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4] 출발 - 좀 안풀리는 날

토닥s 2024. 5. 4. 08:24

어디서부터 밀린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슬쩍.. 한국행부터.

01.  현장학습

한국가기 일주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아이 현장학습 - 음악 워크샵이 잡혔다.  그것도 우리가 한국으로 가는 날.  우리가 떠난 뒤 일정이라면 포기하면 되는데, 떠나는 날 일정이고 아이도 너무 가고 싶어하는 일정이라 애매했다.  학교에서 5-6학년 10여 명 정도 가는 현장학습에 아이가 선택됐는데 그걸 못간다는 것 아이에게 못할 짓이라 무리를 했다.  현장학습 인솔자인 음악 선생님께 연락해 최대한 현장학습에 참여하고, 비행시간이 조금 빠듯하니 현장학습 마지막 일정인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연락해두었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지하철을 갈아타는 곳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던 지하철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목적지를 달리해서 떠나는 것이다.  뭔가 싸..한 느낌.  급하게 대중교통 여정을 검색해보니 앞으로도 계속 내가 타야할 지하철은 오지 않는다.  지하철 1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을 지하철 2번을 갈아타는 여정만 보여주길래 그대로 가느라 정해진 시간을 넘겨 도착했다.  
평소보다 길게 친구들과 인사하는 아이를 재촉해 택시를 탔는데, 길이 막힌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이 길을 모르시는지 막히는 길로만 돌아가는 느낌적 느낌.  울고 싶은 기분을 누르고 집에 돌아와 급하게 샤워를 하고 가방을 챙겨들고 공항으로 항했다.



02. 지하철 운행 중단

집을 나서기 전 공항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퇴근시간과 겹쳐 차가 많이  막혀 계획을 바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집과 공항의 가운데쯤 갔을까?  내가 탄 지하철 안에서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이니 가방을 든 사람도 많고, 그 중에 하나가 넘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 보니.. 누군가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다시 싸..한 느낌.
쓰러진 사람 주변의 사람들이 비상벨을 당기라고 비상벨 옆에 선 사람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비행기를 못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도 복잡하고, 넘어진 사람도 걱정스럽고 그런 순간이었다.
그때 내가 탄 지하철은 다음 역으로 들어가기 전 신호 대기 중이었다.  멈춰선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역에 들어서는 순간 비상벨 옆에 선 사람이 비상벨을 당겼다.  그 시간이 30초도 걸리지 않았는데 정말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고 문이 열리지 않는채로 “지금 비상벨 당겼니?  무슨일?”하고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쓰러졌다고 구급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쓰러진 사람을 돌보던 사람이 스피커로 다가가 “간질 발작”이라고 말했다.  아..
지하철 문이 열리고 직원이 들어왔다.  다행히 그 승객은 동반자/보호자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컨트롤 해본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 동반자는 ”간질은 대처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하길래 머리를 쑥.. 내밀어 봤더니 손이 🩸범벅.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우리 둘다 할 말을 잃었다.  비행기를 아무래도 타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차마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모든 승객은 차량에서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리고 플랫폼에 올라선지 10초도  안되서 택시를 부르자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답지 않게 금새 동의한 지비.  빠른 결정 덕에 우리는 몇 분 기다리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지하철 방향 때문에 조금 먼길을 돌아 다시 우리가 택시를 탔던 역을 지나게 됐는데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지하철 역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도착하려고 목표했던 시간에서 얼마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한산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탄 지하철 이후로 공항으로 가는 모든 지하철이 취소 또는 연착해서 그랬을듯.  
수화물을 보내는데 직원이 그런다.  “부산에 날씨가 안좋은데?”  짧게 우리가 지하철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면서 “일단 한국에 가기만 하면 거기 문제는 알아서 해결 할 수 있다”고.  “오 그래그래”하면서 웃으면서 짐을 보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정말 날씨가 문제였다.  그때는 몰랐다.


03. 생각보다 길었던 비행

비행기 탑승은 제시간에 딱딱 이뤄졌다.  정말 울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던 하루였지만 ‘이제 한국 가는구나’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우리를 배웅한 지비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우리 비행기는 제자리.  결국 한 시간을 넘겨 이륙한 비행기.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 두 편 - 어른 김장하와 브로커를 보며 잘 왔다.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 전에는 한국으로 오가는 비행기가 11시간 전후였다.  그런데 지금은 13-14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출발이 늦어져 그 비행기를 놓칠판.  그래서 착륙 30분쯤 남겨두고 승무원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지금 이 비행기에 부산행 비행기를 타야할 승객이 8명이라 이런 경우 기다려 준다고.  덕분에 남은 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가기는 했지만, 착륙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했다.  문제는 환승구간에 다시 가방검색대.  대기줄이 너무나 길었다. 공항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긴 대기줄을 뛰어넘게 해줬다.  열심히 뛰어 게이트 닫히는 시간에 겨우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자리에 앉아 숨고르고 있으니 우리를 뒤따라 오는 부산행 동지들.  그제서야 긴장이 풀어져 정신줄 놓고 잠으로 빠져들었다.  
부산에서 도착할 즈음 안내방송에 잠이 깼다.  부산 기상 악화로 상공에서 50분 대기를 명령 받았..단다.  ‘50분 대기? 인천-부산 비행시간이 45분인데!’  50분이 끝나갈 즈음 다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인천으로 회항한다고.  정말 아이만 없었으면 울었을 것 같다.  다시 45분을 날아 인천공항에 도착하지 말자 부산김해공항에서 기다리던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는 호텔을 제공하면 거기서 자고 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공항에서 상황을 보던 언니는 인천공항에서 주유하고 다시 부산으로 온다고 하니 계속 공항에서 기다리겠다고.  주유를 하려면 울산에서 하지 왜 인천까지.
여차저차 다시 부산까지 왔고, 오랜시간 가방을 기다려 오랜시간 기다린 언니와 만날 수 있었다.  
저녁도 거른 언니와 편의점에서 각자가 먹고 싶은 불량식품 - 컵라면을 골라 집에서 먹고 쓰러져 다음날 아침까지 잘 잤다.  보통는 시차 때문에 고생하다 적응되면 런던에 돌아오곤 했는데, 여정이 너무나 험난했던 하루라 바로 시차 적응 - 아침까지 잘 잤다.  그리고 집 앞 까페에서 아침을 막었다. ‘한국이구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