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hochiminh] 여행의 끝

토닥s 2017. 11. 27. 23:39

(2007년 6월 25일 작성)


베트남 여행을 가면서 입고간 청바지. 아무데나 털썩털썩 앉고 계속 입다보니 헤져 구멍이 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호텔에 버리고 왔다. 조금이라도 짐을 줄여보려고.
그땐 여행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사실 지금도 없기는 매 한 가지다만, 옷짐이 가장 많았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지만.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나라를 여행할때는 현지에 가서 사입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저렴하기도 하고, 돌아오면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단, 그러한 여행법은 표준체형 또는 그보다 작은&날씬한 경우만 해당한다. 나는, 나는 안돼.(ㅜㅜ )

호치민시티에 가서는 메콩강 투어다, 구찌터널이다 시외로만 나돌아서 정작 호치민시티에서 찍은 사진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밥 먹으며 어슬렁 거린 거리가 전부이니. 하지만 그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 여행을 하면서 이미 사둔 커피가 있어 새로이 구입하지는 않았다.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은 세계 3위다. 놀랍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커피에 밀려 품질을 알아주는 커피는 아니다. 맛은 잘모르지만 좋아라 하고 먹는다. 베트남에 다녀오고서 계속. 베트남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집에 다니러 갔다올 때마다 커피를 선물로 사가지고 온다.

호치민시티는 모방그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게 듣고보니 이런 장면도 기념이 될듯하여 한 장 찍었다.

앞서 말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의외로 육식을 즐긴다. 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함이라고 우리끼리 생각하고 말았다.

베트남 커피를 내려먹는 방식이다. 철제로 된 드리퍼에 커피를 꼭꼭눌러담고 커피를 내린다. 진하게 내려진 커피와 연유를 섞어 먹는 것이 베트남에서 커피를 먹는 방식이다.
여행에서 돌아올때 철제 드리퍼를 사오기는 했는데 베트남에서 먹던 것과는 달랐다. 언니와 함께 베트남에서 마셨던 커피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모두 실패. 철제 드리퍼는 기념품으로만 남았다.

떠나오던 날 아침 미니호텔 창에서 내려다본 풍경.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베트남에서 보낸 열흘이 너무 꿈만 같고, 너무 좋아서.( ˇ_ˇ)


처음 베트남 여행을 할 때, 그리고 하노이 어느 시장 어귀에서 돼지기름에 볶은 밥그릇을 앞에 놓고 내가 왜 베트남에 왔을까를 생각했다. 말이 '생각'이지 '후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땅에서 열흘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간사한 사람 마음'이 떠오를 정도로 180˚ 바뀌어 있었다. 이제야 정이 들 것 같은데 떠나야 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정 들자 말자 이별이라더니-.

호치민시티의 공항은 하노이 공항과는 달리 분주했다. 시간이 늦어 생각할 틈도 없이 짐을 붙이고 보니 나는 반바지 차림인 것이다. 돌아가야할 한국은 2월인데.( ;; )

정신없이 자다보니 밥을 먹으란다. 빵조각 조금 뜯어먹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쑤언의 표정이 눈에 보이게 좋지 않았다.  

쑤언은 나이 스물여섯에 한국에 왔고, 그의 나이 서른 둘인 지금도 한국에 있다.  그때 쑤언의 나이 스물여덟.  언제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끝나도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유학길에 다시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이었다.

그때 일행 중 가장 연장자였던 김남기 선생님이 쑤언의 어깨를 토닥이며, 얼른 열심히 공부해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해주셨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우리나라가 하지 못한 통일을 이룬 나라라며, 그런 나라에서 열심이 일할 일꾼이 되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런 쑤언은 아직도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석사과정에 있던 쑤언은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함께 해야하는 처지라 공부만 하지 못하다보니 박사논문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러고보니 쑤언을 만난지도 조금 됐다, 지난 겨울에 보았으니.  오랜만에 쑤언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뜬금없는 옛글이라 놀라시겠지만 오래된 홈페이지에서 블로그로 이사중이랍니다.  끝내지 못할 숙제 같지만 천천히 옮겨 보려고요.  예전에는 티스토리가 과거날짜로 발행이 됐는데 이젠 안되네요.  그래서 오늘 날짜로 발행이 됐습니다.

베트남 여행기는 카테고리>길을 떠나다.>2003년 베트남여행 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