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6년 한국

[day3] 디어 마이 프렌즈

토닥s 2016. 5. 23. 01:16
한국에 도착하고서 벌써 시간이 휘릭.

고교 동창 둘과 친구들의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다.  장소을 정할 때부터 아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바닷가 까페에 자리잡고 친구들의 남편들이 아이들을 양떼처럼 몰아 바닷가에 가고 우리는 시원한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울면서 걸어들어올 누리를  예상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의 아이들을 번갈아봤는데, 웬걸.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바닷물에 흠뻑 젖어 즐겁게 놀았다. 
거기까지 아이들의 몫이 끝나고 뒷일을 해결하는 건 고등학생에서 부모(아이구 어색해라)가 된 우리 몫.  바닷가 근처 낡은 민박집에서 아이당 2천원씩 주고 물로 씻겨 유명하다는 가자미미역국을 먹으러 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멀리서 온 친구 가족과 헤어지기 좋은 고속도로 입구 근처 동네로 자리를 옮겨 커피 한 잔씩 하고 헤어졌다.
커피를 마시면서는 유난히 기억력 좋은 한 친구가 쏟아내는 학교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 남편들의 표정은 흡사 오래된 군대생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 당사자들에게만 중요한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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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다 못해 낡은 민반집 샤워실에서 쪼그려 앉아 아이를 씻길 때만해도 '어쩌다 내가 이런 스타일 빠지는 일을 하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같은 날도 참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까페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을 마시고 싶어도 뇌활동의 절반은 까페 밖 아이들에게 가 있고, 맛있고 유명한 식당에 가서도 아이들 밥 챙기느라 밥을 씹는지 마시는지도 모르게 먹고, 다시 옮긴 까페에서도 잠든 아이들 하나씩 안고 요가하듯 커피를 마셔도 늘 반갑게 만날 사람이 있는 오늘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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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우연하게 tvN의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일전에 3화를 봤고 이 글을 쓰면서 4화를 봤다.
캐스팅보다 대단한 건 연륜 깊은 그들의 연기다.  그들의 연기처럼 우리도 깊게 나이가 드려나.

디어 마이 프렌즈,
오늘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