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시회 표를 보내왔다. 오랜만에 갑작스런 호사를 누리기 위해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이하 V&A) 행차. 이름하여 중국 고전 명화전 Masterpieces of Chinese Painting 700-1900.
언제나처럼 여행객들로 붐비는 사우스켄징턴 역. 그렇게 이용객이 많은 역인데도 리프트가 없다. 그나마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게 다행이다 싶다.
사우스켄징턴엔 박물관들이 많다.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그리고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그래서 길 이름도 박물관길 Museum Road다. 지하철 역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지하도로로 따라가다보면 갈래갈래 길이 나뉜다. 가족단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사 박물관 또는 과학 박물관으로 간다. 자연사 박물관 앞 아이스 스케이트는 겨울 런던에서 해볼꺼리 중 하나로 꼽힌다.
바로 여기.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좁다. 개인적으론 서머셋 하우스의 아이스 스케이트가 더 좋아보인다. 조금 넓기도 하고.
목적지 중국 고전 명화전 전시실로 직행.
사실 (여러번 언급한 것 같은데) V&A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박물관 중에 하나고, 동시에 한국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박물관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콜렉션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그런데 좀 정리가 안된듯 보인다.
하여간 우리가 간 중국 고전 명화전은 당연히 사진 촬영이 안되서 기록이 없다.
그럼 우리가 뭘 봤느냐?
솔직히 그림에 관한 지식도 없고, 더군다나 중국 역사는 더더욱이라 커다란 감흥이 없다. 생각보다 불교화가 많았던 것에 흥미로왔다는 정도, 명대 이전까지. 그래도 선물 준 사람의 성의가 있고, 나중에 전시회에 대해서 물어볼까봐 꼼꼼히 보려고 했는데 누리가 계속 찡찡대다 나중엔 바닥에 뒤집어져서(?) 급히 안고 나왔다. 오래된 그림이라 조명이 어두워서 그랬던 것 같다.
전시실에서 바닥에 뒤집어졌던 아이가 까페에서 뭘 좀 먹이고 나니 신이 났다. 춥지도 않고 공간도 넓어 마구 뛰어다닐 수 있으니. 친구 알렉산드라가 '박물관의 몰상식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렇게 누누이 이야기 했건만.(ㅜㅜ ) 그래서 나는 뛰어가는 누리를 뒤쫓아 뛰어가며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V&A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건물 하나는 정말 아름답다. 그건 인정해줘야 한다.
영국에, 한국도 그런지 모르지만, 1~2살쯤 된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들 키에 맞는 인형 유모차가 있다. 걸음을 걷기 시작할 때 보행기walker로 쓰고, 그리고 장난감으로도 쓰인다. 언젠가 유모차를 끌고가는 아이 엄마가 아이의 인형 유모차까지 이고지고 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런 거 안사줘야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요즘에서야, 왜 부모들이 그 인형 유모차를 사주는지 알게 됐다. 누리가 걷기 시작하면서 틈만 나면 유모차를 밀려고 한다. 그건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못만지게 하면 또 뒤집어진다.(- - );;
그래서 지비랑 "우리도 인형 유모차 살까" 하다가, "저러다 곧 말겠지"로 마무리 지었다.
유모차에서 떼서 사진 좀 찍으려하니 온몸으로 거부하는 누리.
아.. 힘들다.( i i)
박물관 샵에서 구경하면서 시름을 달랬다. 알파벳인데, 살까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사진만 찍었다. 내가 찍은 걸보고 지비가 내 이름도 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길어서 안한다고 했다. 결국은 직접 나서더니 m과 a를 찾지 못해 결국 포기.
친구 덕분에 경전 좀 읽은 소들.( - -);;
지비는 오늘 박물관에서 조각상을 보니 파리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던' 루브르가 떠오른단다.
(아 파리 여행기 계속 써야하는데.)
사실 나는 대영박물관의 일본 춘화전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 );;
그건 벌써 끝났나?
이제 가끔이라도 전시회를 보러다닐 생각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뵈는 전시회 이야기가 올라오더라도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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