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haivan] 하이반 고개

토닥s 2007. 1. 27. 06:30



후에에서 다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하이반haivan이 있다. 하이반 고개는 세계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고개 몇 곳에 꼽히는 곳이라 한다. 나는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경주 남산 올라가는 것과 큰 차이를 모르겠더라. 하이는 바다고, 반은 눈인데 늘 운무가 끼어 있어 날씨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하이반 고개에 오르기전 잠시 쉰 곳이다. 왜 쉬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쑤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쑤언이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저렇게 물기둥이 솟을땐 기차가 오고 있는 중이니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하고 끄덕였다. 그러나 나는 한참 뒤에 이상한 걸 느꼈다.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거다. 이런, 뭐야하고 다시 물었더니 일행 중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가느라 잠시 섰던 것이다. 이때 처음으로 특유의 허풍쟁이 기질을 쑤언에게서 느꼈다.(-_- );; 그는 늘 알듯모를듯한 농담을 한다.






비슷하지 않아? 남산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과. 규모가 다르기는 하다. 더 높고, 더 구불하고.



하이반 고개에 오르면 오래된 성곽을 볼 수가 있다. 높은 고개이다보니 오래전부터 군사요충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붉은 벽돌이 베트남 사람들이 만든 성곽이다. 그 아래 시멘트는 미군이 만든 것이다. 문화유적으로서 가치가 큰 시설물인데 무식하게 시멘트로 '쳐발라' 자기들의 군사시설로 쓴 것이다. 왜 개들은 개념이 없는 걸까?(-_- )



프랑스와의 전쟁, 일본과의 전쟁,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고루 치열한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다. 앞과 뒤를 두루 볼 수 있는 높은 지형이, 군사적인 이유로 꼭 필요한 것이었으리라. 격전지였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령비가 있다.





힘들게 힘들게 버스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부릉부릉 덜덜덜덜 그 소리를 들어야 힘겹게 올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

+ 하이반 고개는 경치보다 무개념한 미국을 다시 한 번 씹어주는 곳이었다.  그래도 정말 경치는 좋았다.

이때 화장실에 잠시 들렀는데 경악을 했다.  기대한 것처럼 화장실은 깨끗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경악을 한 것은 깨끗하지 않은 화장실이 아니라 내 앞에 이용한 사람 때문이었다.  중년의 백인 여성이었는데, 아마 프랑스 사람일 확률 70%다.  화장실은 좌변기였는데 좌변기에 신발자국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좌변기 위에 쪼그려 앉은 모양으로 볼 일은 본 모양이다.  뒷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보다 그 위에 쪼그려 앉는 것이 더 놀라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일정부분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뒷사람 생각 좀 해주지.  나?  물 한 바가지 얻어와 끼언고 티슈로 닦았다.  신발자국만 아니었으면 그냥 물티슈로 닦고 말았을 것이다.  물티슈, 꼭 필요한 여행용품이다.  여성에겐.  나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그러한 여행 습관을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