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200330] 대표 고난음식 수제비 - 미피 수제비

토닥s 2020. 3. 31. 07:38

미피 수제비


지금 영국에서 사기 어려운 품목 중에 하나가 밀가루다.  빵은 장기 보관에 한계가 있지만, 빵이 없을 때 밀가루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사는 모양이다.  내가 알기로 영국 사람들은 요리에 재능도, 취미도 없는데 누가 사는지-.  휴교 전 쌀을 사러 간 한국마트에서 한국 밀가루를 발견하고 하나 사왔다.  한국인들은 쌀과 라면을 주로 많이 사고 밀가루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했다.  영국서 사는 밀가루와 한국마트에서 사는 한국 밀가루는 번역하면 같은 중력분이지만 다르다.  영국 밀가루는 입자가 더 큰지, 오븐에 구워내는 음식에 적합한지 별로 쫄깃한 맛이 없다.  한국서 사는 우리밀 가루 같다고 해야하나.  누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국 밀가루를 사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은 기억은 있는데, 다 먹지 못하고 버린 기억이 있어서 손이 잘 가지 않는 품목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하나 사왔지만, 한국 밀가루를 사두니 수제비를 한 번은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누리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만들어 먹을래?" 물었다.  반죽하기를 좋아하는 누리는 "OK!".  그래서 일요일 점심을 수제비로 먹으려고 했는데, 조리법을 찾다보니 반죽을 냉장고에서 숙성시켜야 맛있다고 해서 낮에 반죽을 해서 저녁에 만들어 먹었다.



아이랑 먹는 음식이니까 그에 걸맞게 미피 쿠키 커터로 잘라주었다.  그리고 예전에 블로그 이웃님께 선물받은 도시락 장식용 커터에서 수제비에 어울릴만한 것들을 찾아 반죽을 잘라주었다.  모양도, 맛도 누리의 취향에 딱맞는 음식이었다.  반죽을 커터로 자르느라 힘들었지만 간단한 식재료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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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엄마는 아빠의 월급날엔 쌀과 밀가루를 샀다고 했다.  그리고 쌀이 떨어지면 수제비를 먹었다고.  고난의 시기, 한국인에게 고난을 대표하는 음식 수제비라서 기억에 남을만한 한 끼였다.  지비에게 왜 이게 한국인의 대표 고난음식인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게 번거롭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