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6년 한국

[day20] 한국병원방문기

토닥s 2016. 6. 9. 11:38
화요일 저녁 잠시 외출하면서 누리를 부모님께 맡겨두고 나갔다.  집을 나선지 3시간만에 누리가 좋아하는 로보콩을 안고 귀가하였다.  두 시간은 잘 놀다가 한 시간은 발코니에서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누리.
누리가 그날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일어나서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러다 이른 아침인 6시쯤 일어나 구토하고 만 누리.  특별히 열은 없어보여 물을 많이 주고 밥도 조금씩 주었다.  오후에 낮짐으로 빠져든 누리 - 아프다는 증거.  그때부터 몸에 열이 있는듯해서 영국에서 가져온 해열제/진통제를 먹이고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병원에 가보란 부모님의 의견에 한 걸음도 걷기 싫어하는 누리를 안고 나섰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났다.  목 안이 많이 붓고 귀 안에도 염증이 조금 있어 항생제를 먹이는게 좋겠다고.  내가 주저하는 표정이었는지 지금 항생제 먹여 염증을 잡으면 며칠 먹지 않아도 된다며(4일) 덧붙였다.
이름을 봐도 외국인인 누리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 영국에서 왔다고 하니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별로지 않냐는 의사.  질병 예방관리에는 좋은 시스템임이 분명한데 어린 아이가 있어보니 가끔은 어렵기도하다고 답했다.

병원에 갈 때 누리에게 먹인 해열제/진통제의 설명서를 들고 갔다.  벌써 그 약을 한 번 먹였고 평소에 알레르기 같은 반응이 없었다는 걸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였는데, 파라세타몰이라는 해열제/진통제 주성분을 알지 못하는 의사.  그 사실보다 영국의 무상의료 시스템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반복하는 의사가 불편해서 그 자리를 얼른 뜨고 싶었다.

영국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그 어떤 가치나 시스템보다도 중요하고 지켜져야할 것의 의료시스템 NHS다.  나뿐 아니라 영국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도 NHS가 주요테마 theme중 하나가 됐다.

한국과 영국의 의료엔 분명 장단점이 교차한다.  한국의 의료인들은 친절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진료를 '당장' 받을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영국 의료 체계의 장점은 무상의료다.  체계운영과정에서오는 단점들은 있지만, 그 단점들을 덮고도 남을 장점이며 사회가치인 것이 무상의료다.

영국의 NHS를 모델로 설계했다고 알려진 한국의 의료서비스는 많은 부분이 건강보험에서 지불되기 때문에 저렴한 편이다. 
기회되면 자세히 쓰겠지만 한국에 와서 누리가 비보험 진료를 한 번 받았다.  진료비 8천원.  이후 보험적용 진료를 받았는데 진료비는 2천원이었다.  약값의 경우는 더 차이가 컸다.  처방받은 약의 종류가 약간 다르긴 했지만, 비보험일때 1만8천원 보험적용일때 1천4백원이었다.
비보험 적용시 큰 차이가 나는 사실, 건강보험이 진료와 의약품 구입을 커버하는 사실, 해외에 체류하며 그곳에 주요 세금을 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이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누리는 여전히 징징대지만 어제보다는 기운을 차린듯하다.  어젠 정말 축 늘어진 상태였다.  약 2회분 먹었는데 변화를 느끼는 건 기분인가? 센 약 효과인가?  덕분에 3주간의 한국방문 마지막 한주를 집에서 보내다 갈듯.  고마워 누리야.(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