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178days] 혼자서 보내는 오후

토닥s 2015. 12. 11. 00:28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먼저 보낸 사람들에게 했던 질문이고, 요즘 내가 많이 듣기도 하는 질문은 "누리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이다.

내가 들었던 대답은 대부분 청소, 장보기, 일처리(?) 이런 것들이었다. 앞서 어린이집을 보낸 경우는 주 3일 하루 반나절 보내면서 한 달에 500여 파운드를 내야하는 경우여서 나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비싸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는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도 장을 보거나 청소하는 데 시간을 쓰기는 썼다. 나머지는 시간들은, 최근 2~3주 정도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열심히 썼다. 집에서 까페에서. 사실 카드를 쓰는 시간보다 바뀐 주소체계에 맞추어 새로운 도로명 주소와 새로운 우편번호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하이스트릿에 갈 것인가, 그 길에 장도 보고 올 것인가 등을 고민했다. 그런데 물건을 살 곳과 장을 볼 곳이 멀어서 차를 가지고 가도 이른바 '각도'가 안나왔다. 내일 오후에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니 오늘 장을 봐야할 것 같고, 갈등하던 차 약속이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사진은 예전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걸어와 나를 위한 점심을 만들었다. 알고보면 남은 음식들을 처리하기 위한 치킨 샐러드. 닭다리 살도 발라내고, 허니머스타드 소스도 만들고, 누리가 먹고 반씩 남은 토마토와 사과도 잘라넣고, 상추도 잘라넣고, 마지막에 잣도 올리고. 여느 때보다 잘 & 천천히 먹은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엔 누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서 하지 않는다던 청소도 했다. 누리가 모래놀이를 하고서 돌아와 모래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무용지물이겠지만, 오랜만에 창문 발코니문까지 활짝 열고 청소한 지금만은 참 상쾌하다.
그리고 저녁 준비도 조금 해뒀다. 고기는 양념에 넣어두고, 쌀을 씻어 예약을 해두었다. 이만큼만해도 절반은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누리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 앉아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주로 아기 과자와 포도를 먹는다. 돌아와서 바로 먹을 토마토와 오이도 썰어두었다.
이제 5분 뒤엔 옷을 챙겨입고 누리를 데리러가면 된다.

이런 건(집안일) 하지말자, 저렇게 하자 그런 강박들을 걷어내고 나니 조금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청소 후라 상쾌하기까지. 오늘 같은 날이 많아서는 안되겠지만, 있어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