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201228] 밥상일기 - 명절음식 뒷처리

토닥s 2020. 12. 29. 10:05

크리스마스에 디저트로 한국식 과일생크림케이크를 구워볼까 했었다.  연습 삼아 재료와 준비과정은 비슷하되 조금 쉬워보이는 과일생크림 롤케이크를 먼저 구워봤다.  유럽에선 크리스마스에 로그모양(통나무모양)의 케이크를 먹는데, 그를 대신해서 롤케이크도 괜찮겠다 싶었다.   롤케이크를 구워보고 롤케이크도, 과일생크림케이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진저브래드 컵케이크를 구웠다.  일단 빵이 사먹는 롤케이크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어렵게 말아놓은 롤케이크는 잘라보니 모양도 별로였다.  빵칼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빵칼을 살까? 🙄 그래도 누리가 크림 바르는 과정을 좋아했고, 즐겁게 먹었으니 그걸로 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것저것 해본다고 시간을 쓰느라 끼니를 대충 먹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들어본 간장돼지고기조림.  설탕과 간장의 양을 줄인 백선생의 만능간장소스를 이용했다.  

 

 

이 정도가 우리가 먹는 반찬인데, 이 정도도 없는 날이 더 많다.  오늘 같은 경우는 비빔밥을 만들어먹었는데, 비빔밥과 보리차만 올려놓고 먹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먹는 수제비.  이틀 동안 국물 없이 끼니를 해결했더니 따듯하고 짭짤한 국물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준비했다.  누리가 반죽을 했다.  밀가루 종류만 다르지 반죽하는 양이나 방법은 피자랑 같다.  영국의 변종 Covid 소식 이후 목이 깔깔하고 감기가 걸린 기분이었는데, 따듯한 국물을 먹으니 좋았다.

 

 

크리스마스에 선물한 머그컵은 그 머그로 컵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가루믹스가 들어 있었다.  우유, 버터, 달걀에 그 가루믹스를 넣고 머그컵째로 전자렌지에 3분 돌리면 진짜 컵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 집콕한 누리와 만들어봤다.

 

 

진짜 컵케이크가 되서 신기하긴 했지만, 맛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잘 챙겨먹기는 했지만, 그 한 끼를 제외하곤 남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었다.  한국의 명절도 그렇듯.  특별한 요리를 하지 않고 남은 크리스마스 음식을 먹는 건 똑같다.  여기선 칠면조를 먹고, 다음날엔 그 남은 고기로 크랜베리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가 밤이다.  밤을 갈아서 주메뉴 고기요리를 할 때 속재료로 넣기도 하고, 밤과 방울양배추를 함께 요리하기도 한다.  주로 한국의 맛밤 같은 밤을 사서 요리하지만, 인터넷에 밤을 다루는 방법이 있어서 해보았다.  밤을 속껍질까지 잘라 찬물에 넣고 끓기 직전까지만 데운다.  그때 건져서 오븐에 20~25분쯤 구우면 밤 껍질이 손으로 벗겨도 될 정도가 된다고.  해보니 그렇게 되기는한데, 이렇게 하고 나서 껍질을 깠던 손이 이틀이 넘도록 아린다(?).  다시는 하지 않는 것으로.  그런데 이렇게 밤을 깐 이유가 있다.  밤 그 자체를 간식으로 먹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밤을 넣어 만들고 싶었던 것이 있다.  이 글 끝에 나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남은 명절음식을 끼니로 챱챱챱..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트루트 스프를 만든다고 비트루트를 샀는데, 대부분이 남아서 비트루트를 넣은 레드벨벳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보았다.  그런데 카카오 파우더를 한 숟가락 넣고 굽고나니 비트루트의 붉은 색은 없어지고 카카오 파우드의 갈색만 남았다.  길다란 파운드케이크를 잘라 생크림을 채워넣고 먹어보았다.  갈아넣은 비트루트 때문에 통밀을 넣고 구운 것 같은 식감이 있긴햇지만, 비트루트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남은 요크셔푸딩을 처리하기 위해 닭을 오븐에 구워봤다.  내가 좋아하는 닭부위는 다리인데, 여기서는 다리가 인기가 없는 부위인지 가격이 무척 싸다.  닭다리 8개에 £1.5.  칠면조나 쇠고기, 돼지고기가 선호되는 시즌이라서 평소보다 더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야 잘 먹었지만.

 

 

끝으로 내가 밤을 깐 이유 - 약식.  사실 나는 약식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땐 약식에 든 대추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밥만 파먹는 정도였는데, 약식을 만든 이웃 블로거님의 글을 보고 해보았다.  해보겠다고 찹쌀을 사놓은 건 몇 달 전인데, 밤을 보고 이제야 약식만들기를 실천에 옮겼다.  6시간 넘게 불린 찹쌀에 밤을 비롯 각종 견과류를 넣고, 약식소스를 넣고 잡곡밥 취사버튼만 누르면 끝.  물조절이 좀 어려웠다.  여기서 살 수 있는 쌀들은 보관 때문인지 건조가 더 많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포장지에 적혀있는대로 밥을 하면 물이 부족해서, 나는 포장지에 적혀있는 방법을 보고 밥을 한다, 권하는 양보다 25~40%정도 물을 더 넣는다.  그러면 내가 기대하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약식은 어떻게하지?  잠시 고민하다 평소 하던 것처럼 찾아본 조리법보다 물을 더 많이 넣었다.  그랬더니 딱 맞는 약식이 만들어졌다.  내가 하고 나도 놀란 약식.  약식이 이렇게 쉬운 음식이었다니.  물론 밤까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비누리 다 같이 맛만 보고 나머지는 한 번씩 먹기 좋게 싸서 냉동실에 넣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이렇게나 열심히.  하지만 한 번 떠오르면 먹어야 머릿속이 말끔해진다(한동안 생각하지 않는다).  이 '먹고자 하는 의지'에 나도 놀란다.  이렇게나 열심히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