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8년

[life] 추울땐 라면

토닥s 2018. 3. 2. 00:02

런던 날씨는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  여름엔 25도를 넘는 날이 잘 없고, 겨울엔 5도보다 낮은 날이 잘 없다.  햇볕이 잘 나지 않아 체감 기온은 원래 기온보다 3도 정도 낮다고 하지만 내가 나고 자란 부산만큼이나 눈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이런 곳에 눈이 한 번 왔다하면, 그게 1~2cm라도, 도시가 야단난다.  그런데 화요일부터 간간히 내리고 있는 눈이 녹지 않고 쌓였다.  물론 런던 밖, 영국의 중, 북부는 더 많은 눈이 왔다.  런던의 많은 중등학교도 휴교를 했는데, 초등학교는 대부분 열었다.  중등학교는 차로 통학할만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오는 반면,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통학하는 거리에 사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수요일은 원래도 바쁜 날인데 눈 때문에 더 없이 바쁜 날이었다.  다행히 내가 듣는 수업은 눈 때문에 취소되었지만, 누리는 짐을 잔뜩 챙겨 등교를 해야했고, 누리를 등교 시켜놓고  지비의 시민권 취득식에 가야했다.   가는 길에 차가 막혀 결국 가는 길에 세워두고 한 10분 걸어가야했다.  평소 5분이면 걷는 거리였는데, 펭귄 걸음으로 걸으니 10분.  눈 올땐 펭귄 걸음으로 걸어야 안전하다나.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 과정이었는데 마침내 마무리하게 됐다.  시민권을 취득하는 게 아니라 구입하는 느낌적 느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받은 증명서와 기념품 - 인도에서 만들고 스페인 회사가 수입한 면가방이었다.

어디가서 축하(?)라도 할까 싶었지만, 누리도 없고, 점심 시간은 멀었고, 눈으로 길도 얼어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니 다시 시작되던 눈.



일단 핫초코로 몸을 녹이며 시민권 취득을 자축하고 집에 있는 재료들을 그러모아 키쉬를 구워 점심을 해결했다.  계속된 눈 때문에 장보기를 며칠 걸러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다시 내리는 눈을 보며 오후에 예정된 식재료 배달이 없으면 우리 저녁을 굶어야 하냐며 후덜덜.  다행히 눈도 금새 그치고, 식재료 배달도 제 시간에 왔다.


오후에 있는 누리의 발레 수업에 갈까 말까 고민 했다.  길도 얼었고, 깜깜해져 언 길 위로 운전을 해서 와야하니 부담이었다.  학교 문을 나서며 발레 갈까 말까 물었더니 의외로 간다는 누리의 대답에 엉금엉금 언 골목길 위로 차를 몰아 다녀왔다.  누리가 차 안에서 계속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집 앞에서 작은 눈사람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어제는 누리가 학교에 들고간 짐이 너무 많고, 발레 준비물에 폴란드 식료품점에서 몇 가지 산터라 집에서 재택근무 하는 지비에게 내려와 짐을 가져가라고 했다.  짐을 들려보내고 누리와 눈사람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또 누리보다 더 열심히인 지비.

나는 너무 추워서 2등신으로 대충 작게 만들고 들어가자고 재촉하는데, 지비는 3등신이어야 한다며 시간을 끈다.  너무 추워서 화가 나려던 지점에 대충 만들고, 대충 사진찍고 들어왔다.  어쨌든 누리가 소원풀이 했다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날씨.  눈이 오다가 말다가 그렇다.  어제부터 계속 먹고 싶었던 라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역시 추울땐 국물, 추울땐 라면이다.  종종 가서 구경하는 블로그님이 올려놓은 미역라면(☞ http://amyzzung.tistory.com/1281 )을 보고 바로 끓여먹었다.   라면은 맛있게 먹어도 속이 불편해서 줄이려고 하는데, 냠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집에 남은 마지막 라면이라 그랬던가. 

그런데 1 - 오늘 저녁은 뭐 해먹지?



그런데 2 - 오늘이 벌써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