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keyword] Eurovision Song Contest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토닥s 2015. 5. 24. 06:19

벌써 한 시간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Eurovision Song Contest를 보고 있다.  기다린 것이라기보다 저녁을 먹으면서 시청 중인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기다린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일주일 라디오에서 아침저녁으로 영국대표곡이 흘러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은근 중독된 느낌이다.  노래가 단순하니 통속적 재미가 있다.



Electro Velvet 'Still In Love With Youhttps://www.youtube.com/watch?v=s6r1tUhl1cQ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이름 그대로 유럽 국가들이 모여 겨룬다.  신인가수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국가에서 이미 활동 중인 사람들이 나온다.  몇 해전 러시아는 할머니팀을 내보내기도 했다. 


최근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마구 쏟아졌는데 그 중에 각종 순위를 매긴 코믹한 프로그램을 하나 보면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역사나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수들과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은근히 놀랐던 점은 80년대 90년대 라디오에서 흘려들었던 유명한 곡들이 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이 제법 된다는 점이었다.  나 같은 사람도 알만한 곡들이 제법 되었으니.  80년대 참가한 셀린 디온도 그 중에 한 사람이고, 70년대 아바도 그러하다.


두 세번 본 것이 전부이지만, 각종 순위를 매긴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재미있는 점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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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따르면 혹은 한국적 정서에 따르면 이런 축제는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이슈와 담을 쌓는게 정석이지만, 내가 본 몇 회를 보면 정말 사회적이고 정말 정치적이었다. 

작년 우승한 오스트리아의 콘치타 부어스트는 드래그 퀸 Drag queen - 여장남자의 의미 - 이며 트렌스젠더 - 일반적으로 성전환자 - 였다.  콘치타의 경우는 남자와 결혼한 여장남자이지만 신체적 수술을 한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우익이 바람을 타면서 콘치타와 같은 성적 소수자들의 입지가 좁아져 오히려 오스트리아 밖에서 응원 차원에서 더 많은 투표를 했다고 한다.  또 작년엔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일종의)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고, 러시아 대표가 무대에 올라가고 내려갈 때 관중석에서 '우-'하는 부잉booing이 있었다. 

작년 콘치타와 견주어 올해 주목받고 있는 세르비아 대표는 아주 덩치가 큰 여자 가수인데 'beauty never lies'라는 곡을 불렀다.  당연히 외모와 관련된 곡이다.  지금 보고 있는 콘테스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간 폴란드 대표는 예전에 유명한 가수였으나 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되었고, 조금 전 보여준 무대는 휠체어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이쯤되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그냥 노땅들이나 좋아하며 보는 축제라고 격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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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 기념인 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한 나라는 총 45개국.  60주년 기념으로 호주가 참가하게 됐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호주가 웬말인가 싶었는데, 심지어 올해 콘테스트는 중국에 중계가 된다하니 생각보다 유럽 밖에 관심도 높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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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종의 패턴이 읽혔다.  주로 북유럽은 젊고 모던한 대표들이 나오고, 동유럽은 전통적인 색채가 있는 대표들에 제법 있었다.  독일은 좀 하드코어고, 프랑스는 주구장창 프랑스풍의 노래만 불어로 불렀다.  정말 프랑스는 이런 면에서 고집있다.  영국 대표는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아 들쭉날쭉하다.  한 해 올드한 스타일로 참가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여론에서 때린다.  그러면 다음 해는 젊은 스타일.  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올드로 바꾸는 그런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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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견한 재미있는 점은 참가국 중 영어를 쓰는 나라는 영국뿐인데, 올해는 호주가 참가를 했지만, 진행되는 언어가 영어다.  이쯤에서 프랑스가 심통낼만 하다.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영어로 노래를 한다.  70년대 우승하여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얼굴인 아바의 경우는 우승 전해 참가해 스웨덴어로 노래해서 예선을 통과하지도 못했다나.  다음해 영어로 노래를 불러 우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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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시스템은 간단하다.  계산법이 간단한지는 모르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자국의 대표에게 투표할 수 없다.  각 나라의 투표 결과를 순위를 내고, 합산하고 그래서 우승이 정해진다.  작년에 지비랑 박장대소하며 봤던 부분은 콘치타에 대한 각국의 지지였다.  콘치타는 북유럽과 같은 나라들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게이 인구가 적지 않은 영국의 전폭적인 지지는 당연하다.  그런데 동유럽이나 카톨릭의 색채가 강한 국가들에서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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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전 그런 상상을 해봤다.  아시아에 이런 송 콘테스트가 하나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업적인 색채보다 메시지를 담은 곡이 주목받고 그런 메시지를 아시아가 공유하며 화합할 수 있는 그런 송 콘테스트.  중국이 관심을 가졌으니 언젠가는 생길지도 모르겠다.  생긴다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통해서 유럽이 공유하는 긍정성을 닮은 콘테스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