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8년

[life] 변화의 시작 - 플라스틱 공해

토닥s 2018. 4. 19. 22:52

작년부터 급격하게 뉴스 등장 빈도가 높아진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  그걸 볼 때만 해도 '이제야 사람들과 정부가 생각이라는 걸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생각도 자의적이기라기보다는 그 동안 쓰레기를 중국에 떠넘기기 하다가 그 길이 막히자 시작된 타의적 문제 제기였다.  세계 각국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올해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끄럽지만 나도 우리가 만드는 많은 쓰레기들이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는 걸 몰랐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냥 이 나라 어디쯤 매립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내가 분리해서 버린 쓰레기도 잘 자원재활용되는 줄 알았다.  듣자하니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도 상당히 낮다고 한다.  오늘도 뉴스는 영국 정부의 플라스틱 쓰레기 대처 방안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경각심을 일깨우는 뉴스들이 영향이 있는지, 작은 변화들이 관찰할 수 있었다.


부활절 방학 기간에 누리의 어린이집 친구 남매와 실내 놀이터에 놀러갔다.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어놓고 친구 엄마랑 차를 한 잔씩 사러 갔다.  우리 앞에 줄을 선 아줌마는 텀블러 3개를 부려놓으며 티를 거기에 준비해달라고 했다.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 근처에 앉은 한 가족은 다 쓴 잼 유리병에 간식으로 손질한 과일을 담아왔다.  free plastic를 이야기하는 단체들이 권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한 번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다.

나도 텀블러가 있긴 하지만 짐스러워서 들고 다니지 않는다.  얼마 전에 간 스타벅스에서 앞으로 텀블러를 이용하면 25p(한국돈 400원 정도)를 깎아준다는 내용을 봐도, '나는 잘 안가는 스타벅스인데'하고 말았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1파운드짜리 저렴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도 팔고 있었다.  이 플라스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각종 업체들은 테이크어웨이 컵을 사용하면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뉴스에서 리포터가 종이컵 값이 25p일 때, 50p일 때 종이컵 사용을 주저하겠느냐고 시민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별로 영향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1파운드쯤 되면 달라질까. 


이 테이크어웨이에 사용되는 종이컵이 특히 재활용 비율이 낮다고 한다.  안에 필름이 코팅되어 있어 그렇다는데, 지난 주말 누리와 햄튼 코트 팔래스에 있는 놀이터에 갔다가(나의 생활은 주로 이 놀이터에서 저 놀이터로) 매립-분해가 가능한 종이컵을 까페에서 받았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필름 코팅이 아니라 식물을 주재료로 한 필름 코팅이었다.




그걸 보면서 지비와 업계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란 생각을 했다.  이런 컵들은 사실 비용이 비싸다.  놀랍게도 이 종이컵은 로컬의 업체가 만들고 있었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단가 면에서 기존의 컵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을테다.  햄튼 코트 팔래스는 일종의 홍보비용까지 더해 이런 컵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런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와 친환경 제품 사용업계에 혜택을 주면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사실 플라스틱 공해 문제를 소비자에게 짐지우고, 비용마저도 지불하게 하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  알고보면 소비자는 음료마저도 부당하게 과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인데.  커피는 단가가 낮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소비자 만큼이나 업계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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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이스북에서 건져 올린 게시물.  영국에 피자익스프레스pizza express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거기에 5살짜리 아이가 빨대를 요구하는 사람에게만 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물론 이유는 플라스틱 공해, 피자익스프레스가 이를 게시했다.  분명 소비자는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받았다 - 고 썼다가 지울까 말까.  이 사연은 다음에 폴란드 여행기에서.



그리고 아디다스가 5월에 내놓을 신상품 관련 뉴스.  바다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신발이라고 한다.  물론 아디다스니까 가격은 비싸겠지만 생각만큼은 너무너무 멋지다.  재활용 제품들이 그 공정 비용 때문에 더 비싼 경우가 많다.  혹은 가격이 비슷하면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조 업체는 품질을 보완하고, 가격 경쟁력을 좀 가질 수 있게 정부가 세금 같은 면에서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



누리 신발이 작아져 새 신발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괜히 마음이 쓰인다.  신발은 당장 필요하고, 아디다스니까 비쌀테고, 나는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둔 '그냥 신발'을 사야하니.


우유만해도 그렇다.  한국의 쌀과 같이 이곳에서 빵, 우유, 치즈, 버터 같은 것들은 생필품이다.  이들 포장재 중에서도 우유는 소비량 만큼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어릴 때처럼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배달하는 곳도 있는데, 주로 잘사는 동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유리병 우유로 바꾸고 싶지만 2배 이상의 가격은 부담이라는 뉴스를 지난 주에 봤다.  사실 우리는 식구가 작아서 1리터 짜리 2~3개를 일주일에 먹으니 나는 바꿀 용의도 있다.  하지만 동네가 안-잘살고, 집이 플랏/아파트라 배달을 안해준다는 불편한 진실.  옆동네는 배달하는 업체가 있던데.  물론 마트에 가도 팔기는 팔지만 그 무거운 유리병 우유를 집까지 - 사실 엄두가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