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1년 Paris

[day1] 오르세 미술관

토닥s 2013. 12. 20. 00:46



오르세는 고흐나 고갱 같은 19세기 인상주의 작품들이 많아서 인기가 있는듯 한데, 우리는 별로 이 미술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관계로 초반에 다른 작품 보다가 지쳐서 인상주의 작품들은 "여까지 와서 그거 안볼 수 없잖아?"식으로 둘러봤다.  "응 그래, 저거.."하면서.  힘들어서 감흥이 없었다.  아니 지식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런던에 유명한 박물관 중에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이하 V&A)이 있다.  한국서 손님이 올 때마다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는 곳이다.  모든 영국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에 잘 소개가 되어 있는 모양인데, 손님들이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 반응은 "(끄응).."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박물관 중에 하나다.  크기가 크기도 하지만, 소장품이 너무 많다.  사실 소장품 많기로야 대영박물관만 하겠냐만은.  하여간 그 많은 소장품을 큰 박물관에 쭉 늘어놓은 식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실 오르세도 그랬다.


작품들을 어찌나 촘촘하게 걸어놨는지.  그 촘촘함에 작품들이 자신의 포스를 다 발산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나마 유명한 인상주의가 있는 곳은 작품 하나 하나가 대접을 받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린 인상주의에 이르러서는 이미 지쳐있었다.


미안하게도 오르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사진 때문이었다.  사실 오르세가 아니라 그 어디를 가도 사진을 허용하지 않는 곳은 나는 마음이 잘 가지 않는다.  물론 작품 시대를 막론하고 플래쉬 터뜨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작품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래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들은 전시 이외의 공간들뿐.  소심하게 박물관 까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찍은 시계.


사실 이날 박물관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박물관 그 자체보다 파리라는 곳, 프랑스라는 곳에 대해서 좀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됐다.  까페에서 서브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흑인들이었는데, 박물관에 까페가 하난지 그 먹을 것 없는 조그만 까페에 쉴틈없이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박물관 까페가 바쁘다는 건 영국에도 있는 풍경이니까 놀랍지 않은데 하나의 예외도 없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런던도 그렇다.  레스토랑 말고 페스트푸드 같은 바쁘고 저임금의 직업들은 외국인들이 한다.  딱히 인도계라고 못박지 않은 이유는 요즘은 그 일자리를 이탈리아, 스페인, 동유럽 사람들이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나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피부색이 '외국인'이라는 단어보다 그들을 더 선명하게 갈라 놓는 것 같아서.  이 느낌은 비교적 도심 외곽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심 내부만 다니는 지하철에선 잘 보이지 않던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철도에 모아놓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마음도 무겁고, 다리도 아프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눈꺼풀마져 무거운 그런 여행 첫날이었다.  그래서 우린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인상주의 작품을 '훑기'로 하였다.




저 곳에서 몽마르뜨의 샤크레꾀르 대성당이 보였다.  파리의 어딜가나 에펠타워와 함께 확인하게 되는 곳이 샤크레꾀르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나를 기쁘게(?) 만들어준 소파.  한 번 앉아보려고 빈자리가 날 때까지 서성거렸다가 한 자리가 나서 지비 먼저 착석.






돌아가면서 앉아서, 나중엔 둘이 앉아서 사진찍고 난리법석하다가 이제 가볼까하고 일어서는데 우리를 스쳐가는 여학생이 서울대 잠바(?)를 입었다.  반가워서 한 장. 

근데 그 여학생 어찌나 바삐 걸어가시는지.(- - );;




오르세는 1900년 만국 박람회 때 기차역으로 지어졌다가 40년 뒤쯤 우편센터로, 그리고 호텔로, 그리고 70년대에 박물관으로써의 리모델링이 결정되면서 80년대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그런 이유때문인지(역사였던) 여기저기 시계가 많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재미있는 (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는데 오르세이엔 1848-1914년 사이의 작품만 주로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 이전은 루브르에, 그 이후는 퐁피두에 있단다.  우리말식으로 바꾸면 근대미술관쯤 되나보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야경 에펠타워 한 번 찍어주고.  이 여행에서 우린 정말 뚜벅이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