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664days] 누리의 7번째 크리스마스

토닥s 2020. 1. 5. 10:27

크리스마스가 열흘도 더 지난 시점이지만 기록삼아 남겨보는 누리의 7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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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때 폴란드 주말학교에서 만난 가족이 점심 초대를 했었다.  그때 들어 알게된 '산타에게 편지보내기'.  12월 초까지 로열메일(영국의 우정국)으로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준다고.  12월 초에 부랴부랴 누리와 누리의 친구가 함께 보냈다.  누리는 스미글즈라는 팬시용품의 물건과 나와 같은 fitbit 시계가 가지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보냈다.  나는 싼 샤오미 미밴드를 가지고 있고, 누리는 fitbit 키즈밴드를 가지고 있는데 내 시계라는 이유만으로(혹은 디스플레이가 컬러라는 이유로) 누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시계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누리의 키즈밴드가 더 비싸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컷오프에 간신히 맞춰 편지를 보냈는데, 누리는 답장을 받지 못하고 누리의 친구는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누리에겐 친구가 답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내년에도 해야하나?



비록 산타에게 답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의 꿈과 희망(또는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산타와 루돌프를 위한 간식을 24일에 준비해주었다.  산타에겐 민스파이와 우유, 그리고 루돌프에겐 당근을 준비한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당근 두 세 조각을 잘라 루돌프용이라며 작은 접시에 담아 누리에게 주었다.  정말 좋아했는데, 저녁먹고 치우던 지비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려서 누리가 눈물바람. 


사실 12월 초 폴란드 스카우트 행사에서 지비가 산타로 분장해서 크리스마스와 산타에 대한 환상을 이미 깨버렸다.  지비 말로는 그런 행사장에 주로 동반하는 부모는 엄마가 많다보니 남성인 지비가 산타로 차출됐다고 한다.  아래 복장이 폴란드의 산타 복장.  우리가 생각하는 배 볼록 호호호 산타가 아니라 성직자의 모습을 한 산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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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에 눈물바람을 하기는 했지만, 비록 산타에게 답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누리는 산타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선물을 받았다(11월 말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때 유일하게 산 가방과 도시락가방).  그래서 기뻤으면 됐다.

사실 자투리 시간 있을 때 미리 선물 포장을 해두었는데, 누리가 평소에 열어보지 않는 작은 욕실(우리가 창고로 쓰는) 문을 열었다가, 선물로 받은 열쇠고리가 야광이 되는지 않되는지 확인하려고 열었다가 미리 포장해둔 선물과 포장지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배송을 받아서 포장을 대신했을 뿐 그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너무 어설픈 엄빠.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일주일쯤 기다려 크리스마스 아침에 열어보도록 했다.  발견한 첫날에만 궁금해서 상자를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일주일 잘 참았다가 크리스마스 아침에 포장을 뜯어보고 무척 기뼈했다.



지비도 선물을 받았다.  산타말로 처형에게.  지난 여름 언니가 내 생일에 내 것과 지비 것을 선물했다.  가을에 친구가 영국까지 들고 왔고, 잘 받아 두 달 동안 숨겼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  선물 받은 시계를 착용하고 크리스마스 아침 사촌형네로 고고.  같은 런던이라도 우리는 서쪽, 사촌형네는 북동쪽이라 일년에 두 번 만나야 많이 본다.  집에서 출발한다고 연락을 했더니 보내온 사진.  폴란드 만두인 피로기.



이 사진을 본 누리의 반응.  담엔 나도 이 피로기 한 번 만들어볼까?  내가 원하는 속을 넣어서.  그러면 한국식 만두가 되겠지만.  사실 사먹는 만두는 편하지만 꽤 비싸다.



지비의 사촌형님네는 토튼햄의 경기장 바로 옆이다.  그래서 차를 주차하고 찍어본 사진.  물론 크리스마스로 문도 열지 않았다.  언제가서 기념품이라도 사볼까 싶지만, 사촌형님네가 사는 건물은 이 지역 상가 개발 때문에 곧 철거된다고 한다.  다시 가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그래서 낮부터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하다보니 저녁이 되었다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사실 크리스마스 연휴 전체도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먹는 건 즐겁지만 동시에 꽤 피곤하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이 땅의 많은 학부모들이 개학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물론 개학하면 또 아이들 아침저녁으로 셔틀하느라 방학이 그리워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