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1년 Paris

[day1] 유로스타

토닥s 2013. 12. 18. 00:08

나는 늘 파리에 가보고 싶었으나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각자) 이미 가본 곳이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러던 2011년 8월의 어느날 나는 내 생일 선물로 파리를 골랐고, 지비는 못이기는 척 '둘이 함께 가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크리스마스에 파리행 결정했다.  선물은 8월에 고르고 12월에야 받는 식이었다.


그 유로스타 표를 살 때도 좀 재미있었다.  유로스타는 만 4개월 전에 표를 살 수 있다.  그런데 그 때 우리가 Isle of Wight라는 섬으로 캠핑을 갔을 때였다.  우리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특히) 가격의 표를 사기 위해 캠핑 중에 표를 사야했다.  그래서 캠핑을 가면서 휴대전화의 심을 끼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동글과 노트북 다 챙겨들고 갔다.  그런데 섬이라 인터넷은 커녕 전화도 잘 안터졌다.  늘 그런 식이다.  그래서 캠핑에서 돌아오자 말자 짐도 풀기 전에 우리는 자리 잡고 앉아 유로스타 표부터 샀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를 둘이 왕복 £130 정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4개월이 흐르고 드디어 파리로 가는 날.  그 어느 여행지보다도 설레였던 날인 것 같다.  파리는 2000년에 한 번 갔었는데, 그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곳이 파리였다.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 안에서 겨우 파리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했으나, 커피를 마셨음에도 눈꺼풀이 무겁다 못해 따가워 그냥 잤다.  우리는 7시 기차를 탔고, 그 기차를 타기 위해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그래서 역에서 들고 탄 커피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나는 유로스타의 간편한 출입국 절차에 놀랐다.  더군다나 액체류도 반입이 된다고 하니.  우린 아침-점심으로 먹을 빵도 사갔던 것 같다.




차창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부딪히면서 자다깨다 자다깨다 반복하니 드디어 파리.  유로스타가 정차하는 파리 북역.





유로스타에서 내린 사람들은 마치 동네 지하철에서 내린듯 능숙하게 짐 찾아들고 가는데 우리만 관광객처럼, 사실 관광객이었지, 유로스타 사진찍고 난리 법석.

나는 사실 이때 유로스타 처음 타봤다.  2000년에 런던에서 파리로 갈땐 유로라인즈라는 밤샘 버스를 타고 갔기 때문에.  KTX랑 똑같은데, 아무래도 나라간 이동하는 기차다보니 큰 짐 넣는 곳이 많다.



숙소를 찾아 갈 길이 바쁜데도 나를 그냥 보내주지 않는 인스턴트 사진기.  영화 아멜리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북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데 좀 헤맸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하철을 타기 위해 표를 사는데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매표소 줄은 너무 길었고, 자동화 기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폐를 받아주지 않았다.  누군가가 알려준 다른 매표소를 찾아 한참 헤맸다.  어찌어찌 그 매표소, 정말 한산한,를 찾아 표를 사고 겨우 지하철을 탔다.


그렇게 우리의 파리 여행은 시작됐다.