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91

[캘리포니아] 라구나 해변, 새해맞이 그리고 일상

런던으로 돌아오기 전 이틀은 평온하게(?) 보냈다. 긴 비행시간을 대비해 체력을 아끼고 싶었고 날씨도 그 전만큼 좋지 않았다. 준비 없이 친구네가 자주 간다는 라구나 해변에 산책을 갔다. 집에서 20-30분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건 참 행운이다. 친구도 부산사람이라 20대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며 늘 바다 타령을 하곤 했는데-.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해변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서로 피하는 분위기?😅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해변에 왔으니 아이스크림은 피해갈 수 없다. 친구가 추천하는 젤라토 파라디소로 고고. 런던도 그렇지만 아이스크림은 미국 역시 이탈리안 젤라토가 꽉 잡고 있는 모양이다. 괜찮은 집이었다. 평소 줄이 길기로 유명한데..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짧지만 피곤했던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치고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는 날 -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취소 됐다. 공항에 들어갈 때 본 짙은 안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목적지로 가는 우리 앞 비행기도, 뒷 비행기도 그대로 운항했는데,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만 취소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체결함으로 취소 됐다는 것 같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항공편 취소 소식을 듣자 말자 지비는 전화로 예약을 시도했고, 나는 우리가 타는 항공편을 운항하는 아무 게이트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물었다. 게이트 직원이 공항 한 켠에 있는 안내데스크를 알려줘서 재빨리 줄을 섰다. 우리 앞에 4~5명 정도 밖에 없어서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모두들 대체 항공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였는지 30분이 ..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2일

작년 5월쯤 항공권 구입 때 예약한 호텔은 조식 서비스가 안됐다, 코비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텔 앞 별다방에서 아침을 해결하자며 일찍 호텔을 나섰다. 호텔 정문 앞에 위치한 라이카 카메라 매장. '소싯적'(?)이라면 들어가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냥 통과. 사실 문도 열지 않았더라만. 가장 가까운 별다방을 찾아 다녔는데, 문을 연 곳은 앉을 곳이 없는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이었고, 앉을 곳이 있는 곳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본 차이나타운 골목 입구. 그러다 발견한 블루버틀 커피. 한국 소셜미디어에 한참 올라오던 커피라 이름만 들어 본. 우리도 맛이나 보자며 들어갔다. 커피는 나쁘지 않았으나 가격이 너무 나빴던(비쌌던) 블루버틀커피. 정말 생활런던인들 뺨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1일

지비가 미국 서부에서 가고 싶었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이었다. 본업이 IT라서 샌프란시스코에, 스타벅스 때문에 시애틀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나의 대답은 ‘NO’. 결국 여행 기간 중에 1박 2일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됐다. 그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배틀트립의 샌프란시스코 편. 겨우 열 시간 비행의 여독이 풀려갈 무렵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고고. 공항에서 구입한 나무늘보 인형. 캘리포니아랑도 미국과도 전혀 상관 없어서 안사준다고 했는데, 심지어 영국보다 비싸게 팔고 있었다. 아이가 눈물바람 하는 바람에 지비가 앵겨줌. 이 인형을 계산하는 직원이 이 인형을 잡자말자 “헤~엘~~로~~~ 하~~~~와~~~~~유~~~~~~”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빵 터졌다. 나무늘보..

[캘리포니아] 산 디에고 씨월드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었던 우리에게 친구가 추천한 산 디에고 씨월드. 입장료가 비싸다고 우리만 내려주고 인근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친구를 설득해서 함께 들어갔다. 사실 입장료 3장을 사나, 연간 회원권을 사서 친구와 아이를 게스트를 초대하나 가격은 같고. 심지어 나중에 친구가 그 연간 회원권을 쓸 수도 있으니 연간 회원권이 이득이었다. 혹시 모른다, 우리가 일년 안에 또 갈지. 그렇게 찾아간 산 디에고 씨월드. 중간에 교통정체가 있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씨월드는 아쿠아리움이라기보다는 해상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중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입구에 위치한 닥터피쉬 코너. 입장료도 내고 들어왔는데, 다른 거 봐야지해도 발길을 떼지 못하는 아이. 친구 말로는..

