한다고 한다.  챙겨먹기도 힘든데 시간까지 따로 먹어야 한단 말인가.  정말 챙겨야 할 것이 많구나.( i i)



앗!  우리 아기 첫 선물. :)

양말이 어찌나 작은지 곰인형한테도 안들어간다.

이걸 선물한 M씨는 내가 얼마 전에 올린 글, 딸의 물품을 핑크로 도배하지 않겠다는, 때문에 핑크 아닌 것을 찾으려고 애썼단다.  고마워요!


시간이 흐르면 그리워질, 고마운 사람들만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