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047days] 못말리는 오지랖

토닥s 2015. 8. 1. 07:38
내년 1월이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만 5년을 살았고, 이 동네에서는 6년을 살게된 셈이다.
올해 봄 M님을 만나기 전까지 한국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그 이후 봇물터지듯 한국사람을, 그것도 아이를 둔 엄마들을 만나게 됐다. 그래봐야 도합 4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M님과 Y님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두어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Y님과 인근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날 M님도 청했다. 그래서 3명의 한국엄마 3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그런데 유아 3명은 좀 쉽지 않았다. 공원 놀이터에서는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는데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펍에선 쉽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지러지게 운다거나 고집을 피운다거니 하는 일은 없었지만 3명의 아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러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어쩌면 겉보기는 순조로웠으니 나만 바늘 방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분간 '생각'으로만 남겨야 할 것 같다. M님은 아들에게 남자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데 다리를 놓아준 내 몫의 역할은 했으니 그 이상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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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초 동네 놀이터에서 또 한국엄마를 만났다. 4살 딸을 둔. 심지어 그 한국엄마는 이웃 한국인 부부의 5살짜리 아이를 돌봐주고 있었다. 갑자기 한국엄마들 봇물이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오후 장보러 나가서 하이스트릿에 있는 그린(작은 공원/도심녹지)에서 누리와 시간응 보내다 또 한국엄마 한 명을 만났다. 혼자서 완전 신기신기하면서.

내가 한국에 살면 아이 가진 엄마를 만났다고 해도, 설령 아이들의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도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길 나누거나 연락처를 주고 받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이 아닌 곳에 사니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고 또 엄마들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니 다들 반가운 마음이 든다. 더군다나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도 아니니. 아니다, 한국인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블로그를 통해서 연이 닿은 분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는 곳이 멀면 마음이 닿아도 마음처럼 자주 봐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연관된 관계는 주로 '거리'기 많은 걸 결정 짓는 것도 같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집에 와서 '아이고 오지랖..'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근처 한국엄마들 다 모을 생각도 아닌데 왜 넙죽넙죽 인사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는지.
물론 연락처를 다 주고 받아도, 서로 만나는 사이가 된다고 하여도 나와 맞는(?) 사람인가는 또 다른 이슈인 것 같다. 연애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고 이렇게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만나다보면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날도 있겠지.

사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도 있다. 대부분은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아내들, 런던이라는 특성 때문에 영국인 남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도 같다,의 이야기가 하나도 같은 경우가 없다. 개인적으론 재미가 있지만 사생활의 부분이라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이 모이면 재미있는 작업이 되긴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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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이야기한 오늘 오후에 간 그린. 마침 휴가철을 맞아 해당 구청의 도서관들이 중심이 된 축제의 일부분인 공연이 있었다. 누리와 나는 공이나 차고 비누 방울이나 불려고 갔던 길이라서 공연의 막바지에 도착했다. 마이크도 없는 연극 공연이라 누리가 보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캐릭터들이 동물 분장을 하고 있었고 과장된 몸짓과 소리 때문인지 꽤 집중해서 보았다. 덕분에 과자 하나 물려주고 한 30분 잔디밭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올 크리스마스엔 누리에게 꼭 공연을 보여줘야겠다. 연말에 가족/아동대상 공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