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8년

[life] 토닥s와 쿠키 공장

토닥s 2018. 3. 28. 07:13

지난 한 주 정말 많은 쿠키를 구웠다.  갯수로 따져보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닌데 오븐에 구울 수 있는 양, 구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매일 밤 20~30개씩 주 5일을 구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굽고 있다.


쿠키 공장


처음 3일은 지비의 생일 축하용으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을 쿠키를 구웠다.  회사에선 보통 생일이거나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초콜릿이나 컵케이크를 돌리기도 한다.  3일 동안 열심히 구운 쿠키를 내놓으니 "가방이 작아서 들고 가기 힘든데 왜 구웠냐"고 해서 아침부터 또 잔소리 듣고 회사로 가져갔다.  회사에서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나아진 지비.  그러니 말 좀 들으란 말이다.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아느님 말을.



지비의 생일 턱 쿠키를 구워놓고 다시 이틀 동안은 누리의 주말학교용 쿠키를 구웠다.  근래들어 주말학교에서 생일 턱 달달구리를 몇 개 받아왔다.  누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생일 턱을 부모가 보낼 수는 있지만 달달구리는 안되서 주로 풍선이나 과일을 받아오는데, 주말학교 친구들에게서 받아온 것은 진정 달달구리.  하리보 젤리는 그나마 달지 않은 달달구리에 들 정도였다.  생일이 아니어도 엄마들이 케이크를 구워보내기도 하는데 우리는 계속 받기만 해서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미피 쿠키를 굽고, 조그만 바나나 케이크를 구워서 보냈다.  간식 시간이 따로 있는 주말학교는 바나나 케이크, 스카우트는 미피 쿠키.



일주일 동안 밤마다 쿠키 공장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니라 토닥s와 쿠키 공장.  주말 동안 쉬었다가 지금은 내일 있을 이번 학기 마지막 발레 수업에서 나눠먹을 쿠키를 굽는 중이다.  역시 미피 쿠키 - 정확하게는 숏브레드지만.  누리도 좋아하고 받는 아이들도 좋아해서 굽기는 하지만, 가끔은 노동력 대비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어느 한 구석에라도 마음이 닿을지도 모른다고 희망하면서 굽는다.  에구 허리야.


생일빵 - Honest Burgers


지비의 생일엔 둘이 나가 빵을 먹었다.  생일빵 - 버거.



마침 지비의 생일에 나는 들으러 가는 수업이 있어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어차피 누리도 학교에 있으니, 다시 마음을 바꾸어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누리랑은 함께 못먹는 메뉴를 고르려고 했는데, 결국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수제버거 집 낙찰.  그런데 결국은 차를 타고 갔다.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누리랑은 가봐야 감자튀김만 먹을 것 같아서 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집에 가자고 계획하면서는 로컬 비어를 마시려고 했는데 주문은 올드 스쿨 밀크쉐이크(?)랑 레몬에이드로.  밀크쉐이크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냐, 고등학교 때 롯데리아서 먹은게 마지막 아닐까.  역시나 올드한 취향의 지비.  아니, 영한 취향인가?



생일이라 우아하게(?) 케첩을 먹으려고 했으나 생각대로 안되는 지비.  내가 어디 인터넷에서 보니까 병목에 있는 숫자를 치면 나온단다 - 라고 했는데 병목에 있는 숫자를 쳐도 나오지 않더란.  인터넷과 나의 신용 동반하락↓↓↓



로즈마리향이 나는 짭쪼롬한 감자튀김이라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었는데, 나한테는 너무 짜서 반쯤 남겼다.  붉은 양파가 들어간 소고기 버거를 먹었는데 딱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맛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버거 고기보다 버거 빵이었다.  갓 구운듯 신선했는데, 먹고나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이제 이런 걸 먹으면 속이 부담스러운 나이, 그런 나이다.  그래서 좋은 빵이 반갑다.  맛 있게 먹어서 또 갈듯.  그때는 지역 맥주 꼭 마셔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