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197days] 육아에서 안되는 일

토닥s 2015. 12. 30. 07:29
가끔 놀이터에 뜬금없는 복장으로 나타나는 아이들이 있다. 한 여름에 겨울코트를 입고 오는 아이도 있고, 때도 아닌데 백설공주 옷이나 근육질의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오는 아이도 있다. 요즘은 '겨울왕국 frozen'의 엘사 옷이 대세. 비가 오지 않는 날 장화를 신은 아이는 늘 있는 정도. 처음 그 아이들을 볼 땐 귀엽기도 하고, 부모가 안됐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 부모 마음이 팍팍 이해가 간다.

어제 새로 산 장화.

신던 장화가 작어져 비가 많은 가을부터 사려고 했는데 한국 다녀오고, 어린이집 가고 어영부영 하다보니 못샀다. 샀어도 바빠져서 장화 신고 공원 산책할 틈이 없었을 것도 같고. 어제 커피 마시러 나갔는데 클락스 clarks 절반 가격으로 할인해서 9파운드에 팔고 있길래 냉큼 샀다.

지난 밤 비가 와 땅이 젖기는 했지만 물 튀길 웅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오늘 꼭 장화를 신고 나가겠단다. 그러겠다면 신어야지 하고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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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방문한 친구네에 디즈니 미니마우스가 있어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딸이 생겼을 때 선물 받았단다.

자신들은 아이가 생겨도 디즈니는 안보여주고, TV도 안보여주고, 캐릭터 상품도 안살꺼라고 했단다. 아이가 생기고 보니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고, 생각이 바뀐 것도 많다고. 사지 않을 꺼라 생각했던 물건들을 선물 받기도 하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기도 하고, TV도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으로 찾아 보여준다면서.

다들 그렇다. 나도 그렇고. 아이 키우면서 안되는 게 어디 있나. 그랬으면 하는 바람만 많을 뿐.

누리는 아직 달달구리 사탕, 초코렛을 잘 모른다. 이제 세 살 먹겠다해도 어쩔 수 없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어쩌다 손에 넣게되도 맛만 보고 만다.
먹는 것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지비는 내가 너무 무르다고 한다. 나는 사실 위험한 것 빼고 안되는 게 거의 없다. 사람 사는데 '절대로' 안되는 일이 몇 가지나 있겠나. 안되는 일의 목록이 길면 길수록 아이를 바라보는 나만 힘들다는 게 내 생각. 지금까지는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보다 긴 목록을 가지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