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coolture] The Big Questions

토닥s 2012. 1. 9. 07:44

BBC1TV The Big Questions, 2년 전쯤 지비랑 일요일 아침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1년 전에 살던 곳은 TV가 없어 잊고 지냈다가 오늘 아침 이 프로그램을 보고 반갑게 시청했다.

BBC1에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토론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지역마다 순회를 하고, 이슈 관련자들이 앞에 앉고 일반관객은 뒤에 앉아 간간히 의견을 밝히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점이 없다. 
하지만 선정되는 이슈들을 볼때 상당히 '선정'적인 면이 있다.  선정적이기는 해도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생각이 들고, 이 영국이라는 땅에 어떤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왜?  앞에서 말했듯 토론은 전국을 순회하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슈에 관해, 혹은 인종적인 이슈에 관해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저 동네라서 그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 역시 런던과 런던 이외지역의 온도차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미터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http://www.bbc.co.uk/programmes/b007zpll

보통 3가지 질문이 던져지는데, 오늘의 첫번째 질문은 'Did Mrs Thatcher make Britain better?'였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로 연기한 <The Iron Lady> 이 개봉한 시점에서 선정된 이슈겠지만,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국인들에게 주목받는지를 살펴봐야한다.

한마디로 영국사람들이 살기가 어렵다.

영국병, 파업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한 영국의 1970년대를 절단내고 레이건과 함께 나란히 신자유주의의 1980년대로 잡아끈 인물이 바로 대처다.  비록 제조업을 절단내기는 했지만, 지금의 신자유주의형 경제시스템을 구축한 1인이고, 그래서 이 나라가 잘 살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녀 같은 지도자가 지금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거다.  박정희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대목이다.

이 대처에 관한 평가가 참으로 다양했다.
1.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 그래서 경기가 어려운 요즘 그녀가 뜨는 것 아닐까.
2. 제조업을 포기한 그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 지금 겪고 있는 고통도 대처의 단기적 처방에서 초래됐으며, 현 정부가 하려는 경제정책 또한 크게 차이 없다는 비판적 의견이다.
3. 제조업 포기는 모든 나라의 경제발전 단계에서 필수불가결이었다.
: 박정희에 관한 평가와 이렇게 같을 수가!  놀랍다.  그래 필수불가결이었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공도 대처와 박정희의 것이 아닌 것이다.

크게 이런 이야기들이 고성과 손가락질이 오가는 가운데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누가 유럽의 토론문화가 신사적이라고 했나, 그 가운데 빛나는 의견들이 있었다.

먼저 앞줄에 앉은 목사님이 그랬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문제는 대처가 크리스찬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이 대목에서 지비랑 나랑 박장대소했다.  하지만 목사님의 다음 이야기는 일정정도 일리가 있었다.  대처가 사회의 개인화를 가속화 시켰다는 점.  대처가 사람들의 의식을 개조한 것은 아니지만 도입한 많은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개인화, 경쟁의 가속화에 기여했다는 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그 다음 뒷줄에 앉은 할아버지가 그랬다.  대처는 영국을 소비에트 유니온(소련)에서 구해냈다고.  파업이 넘쳐나고 노조가 너무 강했다는.  다시 지비랑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색하고 1970년 당시 영국내 노조의 파업을 소련에서 조정한다는 그런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저 할아버지가 2012년인 현재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한국만 그런 의견, 노조의 파업을 북한에서 조정한다는,이 있는 것 아니구나라는 생각에서 동질감과 한심함이 동시에 들었다.

사회자가 대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여성패널에게 물었다.  그래도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점에서 진보성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여성패널이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나도 사실 근혜공주님과 관련해서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당시는 답을 내기 어려웠다.  사실 지금도 어렵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몇 년전 조사에서 영국 사람들이, 전문가들이 최고의 총리으로 꼽는 사람은  클레멘트 에틀리Clement Attlee라는 사람이다, 대처가 아니라.  그는 철도 등 주요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영국의 무상의료시스템 NHS을 이끌어낸 사람이다.  참 대처랑 다른 인물 아닌가.  그런데 영국 사회에서 다시 대처가 회자된다는 것은 위험한 신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