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캘리포니아] 여행 첫날, 헌팅턴 해변

토닥s 2023. 1. 15. 09:03

4년 전 출장으로 뉴욕을 다녀온 지비가 미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때만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해서 미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판데믹 동안 지비는 판데믹이 끝나면 가고 싶은 곳으로 싱가폴을 꼽았다. 판데믹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조심조심 여행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던 지난해, 생각보다 싱가폴 물가가 너무 비싸고 이른바 관광지라는 곳들이 너무 인공적이라 흥미가 떨어졌다. 그때 판데믹 중에 미국으로 이주한 친구가 떠올라 싱가폴 항공권을 구입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바로 여행지를 로스앤젤레스로 바꾸었다. 항공권을 5월에 샀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다. 가기 직전 여행 가서 하려던 꼭 한 가지 - 디즈니 파크를 검색해보니 매진. 디즈니 어드밴처로 대체해 티켓만 사서 여행을 떠났다.

헌팅턴 해변

캘리포니아의 매력은 수 많은 해변이었다. 여건이 되면 돌아가며 매일매일 다른 해변만 가도 될 정도. 우리는 도착한 다음날 바로 모래놀이 도구를 챙겨 헌팅턴 해변으로 갔다.

한국으로치면 미세먼지 같은 현상 때문에 공기의 질은 좋지 않았지만, 짧게 여행을 다녀가는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영국의 여름날씨 같은 로스앤젤레스의 겨울날씨에 우리는 반해버렸다.

해변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는 동안 지비와 친구는 돗자리 깔고 앉아 밀린 대화들을 나눴다. 그 뒤 인근의 쇼핑센터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미국에 흔하다는 판다익스프레스.

간식은 한국계 사장님이 운영하신다는 모찌넛. 도너츠지만 쫄깃한 식감이 강하고, 덜 달아서 인기라고 한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 기념 저녁을 먹기 위해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메뉴는 한국인답게 샤브샤브.

한국형 푸드코트. 국밥, 짜장면, 떡복이, 핫도그 골고루 갖춘 곳이었다.

배고파서 급하게 먹은 샤브샤브 사진은 없네

아이는 영국에 사두고 몇 번 해보지 못한 닌텐도 게임기를 발견하고, 너무나 해보고 싶어했다. 그래, 너도 휴가니까 ‘옜다!’하고 즐기게 해주었다. 저녁 먹은 걸 정리하고 주거 단지 내에 있는 수영장과 자쿠지(온탕)에서 휴가 첫 날을 마무리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간 여행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친구가 살고 있는 일상을 즐길 수 있어 더 좋은 여행/휴가였다.
아이가 꼽은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순간도, 가장 좋았던 부분도 다음 날 간 디즈니 어드벤쳐와 언니들과 함께한 일상(수영장+게임)이었다. 그렇게 여행 떠나기 전 날 미국에 가기 싫다고 울던 아이는 미국병에 단단히 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