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9년

[etc.] 차이나타운 음력설 축제

토닥s 2019. 2. 22. 09:00

2주 전에 갔던 차이나타운 음력설 축제.  영국에선, 런던에선 음력설을 중국설 Chinese New year라고 부른다.  처음 영국에 와서는 그게 Chinese New year라기보다 음력설Lunar New year라고 일일이 설명해줬지만, 이젠 입 아파서 안한다.  가끔 한국에서도 중국처럼 음력설을 보내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다고 이야기해주는 정도.  나는 음력설이라도 한국에 전화 한 번 하면 끝인데, 지비는 나보다 이런 걸 더 챙긴다.  챙긴다기보다 궁금해한다.  누리가 없을 때 가본 적이 있지만, 아기 때도 한 번 갔던듯, 사람이 많은 행사라 누리를 데리고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리도 이제 클만큼 컸으니 가보자고 해서 갔다.  비오고, 춥고.  같이 가기로 계획한 가족은 날씨 때문에 오지 않았다.  가서보니 우리처럼 애딸린 가족들만 가득.  비가 와도 애들을 데리고 집에서 나가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그 마음 - 잘 안다.


듣자하니 런던 차이나타운 행사가 중국 밖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음력설 축제라는데, 트라팔가 광장이 본무대라는 거 말고 홈페이지엔 어디서 뭐가 벌어지는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안내도 없어 우리는 일단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가서보니 누리가 즐길만한 퍼레이드는 일찍이 끝났다.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구름 같은 사람들 사이에 사자춤이 한창.  멀리서 사자 뒷통수만 구경했다.  그래도 누리는 신나했다는 짧은 소감. 



레스터 스퀘어에 차려진 어린이무대를 거쳐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거기서 생각보다 긴 시간을 보냈다.  런던의 한 초등학교에서 중국전통춤을 배우는 아이들의 무대가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 아이들 중 중국인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정말 문화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인형 하나 사서 밥 먹으러 가려는데 누리가 콩알탄에 관심을 보여서 하나 샀다. 







완전 즐거운 5분이었다.  5분에 1파운드가 공중으로 호로록 사라졌지만.

그리고 점심을 먹으려고 계획했던 한국식당으로 갔는데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는 잘 가지 않는 김치라는 한국식당에 갔다.  홀본에 있는 아주 대중적인 한국식당인데, 한국사람인 내게는 너무 달고 짜고 그래서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과 시내에 한국식당에 갈 일이 있으면 가끔 간다.  그래봐야 일년에 한 번도 안간다만은.



추웠던 날씨 덕에 지비는 짬뽕을 시켰고, 누리는 잡채와 불고기 떡볶이.  나는 김치찌개를 시켰다.  김치를 담아먹는 김치부자(?)가 아니고서는 먹을 수 없는 김치찌개.

차이나타운 음력설에 가서 웬 한국식당이냐 싶겠지만, 축제라 차이나타운에서 밥을 먹으려면 밖에서 한 두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국음식이라 우리는 처음부터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계획했다.   오랜만에 가본 김치는 역시 내 입맛은 아니었지만 장사는 잘~되더란.



차로 집에서 일찍 나서, 일찍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덕에 비교적 이른 오후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우리에게 별 의미는 없는 차이타나운 음력설 축제였지만 아이와 주말 나들이를 했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


그렇게 하루 잘 마무리했다 싶었는데, 그 날 이후 내가 감기에 덜컥 걸렸다.  지난 한 주 모든 일정을 접고 집에서 누워지냈다.  정말 한 3일은 일어나 앉지도 못했다.  그 이후는 꼭 가야할 일들이 있어서 아픈 몸을 이리끌고 저리끌고 다니느라 감기를 더 오래 앓은 것 같다.  심지어 1박 2일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어제 10여 일만에 처음으로 저녁을 해먹었다.  그 사이 나는 밥과 인스턴트 국으로 연명하고, 지비와 누리는 간단 조리 음식을 해먹거나 나가서 사먹었다.  아파서 입맛이 없는 생애 최초의 경험을 했다.  사실 먹기보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다.  어제 혹시나 싶어 체중계에 올라가보니 2kg정도 빠졌다.  이 역시 생애 최초의 경험.  이 참에 쭉 다이어트를 해볼까 싶은데 그 동안 못먹은 음식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내일 당장 나가서 장봐야지.  1번 도전과제는 쇠고기무국.   음식을 향한 집념(?)이 나도 놀랍다.  다이어트는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