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028days] 엄마적 갈등

토닥s 2015. 7. 14. 07:53

첫 갈등


지난 금요일 오랜만에 Y네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다.  Y네 레스토랑이 있는 동네는 집에서 가까운 오버그라운드(지상철)를 타고 다섯 정거장만 가면 된다.  그런데 오버그라운드 역까지가 문제였다.  어른 걸음으로 10분이면 될 거리인데 누리와 걸으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안됐다.  준비가 늦어져 타려고 계획했던 20분 오버그라운드는 놓치고, 다음으로 계획했던 40분 오버그라운드 역시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10분 뒤인 50분에 오버그라운드를 겨우 탔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배차 간격이 길었다.


역으로 가는 길은 공원을 가로 질러 간다.  가면서 참 많이 갈등했다.  누리를 억지로 끌고 가면 40분 오버그라운드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날 따라 누리가 왜 그리도 각종 사물에 관심이 많고, 지나가는 사람에 관심이 많은지.  그걸 다 참아주자니 40분 오버그라운드는 당연하고, 그 뒷차마저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갈등이 됐다.  윽박을 질러서라도 급히 끌고 갈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그 당시는 그게 인간적 갈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서 생각하니 애 키우는 사람들이 매순간 하게 되는 갈등이 아닌가 싶다.


윽박은 아니고 "이모가 기다려!"라고 얼러서 누리를 스쿠터에 태우고 열심히 간 결과 50분 오버그라운드는 겨우 탔다.  처음 Y네가 레스토랑을 열땐 크게 팔아주진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가야지 했는데 그게 어렵다.  한 두 세 달만에 간듯하다.  누리 밥 먼저 먹이고, 점심을 시켜 먹었다.




매콤한 소스와 함께 먹는 치즈.  누리가 치즈 아래 깔린 빵/과자를 무척 잘 먹었다.  전체로는 약간 양이 많은듯 하였는데 Y의 말론 이것만 먹는 사람도 있나보다.



그리고 나의 점심 메뉴인 샌드위치.  "중국 빵 같애.."라고 했더니 "맞다"고.( - -);;

처음엔 빵에서 나는 허브향이 닭에서 나는 것인지 구분이 안되서 빵만도 먹어보고 닭만도 먹어보고.  결국 빵에서 난다는 걸 알게 됐다.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있는 차이나타운 입구에 들어서면 나는 냄새/향.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촌시러워서 향/향신료 다 잘 못먹는다.  그런데 튀긴 닭만은 참 맛이 있었다.  그 이야길 지비에게 했더니 "사오지.."라고.  조만간에 또 가야할 것 같다.  그 전에 점심 메뉴 또 바뀌면 어쩌지?




나의 점심 시간을 위해서 아껴둔 스티커 책 방출.  다음에 한국 갈 때 긴긴 비행시간을 채우기 위해 사서 모셔둔 스티커 책인데.  덕분에 밥 잘먹었다.






마침 금요일 점심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오랜만에 Y와 이야기도 하고, 연습중인 칵테일도 맛보고 시간을 잘 보내다 왔다.  더불어 Y의 남편이면서 쉐프인 J님이 개발중인(?) 아이스크림도 맛보고.  그런데 아이스크림 맛은 너무 획기적이라 먹기 어려웠다.


다음 갈등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 새로운 갈등이 찾아왔다.  누리의 놀이집을 늘 탐내던 이웃에게 절반가격으로 중고처분하였다.  이웃이 토요일 아침 가지러 오겠다 연락이 와서 그러라 했다. 


이 놀이집을 팔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활용도가 떨어져서인데, 집도 좁고, 이웃에게 팔겠다고 정리가 된 이후 누리가 들어가 노는 것이다.  늘 이런식이다.  그래서 누리가 보는 앞에서 집이 철거되고 다른 사람 손에 들려 나가게 되면 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잠들고 난 뒤 문 밖에 내어놓았다가, 토요일 아침 이웃에게 와서 가져가라고 이야기 해두었다.  그런데 그 이후 생각해보니 누리가 울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장난감과 안녕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집은 지난 여름 발코니 문을 막기 위한 용도로 샀다.  더워서 문을 열어놓으면 누리가 발코니로 나가서 돌을 아래로 던지는 바람에.  지금은 발코니 문을 열어놓아도 호시탐탐 나갈 기회를 보지만,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는 않는다.


여전히 가끔 가지고 놀긴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았고, 여름이 가기 전에 누리 방을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하니 대대적인(?) 가구 이동이 불가피 했다.  공간이 문제였다.  그래서 놀이집을 팔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 사긴 했지만, 누리의 장난감이니 나만 팔겠다고 마음먹으면 끝은 아닌 것 같아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결국은 누리가 보는데서 놀이집을 보내는 것으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이웃이 와서 집을 가져갈꺼야 이야기하니 멀뚱 쳐다만 본다.  이해를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되서 이웃과 이웃의 두 아이들이 오니, 집을 가져간다는 사실보다 친구가 왔다는 사실에 들떴다.  막상 집이 해체되고 우리집 문을 빠져나갈 땐 어리둥절.  순식간에 놀이집과 이웃, 이웃의 두 아이들이 사라졌다.  그리고선 집으로 들어와 놀이집을 찾는 누리.  "새집 사줄께"했더니 "아~"하고 알아먹는듯 하더니 30초 뒤에 또 묻는다.  집이 없어졌다고.  또 "새집 사준다"고 이야기하고 "아~"하고 한 스무번 반복했다.( - -);;


차를 타고 집을 나섰는데 또 묻는다.  레고랜드에 가서도 몇 번 집 이야기를 꺼냈다.  일요일에도  몇 번.  월요일인 오늘은 한 두 번.  그렇게 잊어가겠지.





이웃이 두 아이들과 함께 와서 이웃의 아이들은 벌써 놀이집에 들어가버렸다.  아이들이 참 좋아해서 이웃이 늘 이집을 가지고 싶어했다.  두 아이들이 놀이집 안으로 밖으로, 누리의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된 기념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사실 누리와 나이가 비슷한 이웃의 아이가 수두가 걸렸는데, 데리고 와서 내가 당황을 해서 더 경황이 없었다.  역시,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


+


작년에 이 놀이집을 샀을 때 사진을 찾아봤다. ( 참고 http://todaks.com/1133 )  그때 좋아하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잡동사니 같은 자기 물건들을 하나 둘 들고 들어가 쌓곤 하던.  너무 빨리 처분해버렸나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 


누리야, 우리 집이 좁아.  이해해주렴.( i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