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coolture]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토닥s 2010. 10. 30. 02:26
2년 전에 즐겁게 본 BFI London Film Festival.  영화 한 편 £9.5.  궁색한 살림이지만 한 편이라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일때문에 안되고, 화요일 목요일은 요가때문에 안되고 되는 요일과 보고 싶은 것을 조합하여 <Peddler>라는 아르헨티나 영화를 골랐다.  아르헨티아인인 실바나와 함께 보려고.  실바나도 좋다고 해서 일찍이 예매하고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Education events를 발견했다. 
이벤트로 워크숍 등은 물론이고 아침 무료 상영이 있는거다.  대상은 학생, 청년, 노인, 패밀리로 되어 있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신청했다. 
그냥 영화 두편과 초등학생들이 만든 단편집 모음 같은 걸 신청했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영화의 티켓은 받지 못했다.  Education events에서 온 메일에 따르면 그 영화는 초등학교 단체 관람만 한다는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데.  신청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티켓이 집으로 도착했다.

일반 영화 두편 중의 한편은 지비와 함께 보려고 2장을 신청했다.  그날에 맞추어 지비는 dayoff를 신청하고 둘이 영화구경에 나섰다.  약간 이른 시간이라 피곤하긴했지만, 좋은 영화 덕분에 피로감이 가셨다.

지비와 함께 본영화는 <in our name>의 GV.

영화 끝 무렵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전쟁을 경험한 10%의 군인이 현재 감옥에 있다고 한다.  전쟁의 경험이 개인의 폭력의 지수를 높여 놓은 것이다.  또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10%라니.

의무병제가 아닌 이곳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직업으로써 군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저소득층이 군대에 지원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쟁 경험이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상영후 감독과 질문이 오갈때, 사람들은 정말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10%라는 수치가 정말이냐라고 물었다.  감독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  영화제 자료집의 영화 설명 표현 그대로 감독은 이 문제에 대해서 'urgent'라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은 미국에 이서 가장 많은 군인을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한 나라이다.

흥미로운 질문 중에 하나는 이렇게 충격적인 영화에서 가족의 일원인 딸로 등장한 소녀에게 영화 촬영전 동의과정과 촬영후 어떤 처치를 했냐는 것이었다.  감독과 제작자는 물론 사전에 소녀에게 설명해주고, 촬영후에도 여러차례 상담(치료)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질문이 있었다.  사실은 질문이라기보다 이해할 수 없는 영국사회의 침묵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영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인을 파병한 나라이다.  주로 아프간에서 오늘은 누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나온다.  그렇게 자주 뉴스를 보지만, 2년여 시간 동안 반전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없다.  물론 내가 TV뉴스에서 못볼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본 경험이 없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전쟁을 경험한 군인들을 돌보자는 것인지, 전쟁을 반대하자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영국 사람들은 전자쪽일 것이다.  후자에 동의해도, 영국사람들의 성향상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고 답할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흥미롭게 봤지만 답답했던 이유다.  사실 이건 내가 영국을 경험하면서 답답한 이유와도 같다.

In Our Name |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이미지출처 : www.bfi.org.uk

<in our name>(2010)

수지는 전쟁에서 돌아온 직업군인이다.  남편은 그녀에 앞서 전쟁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군인가족이다.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향도, 그녀에게 주어진 현실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 뒤에 들뜬 기분을 달콤한 커피 한 잔으로 진정시켰다.  지비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런 영화인줄 몰랐다면서 영화에 대한 소개를 보고 있는 중.

일주일 뒤에 실바나와 <peddler>를 봤다.  물론 지비도 함께.
실바나는 영화 내도록 웃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 내도록은 아니지만 슬퍼서 울었다.

The Peddler |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이미지출처 : www.bfi.org.uk

<the peddler>(2009)

다니엘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let's kill uncle>이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마을정부(읍사무소)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마을사람을 배우로, 마을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동안 배우가 촬영 중 급한일로 떠나는 등 많은 문제에 부딪히지만 그때마다 다니엘은 특유의 여유와 재치로 영화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이 마무리되고 첫 상영을 본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고맙다'이다.

실바나는 영화속에 나오는 시골사람들의 말때문에 끝임없이 웃었다.  사람들은 시골사람 특유의 사투리와 '궁시렁'거리는 말투로 나오지만, 영어번역이 너무 평평(?)했다나.

다니엘의 영화수준은 우리가 진행했던 미디어교육의 결과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16mm VHS로 촬영하고 데크 두개로 편집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 속에는 영화에 등장하리라고는 꿈도 꾸어보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고, 마을 아이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하고, 마을의 교회가 장소로 나온다.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할 것 같지 않은 조그만 시골마을에 찾아와 지금의 시골마을을 영화라는 매체에 담아준 것이 고마운 것이다.

다니엘은 실존하고 있는 인물이고, 다니엘의 작업을 다른 팀이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것이다.

내가 슬펐던 이유는 그거다.  첫 상영을 본 마을 사람들의 '고맙다'는 마음을 나는 알 것 같은데,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내가 도대체 그 일을 그만두고 지금 런던에서 무슨 삽질을 하고 있는가 때문이다.

한국에서도(선후배님들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