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taste] 더 커피 하우스 The Coffee House

토닥s 2015. 11. 8. 18:46
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분위기가 참 다르다. 주택가에 있으니 어른 걸음 5분, 유아동반 내 걸음 10분 반경엔 집 밖에 없다. 그 경계, 5분과 10분을 넘어가면 가게들도 있고, 까페도 있고, 하이스트릿도 시작되고 그렇다. 남쪽과 동쪽의 경우는. 그런데 북쪽과 서쪽의 경우는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곳이 별로 없다.

누리의 아기짐(유아체육교실이다. 이제 더이상 아기가 아니지만)을 하러 가는 서쪽은 한참 가야 나오는 만만한 곳은 맥도널드. 20분쯤 걸어가야 한다. 체육교실이 운영되는 곳은 걸어서 25분. 그쪽 방향은 누리의 체육교실이 아니고서는 차를 타고도 잘 지나가지 않을 곳인데, 누리 덕에 일주일에 한 번씩 6~7개월을 다녔다. 이유없이 맥도널드를 탓하면서, 왜 맥도널드 너 밖에 없냐면서. 그러던 어느날 까페가 하나 문을 열었다. 기웃기웃하다가 어느 날 들어갔다. 라떼를 한 잔 시켜먹었다. 이게 실수였다. 다시 찾지 않을 느끼한 맛이었고, 그 뒤로 그 자리에 까페가 있어도 가지 않았다. 얼마 후 그 앞에 브랜드 까페인 코스타가 들어서서 그 근처서 커피를 마실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생각만했다. 정말 누리 체육교실이 아니고서는 그 방향으로 갈 일이 없어서 가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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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알게 된 한국인 엄마와 커피 이야기를 하다 그 집 커피가 한국에 알려질만큼 유명한 몬머스 monmouth의 커피를 받아다가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몬머스라는 이름을 나도 들어본적은 있다. 한국에서. "그게 영국 것이었나?"하고 귀가 팔랑팔랑 다시 날잡아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갔다. 이런덴 행동이 어찌 이리 빠르누.

누리가 하는 체육수업이 3세 반이 되면서 엄마의 동반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 다녀와서 뒤늦게 들어간 누리는 분위기 파악도 안되고, 나와 떨어지려고 하지도 않아서 2주 동안 배경처럼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 번 주 수업에 갔더니 누리가 신발을 벗는 동안 선생이 울어도 자기가 책임질테니 가라고 속닥속닥. "아 정말?"하면서 귀를 입에 걸고 나왔다. 물론 누리는 내 등뒤에서 울었지만. 뒤에 들으니 잠시였다고 한다.
비가 왔지만 나풀나풀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으로 나와서 볼 일을 잠시 보고 체육수업이 진행되는 곳으로 돌아가면서 더 커피 하우스 The Coffee House라는, 몬머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그 집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시간이 없어 손에 들고 갔다. 누리가 마치는 시간까지 10분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주로 유모차를 세워두는 대기실에 앉아 호호 불면서 마셨다. 뜨거워서 '에스프레소로 시킬 걸'하고 후회하면서 한국에 소개된 몬머스 커피에 관한 글들을 찾아봤다.


몬머스 커피의 명성을 듣고 찾아 다녀간 한국인들의 평가는 '강하고', '쓰다'였다. 그 말이 이해는 됐다. 디저트(케이크)는 프랑스식, 커피는 이탈리아식을 선호하는 이곳 분위기로 봤을 땐 몬머스 커피의 인기도 이해됐다. 괜찮은 동네 까페들에 가면 작은 사이즈 커피도 보통 에스프레소 투 샷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인기 있는 몬머스 커피에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핸드드립인데 진하게 만드는가 보다.
영국의 경우는 핸드드립을 하는 까페들이 생기고는 있지만, 대세는 아닌데. 보통의 까페에서 핸드드립을 하는 경우 핸드드립이 가장 비싼 메뉴다. 기회가 되면 몬머스 커피에도 가보고 싶다. 맛이 어떤지. 이 더 커피 하우스의 경우는 에스프레소를 내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주고 핸드드립 메뉴는 없다. 있다고 한들 손맛을 신뢰하지는 못하겠지만.

몬머스 커피맛? 내가 알리가 있나. 그저 라떼보다는 아메리카노가 낫다는 정도. 이런 건 취향이니까.
그런데 이 더 커피 하우스에서 몬머스 커피를 팔고 있다고 알려준 분의 이야기로는 "이 동네에서 라떼 팔아서 엄청 돈번다"였다. 그런 거 보면 이곳 사람들의 커피취향도 나만큼이나 막입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