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93days] 산타를 믿는 아이들

토닥s 2020. 11. 29. 09:44

이번 주 누리네 학교는 힌두인들의 명절인 디왈리Diwali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등을 밝히는 행사를 했다.  전교생이 다쓴 플라스틱 패트병을 이용해 등을 만들었고, 학교 운동장에 걸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등이 학교 운동장에 걸려 즐거워했다.  저녁 6시 대단한 점등행사(카운트다운 같은)를 기대했던 누리는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깜깜한 밤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도 즐거워했다.

 

 

언제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어 장식하는지 계속 묻는 누리의 등살을 견디지 못하고 오늘 오후 드디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다.  사실 내일 하려고는 했지만.  본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은 크리스마스 12일 전에 한다고 하는데, 크리스마스 트리를 버려야 하는 날도 정해져 있다, 그와 상관 없이 요즘은 점점 빨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아마도 집집마다 아이들 등살을 이기지 못해 그런게 아닐까 싶다.

 

 

 

천천히 과정을 즐기고 싶은 누리와는 달리 지비는 '빨리빨리'.  지비는 전생이 한국인이었는지.  그렇게 둘이 투닥투닥하면서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  우리는 집이 좁아서 좀 날씬한 모양으로 샀다.  큰 마음 먹고 산 45파운드짜리 트리가 좁은 우리 집과는 맞지 않아 그 나무는 환불하고 장보러 다니는 마트에서 새로 장만했다.  이 나무는 마트표로  20파운드짜리인데, 그 동안 쌓인 포인트를 이용해 전구와 함께 무료로 획득.  

 

 

나무를 세우고 나니 밑이 허전해서 우리도 크리스마스 트리 스커트를 살까하고 검색해보고 있는데 누리가 인형들을 가져다 놓았다.  이도 나쁘지 않아서 트리 스커트 구매는 하지 않는 걸로.

 

 

요즘 밤마다 둘러 앉아 만든 플라스틱-프리(를 지향하는) 크리스마스 장식.  사실 종이를 붙인 풀이 PVA고 매달 끈을 붙이면서 셀로 테입 한 토막씩을 썼으니 완전한 플라스틱-프리 크리스마스 장식은 아니다.  아, 저기 작은 폼폼들도 있네.  좀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아직 크리스마스까지 4주가 남았으니 부지런히 종이 장식을 만들면 크리스마스 즈음엔 장식이 좀 풍성해 질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누리는 오후 내내 저 트리 밑에서 스티커북을 했다.  그러면서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참 소박하네, 이 정도를 가지고.

 

 

+

 

며칠 전 누리가 산타가 진짜인지 물었다.  급당황해서 "믿는 사람에겐 진짜지~"라고 교과서 같은 답을 해줬다.  학급 채팅창에 문득 다른 집 아이들은 산타를 믿는지 물었다.  되돌아오는 답 10개 중 10개가 아이들이 100% 믿고 있다고.  그 중 3개의 대답은 아마 올해가 아이들이 산타를 믿는 마지막해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나이든 형제자매들이 있는 경우, 그 아이들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동생들에게 비밀로 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누리는 작년에 참가한 폴란드 스카우트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산타로 변장한 지비 때문에 산타에 관한 환상이 좀 깨지기 시작했다(☞ http://todaksi.tistory.com/1741).  결정적인 계기는 누리가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미리 포장해둔 선물과 포장지를 발견했다.  나는 선물을 배달로 받아서 포장만 했을뿐이라고 둘러댔지만 뭔가 좀 궁색했다.

 

이곳 아이들이 나이에 비해서 좀 아이 같기는 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서도 산타의 존재를 더 많이 믿을 것도 같지만, 사실 그건 부모들의 믿음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벌써 자기들끼리 운동장 한 구석에서  "산타? 흥칫!"하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지도 모를 일이다.  믿는다고 해야 선물을 주니 그런 '척'하자고 자기들끼리 담합을 했을지도.  영국 아이들이 아무리 아이 같아도 '요즘 아이들'이니 말이다.

 

올해 '산타의 선물'은 뭘로, 어떻게 해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