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6년 한국

[day19] 흥 칫 뿡!

토닥s 2016. 6. 7. 18:26
예전에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버스운전사였다 글을 쓰시는 분을 모신적이 있다.  그 분 책과 글을 읽으면서 짐작만했던 고단한 버스운전사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빠듯한 쉬는 시간이 교통정체로 기점으로 늦게 들어오면 잘려나가는 식이었다(요즘은 그렇지 않겠지).  들을 땐 재미있지만 다시 한 번 새겨보면 슬픈 일화 중 그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버스운전사들은 운전도 잘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밥도 빨리 먹고, 화장실도 잘 참을 수 있어야하는데 눈도 좋아야 한다는.  버스 정류장에 선 승객이 자신이 운전할 버스를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멀리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버스가 다가올 때 미동도 없던 승객이 버스가 지나가면 불만신고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초능력/ 예지력 /독심술로 승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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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런던에선 버스를 타기 위해 승객이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주로 교통 카드를 든 손을 드는 식이다.  그리고 버스는 정류장에만 정차하기 때문에 벨을 미리 눌러놓지 않으면 다음 정류장으로 출발해 버린다.  승객은 인도에서 내려서 차도에서 타는 일이 없다. 
휠체어 장애인이 타서 시간이 지체된다고 해서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발판에 문제가 생겨 출발이 지연되거나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으면 다들 나서서 돕는편이다.  그래야 자기도 빨리 갈 수 있으니.  휠체어 1대가 탈 수 있는 공간에 유모차 2대가 탈 수 있고 우대 대상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유모차가 먼저 탔다고 하더라도 휠체어 장애인이 타려고 하면 얼른 접어 치워야 한다고 버스에 커다랗게 적혀있다.  많은 버스운전사들은 누리 또래의 아이가 서 있거나 그보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가 서 있으면 버스를 출발 시키지 않는다.  자리가 없었다고 해도 그 누군가는 꼭 자리를 양보한다.
런던의 경우는 그렇다, 특히 내가 주로 이용하는 로컬 번호 버스들은 그렇다.  아, 런던의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다.  그럼에도 장애인과 노인들이 타고 내릴 땐 한 쪽을 기울여(펌프로 높낮이를 조절하는듯) 편의를 돕는다.  이층버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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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전직 버스운전사였던 분의 강의를 듣고, 런던에서 버스를 이용한 뒤 한국에 오면 나는 버스를 탈 때 늘 교통카드를 든 손을 들어 버스를 세운다.  버스에 타면 운전사분들이 늘 아래위로 쳐다보시는 느낌이다.  '택시인줄 아나?', '흥칫뿡!' 그렇게 생각하시는 느낌이다. 
내가 탈 버스를 보고 너무 일찍 손을 들어 택시가 내 앞에 선적도 있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이렇게 계속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런던이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버스는 한국이 훨씬 깨끗하고 빠르다, 한국 버스운전사들도 승객들도 좀 바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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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부산에서, 며칠 동안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든 생각이다.  참 다들 여유가 없어보이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