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coolture] Bank Holiday vs 한국의 공휴일

토닥s 2012. 1. 3. 18:35
영국에서는 공휴일 public holiday를 뱅크 홀리데이 bank holiday라고 한다.  은행과 같은 기관이 문닫는 날이라는데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현재 영국의 뱅크 홀리데이는 1971년에 제정된 법에 따른다고 한다.

영국의 뱅크 홀리데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년에 8일.  그래서 한국 미디어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파업이 예고될때마다 선진국의 공휴일은 저렇게 적은데, 한국의 공휴일은 이렇게 많다는 식의 광고들이 등장하곤한다.  하지만 그 8일에 관해서, 영국의 뱅크 홀리데이에 관해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쿨한지.

New Year's Day: 1월 1일
Good Friday: 부활절 전 금요일
Easter Monday: 부활절 다음 월요일
Early May Bank Holiday: 5월 첫번째 월요일
Spring Bank Holiday: 5월 마지막 월요일
Summer Bank Holiday: 8월 마지막 월요일
Christmas Day: 12월 25일
Boxing Day: 12월 26일

1월 1일에 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고, Good Friday와 Easter Monday는 부활절 전후의 금요일과 월요일이다.  부활절은 춘분뒤 보름 다음 첫번째 맞는 일요일이니 해마다 들쭉 날쭉한다.  마치 우리 음력 설처럼.  해마다 들쭉 날쭉해도 분명하건 일요일이라는 점.  주 5일 근무가 거의 정착된 이곳에서는 토요일, 부활절 일요일은 당연히 쉬는 날이지만, 전통적인 휴일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문화를 고려해 부활절 전 금요일부터 토요일, 부활절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까지 쉬는 거다.

그리고 Early May Bank Holiday, Spring Bank Holiday, Summer Bank Holiday는 각각 첫번째 월요일, 마지막 월요일 그렇게 정해져 있어 대부분 그전 주말에 이어 금요일, 토요일, 월요일 연이어 쉰다.  매년 날짜는 달라지지만 요일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3일 연휴에 자신의 휴가를 덧붙여 길게 쉰다.  뱅크 홀리데이 전주 주말 뒤에 자신의 휴가 5일을 쓰면 뱅크 홀리데이를 포함해 10일 휴가를 만들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두말이 필요없고, Boxing Day는 영국만의 독특한 뱅크 홀리데이다.  크리스마스 뒤 세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카톨릭 문화권에서는 St Stephen's Day로 불리는 날이기도 하다.  지금 막 찾아보니 대부분의 구 영연방국가들이 Boxing Day를 휴일로 삼고 있는데 그 유래는 St Stephen's Day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집안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다는 데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상업을 하는 사람들이 박스에 지난 상품들을 담아 길거리에 내어 놓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데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날을 기해서 시내 유명 백화점뿐만 아니라 많은 상점들이 50~70%정도 세일을 한다.  영국으로써는 또 하나의 관광상품인셈이다.  이날 때문에 유럽에서, 유럽 밖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쇼핑을 위해.  Boxing Day는 그런 날이지만 쇼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크리스마스 연휴의 하루일 뿐이다.  한국의 명절격인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여유있게 돌아오는 날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많은 오피스가 크리스마스부터 New Year's Day까지 닫는다.  그래서 그 사이 필요한 일수를 휴가로 쓰지 말라고 미리 공지를 준다.

물론 여기에 채용계약에 따라 May Day를 하루 더 더한다.  그리고 작년 윌리엄 왕자의 결혼이나 올해 여왕 취임 60주년 Diamond Jubilee Holiday 같은 경우도 임시 공휴일이 정해진다.  올해 임시 공휴일은 6월 4일 월요일 Spring Bank Holiday 뒷 날인 6월 5일 화요일이다.  고마워요, 여왕님!  이래서 영국사람들이 왕실을 세금낭비라고 싫어하면서도 끝내는 미워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가 영국의 뱅크 홀리데이다.  New Year's Day나 Christmas, Boxing Day를 제외하곤 부활절 일요일 전후 금요일과 월요일, 첫번째 월요일, 마지막 월요일 이런식으로 정해진 뱅크 홀리데이라 한국의 공휴일처럼 토요일 일요일과 겹쳐 황금 같은 공휴일을 잃게 되는 일이 없다.  이 정도면 쿨하지 않은가.
여기다가 혹시라도 New Year's Day, Christmas, Boxing Day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겹치면 소급해준다.  무슨말이냐면 지난 크리스마스는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26일 월요일을 Boxing Day로 쉬고 27일 화요일은 Christmas Bank Holiday로 쉬었다는 말씀.  1월 1일도 일요일이어서 어제였던 1월 2일이 New Year's Day Holiday였다.   쿨하지.

이런 이유로 지비는 크리스마스 전부터 시작된 긴 연휴를 끝내고 오늘부터 힘들게 출근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쿨한 뱅크 홀리데이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직장인처럼 새 달력을 받을 때마다 그 해 휴일이 토요일 일요일과 겹치지 않는지 셈하면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한 순간에 경험할 필요가 없다.

어쨌거나 그래서 오늘이 마치 일년을 시작하는 느낌이 가득한 화요일이다.  TV에선 계속해서 새로운 결심으로 운동하기, 살빼기 같은 뉴스 꼭지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뉴스를 보다 억울한 한국의 직장인들을 생각하면서 몇 자 끄적여 본다.

이곳의 휴가가, 한국식으로 연차, 대체로 일년에 25일에서 29일 정도라면 더 억울해질까?  물론 공휴일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