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시찌프스 가드너

토닥s 2015. 5. 22. 05:56

누리가 아기 때까진 그래도 키우던 화분이 몇 개 됐다.  그리고 해가 지나면서, 지난 겨울을 넘기면서 집안의 화분이란 화분들은 다 죽었다.  애 하나가 나의 젊음(?)은 물론 나무들의 기운까지 다 받아 자라는 모양인지 어쩐 것인지.


지난 겨울 언니님 편에 한국에서 엄마가 보낸 쑥갓과 깻잎 씨앗을 받았다.  아, 이거 불법인데.  쑥갓과 깻잎을 런던에서 구할 수는 있으나 먹어버리기엔 너무너무 비싼 것들이라.  꽃 뭐 이런 것 다 없애버리고 이 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재배(?)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틀에 걸쳐 말라 죽어 있는 화분들을 다 정리하고 흙들을 모았다.  막상 두 가지만 심으려니 심심할 듯해서 누리가 좋아하는 토마토 모종 두 개를 사왔다.  누리가 태어나기 전에 토마토를 씨앗부터 키웠는데 포도알 만한 토마토 몇 개 얻는게 몇 개월이 걸려서 그냥 모종으로 샀다.  이름하여 'garden delight(정원의 환희)'와 'moneymaker(돈제조기 - 번역이 참..(- - );;)'.  이름도 괜찮다.  자세한 종은 모르겠고 그냥 토마토와 방울 토마토. 






사실 4월이 되자말자 쑥갓을 한 번 심었었다.  그런데 잠시 열어놓은 발코니 문을 밀고 나간 누군가가 그 화분 흙을 다 엎어놓았다.  흙을 쓸어담기는 했지만 언제 어디서 잡초처럼 날지 몰라 물도 주지 않았다.  얼굴 가려도 소용없다!





오늘도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에 사온 토마토 모종이 시들해서 물을 주러 나갔더니 따라나와서 날더러 오히려 나가라는, 아니 집안으로 들어가라는 누리.  집안을 청소하는 동안 예의주시하면서 한참동안 흙을 파도록 내버려두었다.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았으니.  인터넷으로 주문해놓은 흙과 식물영양제/비료가 도착하는 대로 다시 쑥갓과 깻잎을 심을 생각인데 누리가 파내지 않을런지 걱정이다.  파낸다 한들 어쩌겠나 계절이 바뀌는 그날까지 또 심어야지.  마치 시찌프스처럼.


+


누리가 자꾸만 파내서 (작은 발코니일 뿐이지만) 작은 모래놀이 테이블을 사주면 화분에 손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는데 그 작은 모래놀이 테이블에 만족할리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