[캘리포니아] 헐리우드 거리

로스엔젤레스로 여행을 갔지만, 시내로 간 건 딱 하루였다. 한 이틀 정도 시내구경을 할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친구네에서 거리가 멀어 하루로 줄였다. 친구는 '차로 한 시간 거리'라 별로 멀지 않다고 했지만, 우리에겐 무척 먼 거리였다. 그런 대화를 나눌 때마다 '미국의 스케일'이 느껴지곤 했다. 그건 '유럽의 스케일'이 다른 것인지도 모르지만. 유럽에서도 큰 도시에 산다는 우리지만, 집에서 30분이면 시내에 간다. 그런데도 한국의 지인들은 우리가 시골 사는 줄-.😅 이날도 지인찬스로(친구가 우리를 사인이 잘 보이는 언덕에 내려주고 언덕 아래서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헐리우드 사인이 잘 보이는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사인이 보이는 뷰포인트를 찾아보면, 몇 군데가 나오는데 마음 편하게 La..

[캘리포니아] 디즈니 어드벤쳐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표만 사두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일단 '지인 찬스'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은 이유도 있었다. 여행 가기 한 달쯤 앞두고 지비가 먼저 ESTA(여행등록/허가 시스템)에 아이와 등록했다. 아이는 미성년이라 지비와 함께 하고 나만 따로. 아이 학교 친구 가족은 미국에 있는 할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모두 신청했는데, 할머니의 딸인 친구 엄마만 이 ESTA에서 거절됐다. 이전에 미국 비자를 신청했다 거절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을 조금 졸이기는 했다. 다행히 통과(authorised). 그리고서 이제는 정말 여행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서 디즈니랜드(파크) 표를 검색해봤다. 디즈니 파크며 어드벤쳐며, 지니 패스며 매직 밴드며, 티어며 무척 복잡해 보였다..

[캘리포니아] 여행 첫날, 헌팅턴 해변

4년 전 출장으로 뉴욕을 다녀온 지비가 미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때만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해서 미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판데믹 동안 지비는 판데믹이 끝나면 가고 싶은 곳으로 싱가폴을 꼽았다. 판데믹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조심조심 여행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던 지난해, 생각보다 싱가폴 물가가 너무 비싸고 이른바 관광지라는 곳들이 너무 인공적이라 흥미가 떨어졌다. 그때 판데믹 중에 미국으로 이주한 친구가 떠올라 싱가폴 항공권을 구입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바로 여행지를 로스앤젤레스로 바꾸었다. 항공권을 5월에 샀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다. 가기 직전 여행 가서 하려던 꼭 한 가지 - 디즈니 파크..

[Korea2022] 스누피 전시회

한국에 도착하자 말자, 부모님만 뵙고 만난 지인+지인 아들. 친구라고 막쓰자니 조금 연세가 있으신. 무더운 여름이라 어디 실내에서 만나자니 아이들의 에너지가 두렵고, 실외에서 만나자니 더위가 두렵고. 결국 지인이 추천한 스누피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전시회가 있는 곳은 지금은 부산의 구도심(?)이 된 서면 그리고 지하상가. 우리가 어릴 땐 핫플래이스였다. 명절이면 귀신의 집도 팝업스토어로 들어서고. 아이에게 이 허름한 지하상가가 내가 어릴 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런던의 쇼핑센터 웨스트필드에 맞먹는 곳이었다고 설명해줬다. 이건 정말 80년대 서면지하상가와 런던의 웨스트필드를 모두 알아야 웃을 수 있다. 어릴 땐 이 지하철 역에서 지하상가 끝까지 걸어가기가 무척 먼 길이었는데, 성..

[네덜란드/독일] 본Bonn

네덜란드/독일 여행의 마지막 날은 본에서 보냈다. 쾰른이냐 본이냐 사이에서 갈등하다 본을 강력하게 추천한 친구의 권유로 본으로 결정. 친구는 벚꽃 때문에 본을 추천했다. 벚꽃은 내게 별로 흥미롭지 못했는데, 본에 있다는 베토벤 하우스와 하리보 스토어 듣는 순간 - "가자!". 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잠시 들른 쾰른. 기차 역 앞이 바로 쾰른 대성당이라 기차를 기다리고, 커피 한 잔 사러 역에서 나와 기념 사진 한 장. 20년도 전에 처음 유럽에 여행을 오게 된 것은 당시 친한 친구가 쾰른의 인근 도시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나를 유럽으로 이끈 것도 그 친구였다. 그때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쾰른에 왔었다. 그때 마셨던 쾰쉬Kolsh가 너무 맛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 마이크로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